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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 출근하기 전 어머님의 텃밭이 있는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요즘 안개가 잦은 것 같더니만 도심의 옥상텃밭에도 이슬이 맺혀 있습니다. 막 싹을 틔운 실파에는 이슬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습니다. 시간만 있으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고작 해야 여유시간이 5분여 남았으니 아쉽지만, 눈으로 보았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고 출근길에 오릅니다.

 

 

사무실에 와보니 사무실 한쪽에도 이슬이 송골송골 맺혀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렌즈하고 삼각대를 준비해 올걸….’ 아쉬운 대로 가지는 렌즈로 이슬 사진을 담고 돌아서는데 허전합니다. 저렇게 예쁘게 이슬이 맺혔는데 시간이 없더니만 막상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도구가 없다는 것 때문입니다.

 

‘기회란 누구에게나 오지만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그냥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이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꼭 카메라에 담아야만 하는 소유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싶어 또 허전해집니다. 존재하는 삶을 추구하고, 존재하는 삶에 대해서 말하지만, 삶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나를 보며 또 허전해집니다.

 

 

며칠 전 봄에 피어나는 벼룩나물이 가을에 피었다고 ‘바보꽃’이라 했는데 어느새 그 작은 꽃이 씨앗을 가득하니 맺고 있습니다. 저 씨앗은 분명히 긴 겨울을 보내고 봄에 싹을 틔울 것입니다. 바보꽃이 피었던 이유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자연의 순리는 흐르는 물처럼 자연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인간만이 스스로 비인간화되고, 그로 말미암아 갖가지 병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바보꽃만 씨앗을 맺은 것이 아니라 제비꽃도 씨방에 씨앗을 가득 담고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씨앗, 그것 하나를 만들려고 수고한 풀꽃의 노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식탁에 주식으로 오르는 쌀도 농민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소중한 것이지요.

 

 

어제는 고위공직자와 공무원들의 쌀직불금 수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화가 많이 났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요, 쥐새끼에게 곳간을 맡긴 격입니다. 꿩 먹고 알 먹는 재주를 가진 그들을 보면서 세 치의 혀로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을 전부 해주고 싶었습니다.

 

쌀직불금 몇 푼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더 깊은 내막이 있다니, 서민들에게는 딴 나라이야기처럼 들릴 뿐입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매형에게 쌀 직불금이라는 것을 받았는지 전화나 해봐야겠습니다. 어수룩해서 받아야 할 것도 받지 못한 것 같거든요.

 

그들은 남의 기득권을 가로채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득권은 절대로 놓치지 않으며, 그 힘을 이용해서 남의 기득권을 빼앗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땀 흘려 얻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니 불행한 사람들이지요. 불행을 행복으로 알고 사는 못난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 이 세상이 악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들이 그렇게 산다고 나도 그들을 닮아가면 안 되겠지요. 자연이 순리대로 살아가듯 순리대로 살아가야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니 도둑고양이, 쥐새끼처럼 살아가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매일 모여 티격태격 싸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도둑고양이와 쥐새끼의 혈투를 닮았습니다.

 

국민을 위해 싸우는 것 같지만 오로지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서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에 몰두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싸움에 몰두하면서도 떵떵거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나라, 그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그들의 눈에는 국민이 바보처럼 보이겠지요. 그러나 바보꽃도 내년 봄에 꽃을 피울 씨앗을 풍성히 맺으며, 그들 덕분에 이른 봄 들판에 예쁜 꽃들이 가득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봄으로 결국 이 땅에서 별볼일없다고 치이는 이들에 의해서 이 나라도 바로 서겠지요.

 

 

나는 믿습니다.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곤충, 그 한 마리의 날갯짓도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작은 곤충조차도 자연의 섭리 안에 있으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을 믿습니다.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면 자기가 가진 것들을 감사하지 못하게 되고, 아직 가지지 못한 것으로 말미암아 불행한 삶을 살아갑니다. 농민들의 몫이 되어야 할 쌀직불금을 가로채는 이들은 끊임없는 집착으로 말미암아, 가진 것은 많을지 모르겠지만,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행불행이라는 것은 공평한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슬사진, #쌀직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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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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