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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땐 계곡물은 물론이고 냇가의 물도 그냥 마셨다. 한 여름, 냇가 한쪽의 모래사장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목이 마려우면 모래를 파서 맑은 물을 만든 다음 그 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하곤 했다. 그래도 배탈이 나는 경우가 없었다.

 

올 여름에 우리집 꼬맹이 둘을 데리고 내가 어렸을 때 놀고 고기를 잡고 모래를 파서 물을 마셨던 냇가에 간 적이 있다. 물고기를 잡아준다며 말이다. 고기 잡을 그물을 차에 실고 그 옛날 물고기 뛰어놀던 냇가에 갔으나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고기를 한 마리도 볼 수 없었을뿐더러 하얀 모래로 빛나던 냇가는 진흙이 쌓인 뻘밭으로 변해있었다. 아이들을 잠시 세워두고 물속에 한 발 디디는 순간 내 발은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물이 없는 곳은 이미 갈대나 온갖 잡초더미로 뒤덮여 있어 도저히 고기를 잡을 수가 없었다. 폼 좀 잡으려던 아빠는 졸지에 아이들에게 원망만 들어야만 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강도 많고 하천도 많다. 겉으로 보기엔 물이 많은 나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물이 부족한 나라라고 한다. 사계절을 지닌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봄가을엔 물이 모자라 농민들이 애를 태우기도 한다.

 

그럼 생활용수로써 물만 부족할까. 그렇지 않다. 일반 서민 가정을 벗어나 빌딩이 우뚝우뚝 솟은 사무실을 보자. 대부분 물을 사먹는다. 일반 수돗물을 먹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수기를 들여놓고 있다. 어느 때부턴가 우리나라도 물을 사먹는 나라가 돼버렸음을 알 수 있다. 마트, 편의점, 휴게소 어디를 가더라도 물(생수)을 팔고 있다. 물을 사먹는 일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화되었다. 오염되고 함부로 써 물이 있으되 물이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세계 인구 중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오염된 물을 마신다고 한다. 대부분 아프리카에 사는 어린이들이다.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비가 오지 않아 마실 물이 없어 오염된 흙탕물을 마시다 전염병에 걸려 죽어가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낭비하거나 오염시키고 있지는 않을까. 매일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물을 마시면서도 물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물을 민영화 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우리가 먼저 생각한 건 물의 소중함보단 '물값 엄청 오를 거'라는 걱정이지 않았나 싶다. 뭐 그렇다고 이 정권이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민영화 이야길 꺼낸 건 아니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찰랑거리며 흐르는 물은 어디로 갔을까?

 

물, 언제부턴가 사라진 맑은 물. 섬진강이나 동강 정도를 가야 볼 수 있는 맑은(이젠 그 맑은 물도 언제까지 볼지 모르지만) 물. 이런 물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만들었고, 환경연합 사무총장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현재 환경재단 대표로 있는 최열이 쓴 <찰랑찰랑 출렁출렁, 맑은 물은 어디로 갔을까?> 이다.

 

 

'최열 아저씨의 푸른 지구만들기'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은 김성은 화백의 그림이 어우러져 더 생생하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물의 용도와 중요성, 물이 왜 오염되고 그 물에 의해 사람과 자연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를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다.

 

특히 어떻게 하면 우리가 물을 맑게 사용하고 절약할 수 있는지, 수돗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러운 물을 맑게 하기 위해선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조 현상은 왜 일어나는지 등이 세밀하면서도 친근하게 그려져 있어 환경 교재, 과학 교재로도 손색이 없다.

 

얼마 전에 우리집 꼬맹이들과 함께 <에반 올마이티>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일종의 코미디성 영화인데 그 영화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인간의 탐욕이 어떤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가였다. 영화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숲을 없애고 그 자리에 댐을 만들거나 휴양위락시설을 만들면 자연이 파괴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모두에게 온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면서 웃었을지 모르지만 내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돈 단어는 '대운하'였다. 산을 파고 강을 파서 억지 물길을 만들어 뱃길을 만든다는, 결국 경제적 이익을 위해선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한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물! 지구의 2/3이상을 차지하고, 우리 몸의 80~90%를 차지하는 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최열의 <찰랑찰랑 출렁출렁, 맑은 물은 어디로 갔을까?>를 읽다보면 물의 소중함과 귀함을 스스로 알게 되고 왜 우리가 물을 아껴 쓰고 깨끗하게 해야 하는지를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찰랑찰랑 출렁출렁 맑은 물은 어디로 갔을까? - 최열 아저씨의 푸른 지구 만들기

최열 지음, 김성은 그림, 청년사(2008)


태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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