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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후 자유를 얻은 손. 손의 자유는 인간에게 자신이 얻은 자유보다 더 큰 자유를 주었다. <탈무드>에 '사람은 태어날 때 두 손을 꼭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에는 이와 반대로 두 손을 펴고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손은 무언가를 다 움켜잡을 수도 있지만, 빈손이 되어야만 비로소 손다운 손일 수 있다.
 

 
누군가의 손을 잡으려면 빈손이어야 한다. 무언가를 가득 움켜쥐고는 남의 손을 잡아 줄 수 없다. 제 손에 움켜쥔 것을 내려놓거나, 나눠주는 행위를 통해 빈손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손, 나는 예쁜 손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예쁜 손은 보드라운 손이기도 하고, 거친 손이기도 하다. 가녀린 손일 때도 있고, 투박한 손일 때도 있다.
 

 
절망하지 않으려고 불끈 쥔 손에서 희망을 보고, 모든 것을 다 포기하려는 듯 맥 풀린 손에서 절망을 보기도 한다. 주름진 노인의 손에서 세월을 보기도 하고, 인생의 연륜을 보기도 한다.
 
내 손은 때론 꽃 반지를 만들기도 했다.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고, 농사꾼의 손이기도 했고, 노동자의 손이기도 했고, 타자를 두드리는 연약한 샐러리맨의 손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은 모든 것을 포기한 맥 풀린 손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손이기도 했고, 매서운 손이기도 했다.
 

 
이제, 내 손을 살펴야 할 때다. 남의 손을 잡아주지 못할 만큼 너무 많이 움켜진 것은 아닌지, 나눠줄 것도 없는 빈손은 아닌지, 남에게 아프게 다가가기만 하는 손은 아닌지…. 아직 내 손에 다른 이들을 위한 따스함이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내 손에 다른 이들을 위한 따스함이 남아있지 않다면, 그 손이야말로 부끄러운 손이 아니겠는가?

 
꽃반지를 만드는 손, 절망의 자락에서 힘들어하는 손, 악기를 다루는 손, 기도하는 손, 감자를 캐는 농군의 손 모두 아름답고 저민 손이다. 저 모든 손이 내 손이다.

태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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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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