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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살림
책표지살림 ⓒ 이명화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책,<마지막 강의>는 2007년 9월 18일, 말기 췌장암에 걸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카네기멜로 대학 컴퓨터공학교수 랜디 포시(47세)가 펴낸 책이다. 그가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고난 뒤, 피츠버그 캠퍼스에서 대학생과 교수들 400명을 앞에 두고 펼친 강의가 담긴 동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천만이 넘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207년 10월 20일, 미국의 인기 TV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초대받아 방청객들과 시청자들을 울렸다.

 

또한 미국의 ABC방송은 올 4월 9일에 랜디 포시의 투병기와 그의 마지막 강의 내용을 특집으로 내보내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었다. 랜디 포시의 강의는 결국 책으로 엮어졌고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즈의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췌장암으로 3개월에서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한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고 공감하고 눈물을 짓는가?!

 

이 책을 펼쳐들고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전혀 죽음을 앞둔 사람의 숙연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생생하고 밝고 삶에 대해 얘기하는 저자의 육성을 듣는 듯 하여 내심 의아하기도 했다. 정말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죽음을 앞둔 랜디 포시는 죽음을 말하기보다 삶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생애 마지막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그가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체득한 삶의 즐거움과 교훈들을 이야기하며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독자들이 느끼게 한다. 주인공 랜디 포시는 죽음을 앞두고 그 남은 삶의 시간을 더 소중하고 귀하게, 그리고 정말 사는 것처럼 살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세 명의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이며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의 여자와 결혼해 살고 있다. 하지만 또한 그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낙담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자신이나 가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가 말 한대로 그는 ‘죽음에 대비하며 살고 있지만 동시에 그는 '아직 죽지 않았으므로 그 누구보다도 살아 있는 것처럼 살고’ 있었다. 그 생생한 모습이 독자들에게 더 어필되고 공감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은 삶을 치열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그 처절한 노력이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관심과 사랑과 눈물을 짓게 했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 강의’를 통해 어린시절 꿈을 이루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부모님과의 추억과 소중한 교훈들, 그리고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생활, 아이들에 대한 사랑,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그가 살아가면서 터득한 지혜들의 보고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가 어릴 때 꾸었던 꿈을 이루었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이루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이 역력히 드러난다. 맨 마지막 장에 세 아이를 안고 있는 그의 사진에서 지금까지 활기찬 그의 목소리를 듣다가 문득 숙연해지면서 코끝이 찡해진다.

 

아직도 어린 세 아이들, 그 아이를 안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아직 어린 세 아이들에게 더 이상 곁에 있어줄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그의 부성이 가슴 찡하게 만든다. 세 아이들과 함께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안 그는 비록 함께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겠지만 그래도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는 마지막 강의를비디오 테이프로 녹화하고 책으로 펴내 아이들이 훗날 볼 수 있도록 만든 그의 사랑이 마음에 와 닿는다.

 

“교양 강의라는 명목 아래 나는 스스로를 병 속에 넣었다. 이 병은 미래의 어느 날, 바닷가로 떠 내려와 내 아이들에게 닿을 것이다. 만약 내가 화가였다면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음악가였다면 작곡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강의를 하는 교수다. 그래서 강의를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그는 인생의 즐거움과 가치에 대해, 그리고 그가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지금의 삶에 감사하게 만든다. 우리들은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누구나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 삶의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열심히 치료를 받고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으므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살고 있었다. ‘시간은 명쾌하게 관리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불평하는 것은 전략이 될 수 없다. 우리 모두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불평하는데 쓰는 아주 약간의 시간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좋을 게 없지 않은가.”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그가 남긴 동영상을 보았다. 아직도 젊고 활기차고 명석한 그의 반짝이는 눈과 유쾌하게 강의하는 모습을 보았다. 책을 읽고 강의 동영상을 보면서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이 더 가깝게, 감각적으로 와 닿았다. 우리는 이 시간, 오늘 주어진 삶의 선물, 오늘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 랜디 포시는 우리들에게 물음을 던진다.

 

“스스로에게 물어라. 옳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그것들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나는 내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옳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그것들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한정된 삶을 성실하게 살았던 세 아이의 아버지요 남편이요 교수였던 한 남자의 이야기,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은 또 자신을 향해 물음을 던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살림(2008)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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