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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동 새동네축제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장수동 새동네축제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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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동', 옛 이름은 장수골. 이름마저 정겨운 이곳에선 지금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바로 '장수동 새동네 축제'가 그것. 축제 장소 입구에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이색적인 표지판이 '활짝' 웃으며 손님을 반긴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은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오순도순 사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특히 바로 옆에 인천대공원이 있어 봄이면 '꽃비'가 내린다. 공원에 심겨져 있는 벚꽃나무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장수동을 휘 돌아, 몇몇 집 마당에 수북이 쌓이기도 한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이곳에도 개발 바람이 불었다. 공터 위에는 다세대주택이 들어섰고 기존에 있던 허름한 집들은 팔린 뒤 헐려 그 자리엔 새건물이 들어섰다. 그러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 마을만의 정겨운 정취가 차츰 사라지게된 것.

정겨운 정취가 사라진 뒤 이 마을을 독차지 한 것을 공사현장에서 나온 폐자재들이었다. 여기 저기서 공사를 하던 업자들이 폐자재를 그냥 둔 채 철수하는 바람에 이곳 저곳에 쓰레기가 쌓였고 그로인해 마을이 우범지대처럼 변해갔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마을의 모습이 점점 변해가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던 주민 김종현(41)씨가 몇몇 주민과 뜻을 모아 함께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에 나선 것이다.

'마을 가꾸기 프로젝트'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됐는데, 우선 운영위원을 구성하고 마을 주민들의 협조를 구한 뒤 마을 주위를 정돈하고 공터나 담장 밑에 화단을 조성했다. 그리고 동사무소의 지원을 받아 각종의 꽃을 심고 관리하며 각각 집의 특성에 맞는 간판을 손수 제작하여 달았다. 또 담장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적어놓아 자연과 문화예술이 함께 숨 쉬는 새로운 동네로 변화시킨 것.

개발바람에 황폐해진 마을을 살린 사람들

다양한 꽃들이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꽃들로 마당에는 발 디딜틈이 없다.
 다양한 꽃들이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꽃들로 마당에는 발 디딜틈이 없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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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했던 벽에 김종현씨가 시를 적어 놓았다. 운치를 더한다.
 밋밋했던 벽에 김종현씨가 시를 적어 놓았다. 운치를 더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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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와 꽃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벽화와 꽃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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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만 해도 이 마을 몇몇 분들은 땅을 일구고 채소를 심어 재배한 농작물을 팔아 생활했다고 한다. 지금도 더러 자투리 밭농사를 짓는 분들이 보인다. 전형적인 도시 속 농촌인 셈이다.

마을을 한 바퀴 '휘~' 돌다보니, 옛 정취를 살려 아름답게 꾸며놓은 집 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주민들이 하나가 돼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이곳에 대해 기사를 쓰고 싶었던 나는 사전에 김종현씨와의 인터뷰를 위해 연락을 해 두었다.

일찍 도착한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본 다음 만나기를 요청했으나 연극연출을 하고 있는 관계로 김종현씨는 만날 수 없었고, 그의 아내 유은정(38)씨와 마을주민인 서동희, 김숙희, 김영자씨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을 그들과 나눈 일문일답.

김종현씨와 유은정씨의 집 프리티가든이다.
 김종현씨와 유은정씨의 집 프리티가든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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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없는 가든을 찾아 가든 이름을 채워오면 고구마 2Kg을 선물로 주는 깜짝 이벤트가 준비 되어 있단다.
 이름이 없는 가든을 찾아 가든 이름을 채워오면 고구마 2Kg을 선물로 주는 깜짝 이벤트가 준비 되어 있단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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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가꾸기를 하게 된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지요?
"장수동은 전형적인 농촌을 배경으로 자연과 어울리는 주거환경으로 예부터 장수하는 마을로 '장수골'이라 불리었답니다. 도시개발로 인해 주변 지역의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완료되어 농촌의 모습을 잃어 버렸고 무분별한 건축으로 주거환경으로서 가지고 있던 이점을 잃어버렸답니다.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문화 체험하는 마을로 거듭나기 위해서 입니다."

-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마을을 가꾸는 동안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2004년 이곳 장수동에 집을 마련하여 살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마을이 삭막하여 집 담장에 꽃을 심고 가꾸기 시작했어요. 주민들이 지나가면서 보기 좋다고 칭찬을 하셨지요. 그게 계기가 되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마을 몇몇 분들과 의기투합하여 서로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집집마다 예쁜 이름으로 간판을 지어 달아주기도 하고 담장사이에 꽃을 심어 주기도 했답니다.

대부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살고 계시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로 달가워하시지는 않았어요. 꽃을 심으면 물도 주고 관리를 해야 하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관리 하신다는 것이 힘이 드셨을 겁니다. 지금은 차츰 마을이 아름답게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 하신답니다."

담쟁이가 예쁜 집 - Ivy Garden 이다.
 담쟁이가 예쁜 집 - Ivy Garden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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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은정, 서동희, 김숙희씨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은정, 서동희, 김숙희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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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그리기와 마을가꾸기에 적극적인 김영자씨의 허브가든 앞 마당이다. 주인은 출타중이다.
 벽화 그리기와 마을가꾸기에 적극적인 김영자씨의 허브가든 앞 마당이다. 주인은 출타중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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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몇 세대에 간판을 달아주셨나요?
"40여세대 중 24세대에 달아 드렸답니다. 추진하는 사람 중 미술공부를 한 허브가든에 사는 김영자씨께서 담벼락에는 멋진 페인팅으로 주제가 있는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답니다."

- 19일에 '장수동 새동네' 축제를 한다고 돼 있던데, 무엇을 주제한 것인지요?
"첫 번째 마을 축제인 만큼 주민 잔치위주로 계획 하였답니다. 먹을거리마당과 마을 주민들이 취미생활로 틈틈이 그려온 그림과 사진 등을 전시하는 작은 갤러리가 준비될 거고요. 아름답게 꾸며진 마을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알찬 축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벼룩시장과 깜짝 경매가 예정되어 있어 흥미를 돋워줄 것으로 여겨집니다."

마을 공동체가 하나되어 자치단체의 특별한 도움 없이도 마을을 아름답게 꾸며가는 새동네 장수동을 보면서 새동네 축제가 그 어떤 유명한 축제보다 더 아름답고 흐뭇한 축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축제에 초대하는 표지판 앞에 있는 쓰레기 더미 위에 폐 포장을 이용하여 예쁜 꽃 모양의 장식을 달아놓은, 버려진 나무판에 쓴 김종현씨의 글귀가 다시 한 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쓰레기산 위에 피어난 작품. 이곳에 쓰레기를 버린 자가 없었다면 
감히 이런 藝術을 꿈꾸지 못했으리~
 쓰레기산 위에 피어난 작품. 이곳에 쓰레기를 버린 자가 없었다면 감히 이런 藝術을 꿈꾸지 못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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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쓰레기 꽃 多發

이곳에 쓰레기를 버린 자가 없었다면
감히 이런 藝術을 꿈꾸지 못했으리~

김종현


태그:#장수동 새동네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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