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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강동균 회장이 지난 10일부터 해군기지에 반대하며 노상에서 단식농성을 이었왔다.
▲ 단식 중인 강동균 회장 강정마을 강동균 회장이 지난 10일부터 해군기지에 반대하며 노상에서 단식농성을 이었왔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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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계획에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던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이 단식을 시작한 지 15일째 되는 24일 오후 ‘단식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강동균 회장이 노상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제주도청 주변에서는 여러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13일에는 도청 공무원들과 경찰들이 농성장에 있던 주민들을 강제로 끄집어냈고, 단식농성장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완강하게 저항하던 강동균 회장이 다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천막을 칠 수 있도록 농성장을 내 달라’는 요구도, 도의회로부터 묵살당했다.

제주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던 17일에는 제주해군기지에 찬성하는 도내 단체들이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 철회를 주장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강회장은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었다. 그럴수록 더 많은 지지자들이 찾아왔다.
▲ 강동균 회장 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강회장은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었다. 그럴수록 더 많은 지지자들이 찾아왔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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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열정은 높아만 갔다. 강동균 회장이 노상에서 단식을 잇는 동안 주민들은 주야교대로 1인 시위와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이후 1년 6개월간 주민들이 걸어왔던 험난한 여정이 지난 15일 동안 도청 앞에서 압축적으로 재생되는 듯했다.

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강동균 회장은 “어쩌면 이번 단식이 연말까지 가야할 지도 모른다”고 했다. 해군기지를 철회시키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주변에서 건강을 우려하는 사람이 있을 때면, 강동균 회장은 웃으며 “단식하며 술과 담배를 끊으니 몸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라며 안심시켰다.

지병인 당뇨병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매일 스스로 혈당을 체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집요하고 결연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이 단식을 중단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강동균 회장의 어머니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들을 쳐다보고 있다. 강회장의 어머니는 매일 농성장을 찾아와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 어머니 강동균 회장의 어머니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들을 쳐다보고 있다. 강회장의 어머니는 매일 농성장을 찾아와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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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발 단식을 중단해달라는 어머니의 애절한 호소가 있었다. 강 회장의 어머니는 아들이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동안 매일 농성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당뇨병 때문이라도 제발 중단하라”고 호소도 했고, 농성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사람 당뇨병이 있으니 잘 살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천주교제주교회의 강우일 의장이 농성장을 방문한 것도 단식을 중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우일 의장은 24일 오전 9시 20분경 단식 농성장을 직접 방문했다. 강 의장은 그 자리에서 강동균 회장에게 “강정의 아름다운 바닷가에 큰 공사를 한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뒤, “제주도를 사랑하는 도민들과 함께 마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러고 나서 강 의장은 “이제 주민들에게 마을회장이 필요하고, 도정에 대해 뜻을 충분히 전달했고, 주민들이 마을회장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만 단식을 풀고 주민들 곁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강우일 의장이 단식 중인 강동균 회장을 찾아 위로한 뒤, 단식을 중단하라고 권했다.
▲ 강동균 회장을 찾은 강우일 의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강우일 의장이 단식 중인 강동균 회장을 찾아 위로한 뒤, 단식을 중단하라고 권했다.
ⓒ 제주의소리 김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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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의장은 지난 16일 한국천주교 2008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를 이끌 의장에 선출되었다. 천주교 제주교구를 대표하는 주교로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투쟁하는 주민들과 뜻을 함께해왔다.

강 회장이 단식을 중단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 가장 결정적인 것은 마을 주민들이 강동균 회장에게 쓴 편지였다.

24일 오후 강정마을 주민 30여명이 농성장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주민들은 강동균 회장에게 단식을 중단하라고 설득한 후, ‘당신이 있어서 해낼 수 있습니다'란 제목의 편지를 전달했다.

“그동안 해군기지 반대 1년 6개월간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내려도 우리 강정 주민들의 마음은 언제나 하나였다. 남몰래 흘리던 강 회장님의 눈물도 기억한다. … 아직도 우리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보다 더 험한 고난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마을회장님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강동균 회장을 찾아와 편지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 주민들 강정마을 주민들이 강동균 회장을 찾아와 편지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 제주의소리 김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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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던 강동균 회장이 눈물에 막혀 편지를 읽지 못하자 주민 중 한명이 대신 편지를 읽었다. 주민들의 뜻을 확인한 강동균 회장은 결국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몸을 회복되면 다시 싸우겠다”며 투쟁의지가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강정마을회 주민들은 지난 7일, 제주도청 앞에서 해군기지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10일에 이르러서는 강동균 회장이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강 회장이 농성을 정리한 24일은 천막농성 18일째, 단식 15일째 되는 날이다.

강정마을회는 강동균 회장이 단식농성을 중단한 이후에도 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태그:#강정마을, #단식농성, #해군기지반대,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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