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급에 들어갔더니 학급급훈에 “Leaders are Readers”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서양 속담으로 “지도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라는 뜻입니다. 아! 참으로 재치가 있고 훌륭한 급훈입니다. 이런 선생님이 많아지면 학생들도 책을 많이 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의 계절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책읽기의 중요성에 대한 캠페인과 교육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학생들이 학교공부에 많이 지쳐있나 봅니다. 아니면 인터넷 게임이나 TV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책을 읽는 학생은 갈수록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걱정입니다.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간접경험이나 간접체험을 통해 자신의 이상과 생각을 키울 수 있는데 말입니다. 학생들은 책보다는 가벼운 오락거리나 인터넷 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갈수록 생각도 짧아지고 깊이도 낮아지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책읽기는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행사나 도서관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학교장의 사고와 의지에 따라 분명 차이가 있지만, 시험에 매달리는 학생들에게 독서는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교과공부를 통해 어느 정도 보충이 됩니다. 그러나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은 책이라도 읽도록 학교에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하는데 자율학습과 야간자율학습은 강제적으로 시키면서도 학생들의 책읽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각 학교마다 해마다 수백만의 책을 구입하여 거의 2만권이 넘는 책들이 학교도서관에 있지만 이용하는 학생의 수는 지극히 미약합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갈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1학년 신입생 때부터 도서관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학생이 책을 많이 읽고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독서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고 생활입니다. 책읽기는 일생동안의 가장 중요한 투자입니다. 책읽기가 비록 인터넷 세대에게는 거추장스러울지는 몰라도 학습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흔히 배경지식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됩니다. 배경지식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책읽기입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 배경지식을 쌓을 수도 있지만 책읽기만큼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대학입시를 위해서도 책읽기는 중요합니다. 교과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은 내신성적은 좋지만 수능성적은 내신에 비해 좋지 않은 경우를 종종 봅니다. 십중팔구는 독서량의 부족입니다. 특히, 초·중등학교 때의 독서량은 수능시험에 필요한 배경지식에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책읽기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읽어야할 책을 중학교 때 읽는다든가 중학교 때 읽어야할 책을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읽는다면 책읽기의 효율성이나 감동은 크게 반감됩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책읽기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학교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지나친 입시교육이나 경쟁교육을 지향하는 지식중심(Knowledge - core) 교육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학교장의 의지와 사상에 따라 얼마든지 효율적인 책읽기 교육은 가능합니다.
학생들의 생각의 깊이와 높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책읽기 교육이 필요합니다. 인터넷 게임이나 TV라는 단순한 오락꺼리에서 아이들을 탈출시키는 방안 중의 하나는 책읽기입니다. 통계적으로도 책을 가까이하는 학생은 인터넷이나 TV와 거리를 두는 학생이 많다고 합니다. 인터넷 게임과 TV에 대한 청소년의 중독은 이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갈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독서교육에 학교와 학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학생들이 적어도 한권의 책이라도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해마다 독서량에 대한 통계가 발표되면 독서량의 적음에 놀라고 또 창피스러워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도 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자주 보여주어야 합니다.
책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중근 애국지사가 붓글씨로 쓰신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안재(南安齋) 선생이 소장하고 있는 추구(推句)에 따르면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뜻입니다.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는 참으로 적당한 말입니다.
우리 입속에 음식을 넣지 않으면 우리의 몸이 살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눈과 입속에 글을 넣지 않으면 우리의 정신과 마음이 죽습니다. 이제 책읽기에 참으로 좋은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책읽기가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이제라도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