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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에서 21명의 연예인응원단이 10일간 2억여원의 혈세를 썼다고 세상이 온통 난리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국민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로서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까지 쫓아가서 내 나라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그게 무어 그리 나쁜 일인가.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 돈이 아닌 자신들의 인기를 뒷받침해주는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본래의 목적인 응원보다 여행이라는 젯밥을 더 많이 먹고 즐기고 왔다면 그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10일동안 그렇게 무수하게 많이 열린 경기들중에서 고작 8경기만 응원하고 숙박비로만 1억1천여만원을 썼다는 것 아닌가.

 

이들은 10일간 8경기 응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런저런 보도를 종합해 볼 때 이들이 구입했다는 관람권으로 지출한 내역은 고작 야구 22장, 농구 10장뿐이다.

 

21명의 응원단이 전부 야구경기를 응원했다고 해도 10장뿐인 농구장 관람권으로 10명이 응원할 때 나머지 11명은 어디서 뭘 했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8경기 응원을 했다는 것이 맞다면 2경기만 경기장에서 응원을 했고 나머지는 길거리응원이라도 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그렇지도 않다. 관람권을 구하지 못해서 식당 등에서 밥을 먹으며 응원을 했다고 하니 더 기가 막힐 일이다.

 

그렇게 치자면 정부는 당시 올림픽을 관람했던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도 하다못해 8월 한달간의 TV수신료를 면제해주는 등의 혜택이라도 줘야 한다. 스포츠에 어지간히 관심이 없는 내가 응원한 경기만 해도 수영과 야구, 축구, 배드민턴 등 8종목이 넘는다.

 

올림픽경기를 관람하느라 잠까지 설쳤던 이땅의 수많은 국민들이 나랏돈 2억여원을 가지고도 고작 8경기밖에 응원 못한 연예인 응원단보다 백 배 장하다.

 

연예인응원단과 관련된 여러가지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응원'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쇼핑이나 관광을 더 즐긴 것으로 보여진다. 참 한심하다.

 

하긴 나랏돈은 눈먼 돈으로 빼먹는 놈이 임자라는 말도 있다. 예산을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탤런트 출신 연예인이고 보면 응원전을 기획했던 강병규 단장은 줄을 참 잘 섰고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나랏돈을 용하게 잘 빼서 썼다는데 대해서 현명하다고 칭찬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같이 동참한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공인(公人)들인 연예인들이 그래서는 안된다. 이는 국민을 기만한 사기가 아닌가.

 

처음 강병규를 중심으로 연예인응원단이 구성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들이 정말 대단하는 생각을 했었다. 10일씩이나 올림픽응원을 위해 국내에서 자리를 비운다는데 대해 운동경기를 사랑하고 한국선수들을 응원하려는 그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순수하게 자비를 들여 갈 경우(매니지먼트에서 비용을 댄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동안에 일을 해서 벌 수 있는 기회비용은 물론 사용한 경비까지 이중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단해 보일 밖에.

 

'무한도전'과 달리 방송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면 순수하게 자비를 들여 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들이 대단해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끼 많고 재주 많은 연예인들이기에 조직적으로 다른 한국인 관람객들을 이끌며 대한민국의 선전을 위해 응원할 것이라는 기대도 했었다.

 

그런데 국민들의 세금으로 그것도 응원도 제대로 못하고 부부동반으로 수행원까지 대동하면서, 응원보다는 관광 위주의 응원전을 펼쳤다니, 한심하다. 아니 그런 발상을 했다는 자체가 괘씸하다.

 

강병규를 비롯한 연예인응원단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흥청망청 사용했던 국고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들이 정말 공인이 맞냐고, 그리고 우리 주위에는 겨울철 난방을 위한 연탄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벌써부터 겨울나기를 고민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미안하지도 부끄럽지도 않냐고.

 

연예인응원단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여행도중에 사용한 핸드폰사용료까지 나랏돈으로 빼먹은 그들의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공중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에서도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나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닐게다.

 

그리고 국정감사를 통해 연예인들의 괘씸함을 국민들이 알도록 해 준 민주당 최문순 국회의원에게도 감사를 보낸다. 최문순 의원이 없었다면 연예인응원단의 행태를 국민들은 몰랐을 것이고 그들은 동계올림픽에 가서도 응원을 하겠다며 나섰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연예인응원단,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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