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달리는 ktx
▲ KTX 기차 모습 달리는 ktx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이게 얼마만의 기차나들이인가! 기차를 타고 어디든 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릴 적 친구한테서 소식이 왔다. 딸 혼사 치른다고 올라와서 축복해 주란다. 소식을 듣고 뭘 타고 서울 올라가야하나,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자동차보다 빠르고 비행기보다 저렴한 기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특히 고속철 KTX가 개통되고 몇 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시승을 못해 봤으니, 이참에 그 원을 풀 겸, 그래서 새삼스럽게 철도회원에 가입하고 코레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기차표를 예매했다. 이 일도 나이 먹은 탓인지, 아니면 예약시스템의 복잡함 때문인지, 몇 번의 시행착오와 실수를 거듭했다. 진땀이 났다.

상경 당일 30분 일찍 역에 도착한 나는 매표소 역무원에게 표를 받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역 구내에 기차표 자동발매기가 눈에 띄었다. 이것 한번 해보자 싶어, 가까이 다가갔다. 은행 현금입출기 모양의 터치화면을 보면서 회원번호, 비밀번호 등을 눌렀다. 신기하게 예매한 기차표가 밀려나온다.

옛날 매표창구에 길게 줄을 서서 표를 사던 광경이 떠오른다. 얼마나 편리한 세상이 되었는가. 더 나아가 자동발매기도 이용할 필요 없이, 집에서 개인 휴대폰에 구입한 표를 입력하여 기차를 탈 수 있다고 하니, 이제 종이티켓도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

개찰구에는 역무원이 보이지 않는다. 전광판을 보고, 시간에 맞추어 승객이 알아서 플랫폼으로 나가면 된다. 개찰구에 역무원이 서서 검표하던 시절이 있었다. 출발시간은 촉박한데 개찰승객은 밀려있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불편한 시절은 지나간 것 같다. 서울의 출찰구에서도 표를 받는 역무원은 보이지 않았다. “기차표는 영수증으로 활용하세요”라는 팻말이 보일 뿐이다.

무임승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수준이 향상되었는지, 아니면 무임승차를 단속할 어떤 방법이 마련되어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어쨌든 역무원이 검표하던 시절은 지나간 것 같다.

이와 같은 시스템의 자동화로 비용절감, 신속함 등의 이점 뒤에는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없어지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시발된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운동)이 생각난다. 그리고는 무인자동매표기의 출현에 해직된 부산지하철 매표원들의 천막농성모습이 겹쳐진다.

결국 역사적으로 러다이트 운동이 실패했듯이 오늘날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시스템의 자동화 현상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막는 것 자체가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행위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로인해 눈물 흘리는 수많은 실직자의 아픔을 어찌할꼬.

어느 외국인 승객이 기차표를 들고 개찰구 부근에서 어디로 가서 기차를 타야할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역무원을 찾기 힘드니까 아무 승객이나 붙들고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고 있었다. 시스템의 자동화에 인간의 감정을 배려하고 친절까지 베푸는 기능까지 기대하긴 어렵지 않을까. 비용절감이라는 관점에만 가치의 방점을 찍는다면 어디 삭막해서 세상 살맛이 날까.

고속철 KTX는 올라탄 지 2시간 40분 만에 나를 서울에다 내려놓는다. 옛 새마을호에 비하면 50분 이상 단축이다. 거기에다 정확히 1분도 늦지 않는다. 기차가 예정시각에 도착하는 것이 예외로 생각되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데 왜 불편스럽고 짜증이 나려 하는가.

KTX 일반실 내부 모습
▲ KTX 내부 KTX 일반실 내부 모습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좌석 간격(일반실)이 좁은 탓이다. 한국인의 평균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와중인데 말이다. 일정한 공간에 한 명이라도 더 태우고 싶은 의도는 이해한다. 우리보다 덩치가 큰 외국인도 감안하는 폭 넓은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속도가 빨라지고 발착시각이 정확해졌다고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승객이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편안한 기차여행을 위해서 KTX 객차량 좌석 15줄을 1줄만이라도 줄이는 게 어떨는지, 철도당국에 요청하고 싶다.

객석 통로로 카트를 밀고 다니는 홍익회 판매아가씨로부터 커피 1잔을 주문했다. 일금 5000원. 시중에 이름 난 B커피, S커피와 맞먹는 값이다. 맛도 특별한 것 없다. 커피가격에는 자릿값이 있다. 커피숍의 커피 값은 자릿값이 포함된 가격이다. KTX 승객은 이미 자릿값을 지불한 손님이다. 그런데 홍익회에서 파는 커피 값은 왜 그리 비싼가? 비싸면 안 사먹으면 된다고? 어디서 듣던 소리 같다. 철도당국에 바란다. 전 시스템을 자동화, 선진화하는 김에 커피자판기를 설치하심이 어떠신지?


태그:#기차여행. KTX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