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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과군이 주관해 벌인 계룡군(軍) 문화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사망한 고 은경민군(8)의 유가족들은 "항의 전화를 하니까 그때서야 계룡시 부시장과 육군본부측 관계자가 장례식장을 찾아왔다"며 "어린생명이 죽었는데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렀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숨진 은군의 아버지 은아무개(30)씨는 장애3급으로 오른팔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부인과 이혼한 후 외아들을 돌보기 위해 조그만한 식당을 운영해 왔다. 은군은 4살때부터 할아버지와 생활해 왔다.  

숨진 경민이의 큰아버지인 은하배(32)씨는 "경민이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삶의 전부였다"며 "애 아빠의 경우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장례식 후 한동안 일체 연락을 끊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을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격자에 의하면 경민이가 행사장 도로를 건너다가 행사장을 도는 셔틀버스 조수석쪽에 치여 바퀴에 깔렸다고 한다"며 "번잡한 곳에서 주최측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 현장을 목격한 박아무개(고2)군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셔틀버스 조수석 쪽 앞바퀴에 치인 후 뒷바퀴에 끌려갔는데도 버스 운전기사가 계속 차를 움직여 주위 사람들이 큰 소리를 치고서야 차가 멈췄다"고 말했다.

"사고원인은 안전관리 소홀"

사망사고가 발생한 행사장 도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행사장 도로
ⓒ 육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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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배씨는 "안전관리 소홀로 사람이 죽었는데도 주최측이 행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울화통이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경민이가 사망한 당일에 장례식장에 안치됐지만 행사 주최 측에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다음 날인 20일 오후 1시 경 계룡시청에 직접 전화를 해 '왜 와보지도 않느냐'고 항의했다"며 "그때서야 계룡시 부시장과 직원 몇명, 육군본부 측 중령이 찾아왔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계룡시와 육군본부 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특히 육군본부의 경우 관계자가 '상관이 해외출장 가서 모르겠다며 돌아오면 상의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은군의 아버지 은아무개씨는 외아들을 잃은 충격에 장례식을 마친 후 한동안 가족들과 연락을 끊다 23일 늦은 밤이 돼서야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9일 (재)계룡군문화 발전재단(이사장 최홍묵 계룡시장)과 육군본부가 각각 같은 장소에서 주최한 제2회 계룡군문화축제와 제7회 지상군페스티벌 행사 도중 행사장을 순회하는 셔틀버스에 은경민군이 치여 사망했다. 하지만 행사를 총괄한 계룡군문화발전재단 이사장인 최홍묵 계룡시장은 언론에 '사고 없이 무사히 성황리에 행사가 끝나 감사하다'는 요지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다음은 23일 저녁 고 은경민군의 큰아버지 은하배씨와 한 인터뷰 요지.

- 숨진 경민군은 어떻게 생활해 왔나?
"경민이는 외아들이고 4세 되던 해 아버지가 이혼한 후 줄곧 할아버지와 생활해왔다. 경민이 아버지가 작은 식당을 운영했는데 식당이 집에서 멀고 늦게 끝나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벌어 돌봐 왔다."

- 경민이는 이날 계룡군(軍) 문화축제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경민이는 구김살이 전혀 없는 밝고 명랑하기 그지없는 아이였다. 이날도 같은 반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서 축제를 간다고 해 단체로 같이 갔다."

- 처음 사고 소식을 들은 때는 언제였나?
"아버지인 남동생이 오후 5시 반 경 처음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가보니 이미 숨이 멈추기 직전이었다. 계룡시 공무원 1명만이 응급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축제장에서 병원까지는 평소 구급차로 15분 이내 거리인데 축제 마지막 날이라 길이 복잡해 후송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육군본부, 상관 해외출장 가 모르겠다고 하더라"

계룡군문화축제 현장
 계룡군문화축제 현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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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전관리 소홀이다. 사고현장은 형태만 도로일 뿐 군사용 비상 활주로라고 한다. 이 도로는 사실상 축제장의 일부다. 사고 발생당시에는 축제 관람을 마친 관람객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목격자에 따르면 경민이는 축제장을 둘러본 후 교회 고등학교 형과 길을 건너다가 행사장을 도는 셔틀버스 앞 바퀴에 치여 앞바퀴에 깔렸고 다시 뒷바퀴에 끌려서 몇 미터를 더 끌려갔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조사과정에서는 뒷바퀴에 치인 것이고 단순한 교통사고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행사를 주최한 계룡시나 육군본부 측의 사고 후 대응은 어떠했나.
"사고 당일 아이를 장례식장에 안치했다. 행사 주최 측에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다음 날인 20일 오후 1시경 계룡시청에 직접 전화를 해 '왜 와보지도 않느냐'고 항의했더니 그 때서야 계룡시 부시장과 직원 몇 명, 육군본부 측 중령이 찾아왔다. 어린 생명이 죽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계룡시와 육군본부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육군본부의 경우 장례식이 끝난 뒤 연락했더니 관계자가 '상관이 해외출장 가서 모르겠다. 돌아오면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이가 없다."

- 계룡시와 육군본부 측에서는 행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계룡시장은 '아무런 사고가 없이 행사가 잘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안전관리소홀로 사람이 죽었는데도 주최측이 행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울화통이 치민다."

- 경민이 아버지는 어떤 상태인가?
"경민이는 아버지의 전부였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장례식 후 한동안 일체 연락을 끊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을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태그:#군문화축제, #안전관리소홀, #계룡시 , #육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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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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