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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일명 '부동산 PF')이 한국 금융시장의 '복병'으로 대두되고 있다. 부동산 PF란 금융업체들이 부동산 개발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부동사 PF는 근래 대규모 건설 사업을 벌이는 경우나 시공사의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많이 활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함과 동시에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건설사들이 부동산 PF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쓰러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쪽에선 대규모 개발, 한쪽에선 미분양 펀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건설업지원방안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건설업지원방안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심지어 미분양 아파트를 싼값에 매수해서 건설업자 대신 처리해주는 '미분양주택 처리 전문회사(일명 땡처리업자)'들마저도 '이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면서 미분양주택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2009년부터 10년 동안 주택 500만 채를 짓겠다는 '9·19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후속조치로서 9월 30일에는 대대적인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발표했다. 9월 22일 서울 여의도 면적의 72배에 달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해제된 지 8일 만이다.

안 그래도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부동산·건설 시장에 이런 식으로 무리한 개발계획들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곧 있으면 2기 신도시 계획에 따라 올해 말부터 57만여 가구에 달하는 물량마저 쏟아져 나올 태세인데 말이다. 누가 봐도 '신도시 계획으로 경기부양 해보겠다'는 인위적인 '포클레인 성장' 계획이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 10월 21일에는 주택투기구역 해제 조치까지 덧붙였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이 전체 집값의 40%에서 60%선까지 높아지는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가 크게 늘어난다. 사람들이 빚으로 집을 사도록 부추겨서 인위적으로 부동산 수요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인데, 무리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대규모 금융부실이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부른 1차 원인임을 생각해보면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

이래 놓고서 건설업 지원 대책도 발표해, '미분양 펀드'를 조성함과 동시에 정부 대행 공공기관들이 건설회사들을 위한 지급 보증을 서주고, 나아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정부가 직접 미분양주택(나중에 다시 되파는 조건으로)을 매입하겠다고 한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한쪽에서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낸 뒤 다른 한쪽에서 국민의 세금을 투여해 이를 메우려는 방식을 사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나라당 대선주자 시절(2006년 11월 28일) "(노무현) 정부가 추진 중인 신도시 건설은 5~10년 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다.

금융자본주의라는 '독약', 아직도 뿌리치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22일자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이번 금융위기는 감독 시스템의 메커니즘이 현재 금융계의 발전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생각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며 대폭적인 개혁이나 새로운 금융기구의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정상들이 추진하려 하고 있는 '신 브레튼우즈 체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신 브레튼우즈 체제' 논의의 핵심은 지금까지 완전자유방임상태에 있던 금융시장을 규제·통제·감독하는 국제적 틀과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규제 시스템 지지 발언을 하는 와중에도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철저한 금융규제 '완화'를 밀고 나가려는 태세다. 이명박 정부는 10월 13일 금산분리제도(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제도) 완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①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을 산업자본이 종전 4%에서 1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확대 ② 금융지주회사 및 보험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는 것 허용 ③ 해외에서 산업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은행에게도 국내은행의 인수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금산분리 완화 방안의 일부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일명 '자본시장통합법')과 연결되어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기본 취지는 증권거래법, 종합금융회사법, 자산운용업법 등의 금융관련 법안을 하나로 통합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주식·은행 등의 금융분야들을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금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 완화 등의 조치들이 실현되면 재벌기업들은 대규모 금융복합산업체를 통해 자유롭게 금융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며, 해외금융회사들은 훨씬 자유롭게 한국 금융시장에 발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금융자본의 천국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시도다.

규제 없는 자유금융시장 속에서 제멋대로 돌아다니던 금융투기자본은 실물경제에 기반하지 않은 거대한 '금융거품'을 만들어냈고,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그 거품이 터지면서 실물경제, 나아가 서민 개개인의 삶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자본주의의 무한 팽창이 어떠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덕분에 이제는 오히려 금융 '규제'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려는 참이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극단적인 금융자율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래 놓고서 "이번 금융위기는 감독 시스템의 메커니즘이 현재 금융계의 발전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생뚱맞은 행동인가.

오락가락 행보 그만하고 실물 중심, 노동 중심의 경제를 보라

오락가락하는 환율정책과 부동산 정책, 경기부양책 속에서 때아닌 '금융자율화'의 깃발을 펄럭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수많은 민중의 삶이 자꾸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운영자,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가릴 것 없이 말이다.

언제쯤이면 이명박 정부가 1% 금융자본주의의 허망한 꿈에서 깨어 내수 중심, 실물경제 중심, 노동 중심, 민족 중심의 경제를 바라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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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언론비평웹진 필화(www.pilhwa.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PF#금산분리#투기지역해제#이명박 정부#금융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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