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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맨 처음 사용했던 해전은 어디일까요? 예 '사천해전'입니다. 고향이 사천입니다. 우리 동네 앞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맨 처음 사용했다는 자부심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사천만에 접한 고향에는 갯벌이 있습니다. 동게· 가리맛조개 · 가무락 조개 · 농게 · 백합 · 달랑게 · 성게· 바지락 · 대수리 · 보말고둥 따위가 살고 있습니다. 고향 갯벌은 세상 어느 갯벌보다 아름답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바지락과 동게· 가리맛조개 · 가무락 조개 · 농게 · 백합를 잡았습니다. 고향에서 만난 '새벽놀'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새벽놀과 갯벌의 아름다운 만남
 새벽놀과 갯벌의 아름다운 만남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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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갯벌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많던 동게· 가리맛조개 · 가무락 조개 · 농게 · 백합은 하루 종일 일해도 작은 바구니를 겨우 채울 뿐입니다. 콘크리이트로 만든 방패재 때문입니다.

두 동간 뗏목이 주인을 잃어버린 것처럼 갯벌도 주인을 잃어버렸습니다. 갯벌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동게· 가리맛조개 · 가무락 조개 · 농게 · 백합 · 달랑게 · 성게· 바지락 · 대수리 · 보말고둥인데 말입니다.

고향 갯벌에 있는 두 동강 난 뗏목
 고향 갯벌에 있는 두 동강 난 뗏목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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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주인을 잃어버리자 배도 주인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느 누구 하나 주인 잃은 배를 찾아주지 않습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배를 보면 얼마나 쓸쓸한지 모릅니다. 주인도 처음에는 이 작은 배를 얼마나 아꼈지만 이제는 버렸습니다. 갯벌도 조금씩 생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주인 잃은 배
 주인 잃은 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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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강 난 뗏목 주인 잃은 배처럼 갯벌이 죽어가고 있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침밥을 짓는 이웃집 연기처럼 아직 고향은 정감과 따뜻함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아궁이에 불을 집혀 밥을 짓는 옛스러움이 넘치는 곳이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장작불로 지은 밥맛은 최첨단 밥솥은 따라 올 수 없습니다. 아침밥 짓는 연기를 보면서 죽어가는 갯벌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웃집에서 아침밥을 짓는 연기
 이웃집에서 아침밥을 짓는 연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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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는 '질매섬'이라는 아주 작은 섬이 있습니다. 둘레가 겨우 150m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질매섬은 어릴 때 동무들과 함께 뛰어놀고, 함께 뒹굴면서 지냈던 추억이 어린 곳입니다. 고향에 가면 질매섬에 갑니다. 옛 동무들이 기억나기 때문입니다. 동무들은 어디론가 다 떠났지만 아직 질매섬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땅을 그대로 두면 다시 찾아왔을 때 옛 추억을 떠올리는 선물을 주는데 사람은 땅을 파헤치고 있으니 언제쯤 그 오만함을 버릴까요.

고향에 있는 '질매섬'으로 불리우는 아주 작은 섬
 고향에 있는 '질매섬'으로 불리우는 아주 작은 섬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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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릴 때부터 있던 정자나무를 보았습니다. 두 아름도 넘는 커다란 나무입니다. 웅장함을 잃어버리지 않지만 웅장함을 뽐내지도 않습니다. 자기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쉼터가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나무와 하늘이 만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나무와 하늘이 만났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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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비하면 저 멀리 있는 할머니는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할머니는 정자 나무와 한 평생을 함께 했습니다. 할머니가 호흡을 멈출지라도 나무는 사람이 베어내지 않는 이상 더 오랫동안 생명을 이어갈 것입니다.

서서히 죽어가는 갯벌을 보았지만 아침밥 연기와 질매섬, 나무를 보면서 아직 고향은 희망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고향이 좋은 이유는 바로 과거를 기억나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이 있음을 깨닫을 주기 때문입니다.


태그:#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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