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청’에서는 심청이 가진 인간적인 면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심청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효녀라는 수식어도 걷어내어 의지가 강한 한 명의 인간 ‘청’으로 만들었다."
국립창극단이 이번 주말 10월 18일과 10월 19일 양일간에 걸쳐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올리는 창극 ‘청’은 심청가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효녀 심청, 황후 심청이 아니라 어미 없이 남의 동냥젖으로 자라고 철들면서 눈먼 아비의 밥을 빌어 먹기 위해 고생한 15세 소녀 심청, 아비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자신을 인당수의 인제수로 팔 생각을 했던 슬픔과 비극의 심청이야기다. 효녀나 황후로 포장된 심청이 아닌 인간 심청에 대한 이야기다.
유영대 예술감독은 “창극의 주요 요소인 판소리의 일반적인 양식은 소리꾼의 감정 흐름에 장단을 맞추어 창자들의 생동감 있는 호흡에 많이 의존해 왔는데, 이번 창극에서는 서양의 오케스트라나 뮤지컬처럼 미리 짜여진 음악에 배우들이 감정과 소리를 맞추어 관객들에게 더 짜릿한 감동을 안겨주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소리인생 50년을 맞는 안숙선 명창이 도창을 맡아 창극의 감정곡선을 보다 세밀하고 풍부하게 살려 이끌어 가며 중간에 난이도 높은 심청가 판소리까지 들려준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과 국립관현악단도 함께 출연하여 국악기와 팀파니, 첼로 등 서양악기와의 적절한 조화, 코러스가 들려주는 하모니, 극 전체를 편안하게 감싸는 관현악곡 등 잘 짜여진 음악적 구성으로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창극의 세계화를 위해 국가브랜드 사업으로 만들어진 ‘청’은 2006년 소리의 본고장 전주 세계소리축제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져 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그 여세를 몰아 전석매진이라는 성과를 올리며 대형뮤지컬과 오페라에 익숙한 서울의 관객들에게 역동적이고 화려한 공연을 선보여 수 많은 찬사와 박수를 받았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씨는 ‘창극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다’는 글에서 “황성 맹인 잔치로 가는 길에 펼쳐지는 맹인들의 ‘팔도노래자랑’은 별미다. 경상도 민요와 경기도 민요, 제주도 민요가 어울려 정겹게 웃음을 만들어 낸다.”며 그간의 청은 너무 울었으나 이번 청은 다르다고 평가하면서 “창극 ‘청’은 무대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인당수 장면을 위해 무대에 배를 띄우지 않는다. 무대가 곧 배가 된다. 둥근 회전 무대가 움직이면 관객들의 마음도 따라 움직인다. 심청이 물에 빠지는 장면은 창극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다”고 말했다.
유영대 예술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창극 ‘청’은 고전의 의미를 잘 풀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 3년간 공연된 ‘청’의 결정판이다. ‘청’은 창극의 대중화, 세계화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현대화, 대중화, 세계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서양뮤지컬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미와 구구절절함, 생생함을 느끼게 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극의 전개, 환상적인 무대구성, 동.서양 음악의 절묘한 조화 등으로 고전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된 창극 ‘청’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서양의 오페라와 뮤지컬이 판을 치는 문화 예술계에 우리 것에 대한 재미와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태풍’이 되어주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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