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14회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자신인상, 인기스타상, 앙상블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한국어판 뮤지컬인 <노트르담 드 파리>가 김해 문화의전당에서 오는 24일부터 10일간 앙코르 공연된다.
<피가로의 결혼>으로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연출상(제5회)을 받은 적이 있는 박종선 김해문화의전당 예술감독을 20일 정오경 전당 로비에서 만나 이번에 앙코르 공연되는 뮤지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중에 이번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곱추인 '콰지모도' 역으로 남우 조연상 후보(당일 저녁 남우조연상 수상함)에 오른 배우 서범석씨 이야기가 우연히 튀어 나왔다. '옳거니 잘 됐다' 싶어 이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번에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서범석씨는 제가 서울에서 극단 '맥토'를 운영할 적에 단원으로 인연을 맺었어요. 서범석씨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지 않았어요. 본인이 뮤지컬을 하겠다고 해서 극단에서 처음에는 연구생으로 시작했어요."
- 서범석씨가 연극을 전공하지 않아 극단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겠어요.
" 가만히 보니 남달리 의지가 강하고 연습벌레였어요. 자신이 연극 전공자가 아니라서 더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극에서 여러 배역을 맡으면서 경험과 더불어 차츰 실력도 쌓여갔죠."
- 배우로서 서범석씨 장점이 뭐라 생각하나요.
" 이 사람의 장점은 작품을 받으면 분석을 철저히 하고 이를 배역에 잘 반영한다는 거죠. 아주 계산적으로 철저하게 분석해서 무대에서 그 열정을 쏟아내요.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평을 잘 들어요.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 그걸 고치려고 노력해요. 그 자세가 참 좋아요."
- 이번에 서범석씨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이번에 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상을 받으면 박수를 보내고 싶고 저도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20일 저녁에 개최된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서범석씨가 남우조연상을 받은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뮤지컬로는 국내 최초로 한국어로 번역되어 작년 10월 23일 서울이 아닌 경남의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이후 서울, 성남,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25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으며, 정확히 1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앙코르 공연도 김해에서 시작하여 전국 순회공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앙코르 공연을 위해 지난 주 15일에 무대설치를 마치고 18일 토요일부터 배우들이 공연을 위해 김해로 내려와 본격적인 연습을 하고 있다.
박종선 예술감독은 뮤지컬의 주제를 이렇게 말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사랑, 타락, 혁명 등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지만 에스메랄다라는 아름다운 집시 여인을 두고 벌어지는 곱추와 신부, 장교의 사랑이 주제라 할 수 있겠죠."
극에서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인 프롤로와 성당의 종지기인 곱추 콰지모도, 근위 대장인 페뷔스가 에스메랄다를 사이에 두고 사랑과 증오, 갈등관계를 만들어 간다.
"근위대장인 페뷔스, 주교인 프롤로와 그의 종지기인 콰지모도의 사랑방식은 각기 달라요. 신부는 '정신적인 사랑'을 하였고, 콰지모도는 '흠모하는 사랑'을 하였고, 근위대장은 '자신감, 우월감으로 대하는 사랑'을 하였죠. 하지만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 자체는 같지 않겠어요. 신분과 지위를 떠나 사랑은 평등한거죠."
뮤지컬의 전체 분위기는 차갑다. 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열망하는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뜨거운 사랑이 있어 극에 훈기가, 생기가 살아나는 것일까.
"보통 뮤지컬은 노래와 대사를 같이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가 없는 음악극이라 배우들이 연기하기가 더 어려워요. 하지만 배우들의 소리도 빠지지 않고, 힘도 있고, 잘 훈련된 배우들이 많아졌어요.외국배우들 못지 않게 탄탄한 실력을 갖췄어요."
보통은 서울에서 공연이 시작되어 지방으로 순회공연하는 것이 흐름인데 어떻게 지방인 김해에서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오랫동안 공을 들였죠. 프랑스에서 예술감독과 기술감독이 김해에 직접 왔어요. 뮤지컬에 동원되는 장치들이 많아 공연이 가능한지 파악하기 위해 온 거죠. 부산지역의 공연장을 둘러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김해문화의전당 시설과 무대를 자세히 둘러보고는 만족해했어요."
성당 종지기의 비천한 신분으로, 곱추라는 신체적 결함에도 에스메랄다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자유에 목말라 했던 콰지모도가 불렀던 "닫혔던 그 문을 열어 주었네. 그들은 해방과 자유를 얻었네"라는 '자유와 해방'의 노래를 들으며 신부와 콰지모도, 근위대장의 사랑방식은 다르지만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자체는 같다는, 신분과 지위를 떠나 사랑은 평등하다는 슬픈 이야기를 이번 앙코르공연에서 귀기울여 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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