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순 의원(서울 송파 병, 민주당)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송파구청장'이다. 그는 스스로도 '평생 송파구청장'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송파구청장에 애착을 가질 만한 사연이 있다.
육군사관학교를 중퇴하고 단국대 정외과를 졸업한 김 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시 보건사회국장·문화관광국장·중구청장 등을 지냈다. 특히 그는 88년 송파구가 강동구에서 분리되어 나올 때 초대 구청장을 지낸 걸 시작으로 4번에 걸쳐 송파구의 행정수장으로 지역을 누볐다.
그 '평생 송파구청장' 김성순 의원이 이제 '공기업 킬러'로 변신해 18대 첫 국감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의 국감활동은 특히 자료 등 '사실(fact)'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무원-공기업-민간기업' 유착구조 파헤쳐 '공기업 킬러'로 부상
김 의원의 첫 번째 타겟은 민영화 논란에 휩싸여 있는 인천공항이다.
그는 인천공항의 지분 49%를 2010년까지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을 세외수입으로 책정한 기획재정부의 국가중기재정계획(2008년~2012년)을 전격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가 서둘러 인천공항의 지분매각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김 의원은 인천공항의 매각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현 정부가 임기 내 지분 매각을 서두를 경우 헐값매각 및 국부유출, 특혜의혹에 대한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김 의원은 한국토지공사(토공)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토공 직원들이 지난 2006년과 2007년 '해외 선진사례 조사' 등을 핑계로 가족동반 해외관광여행을 다녀왔으며, 특히 소요경비를 관련업체로부터 지원받았다고 폭로한 것.
김 의원의 '토공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의원은 토공이 추진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을 수주받은 5개사의 사장 등 고위직이 퇴직한 토공의 고위간부임을 밝혀내면서 '5조원 규모 PF사업의 사업자 선정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토공의 내부윤리규정을 마련해 토공 간부들의 이해관계 업체에 임원으로 취업하는 것을 퇴직 후 일정기간 이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윤리규정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도로공사(도공)도 김 의원의 국감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도공도 퇴직자들이 만든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도공에서 제출한 '고속도로 휴게시절 운영 현황'을 근거로 "도공이 퇴직 직원들이 100% 출자한 한도산업에 수의계약을 통해 휴게시설 사업자로 선정해주는 등 오랫동안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김 의원은 국토해양부 퇴직공무원들의 취업현황까지 분석하면서 '공무원-공기업-민간기업'의 유착구조를 파헤쳤다. 그의 분석은 퇴직 공무원과 공기업 인사들이 어떻게 공생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분석에 근거한 탁월한 '물국감'.... 차기 서울시장 도전하나
특히 김 의원은 '물'과 관련된 국정감사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먼저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여론에 밀려 포기한 한반도 대운하가 10년 전에 이미 '경제적 타당성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국토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수행한 연구결과 보고서를 통해서다.
또 김 의원은 서울시와 인천시의 물값과 관련 '원수료' 비교분석을 통해 서울시가 인천시보다 물 사용량이 많으면서도 시민 1인당 원수료는 인천시가 5.7배나 높게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공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7년 한해 동안 서울시민은 1인당 4640원의 원수료를 부담한 반면, 인천시민은 1인당 2만6529원의 원수료를 부담했다는 것.
국감 중 보도자료와 관련된 흥미로운 해프닝이 있었다. 김 의원실은 서울시 국감자료에 애초 '차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성순 의원'이라는 구절을 적었다가 나중에 이를 지운 뒤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보좌진이 김 의원의 야망을 슬쩍 드러낸 셈인데, '일하는 국회의원'을 표방한 그의 정치적 행보가 주목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의 강남벨트에서 당선된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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