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갑사경내로 들어서자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가 반긴다.마음도 풍성해진다.
 갑사경내로 들어서자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가 반긴다.마음도 풍성해진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가을이 점점 무르익어 갈 때쯤이면 붉은 단풍이 손을 마구 흔들며 어서 오라 손짓한다. 뜨거운 사랑을 불태우고 떨어져 뒹구는 단풍도, 마지막 열애를 꿈꾸며 온갖 힘을 다해 버티는 붉게 타는 단풍도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모든 것들이 결실의 계절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울긋불긋 물든 가을의 정취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싶어 가을을 찾아 떠난다. 여행은 항상 설렘을 안겨주고 풍성한 결실을 맺어준다. 나에게 있어 생활의 활력소인 셈이다. 오래된 고찰 고즈넉한 풍경이 길 떠나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계룡산 갑사를 여행지로 정하고 붉게 타고 있을 단풍을 흠뻑 느껴보리라!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에 위치한 갑사를 26일 찾았다. 휴일을 맞아 단풍놀이 객들과 산행을 하기위해 찾은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갑사 경내에 들어서자 감회가 새롭다. 갑사는 결혼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각오와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남편의 제의로 산행을 했던 곳이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언제나 고행이라 생각했었고 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곳을 굳이 올라야 하냐며 타박하는 나를 남편은 설득시키며 산을 올랐다. 갑사 입구에 들어서자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정겹게 다가온다. 

붉게 물든 단풍잎이 내리쬐는 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붉게 물든 단풍잎이 내리쬐는 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임진왜란 당시 처음으로 승병을 일으켜 왜병들과 싸우다 전사한  영규대사 추모재 행사가 25일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처음으로 승병을 일으켜 왜병들과 싸우다 전사한 영규대사 추모재 행사가 25일 있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가족들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연등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가족들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연등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대웅전 앞에 다다르자 이색적인 모습이 보인다. 커다랗고 화려한 천이 기둥에 묶여있다. 안내자에게 무슨 의미로 묶여 있는지 물어보자 개산대재와 영규대사 추모재와 산중음악회가 25일 있었다 한다.

임진왜란 당시 처음으로 승병을 일으켜 왜병들과 싸우다 전사한 영규대사의 충의를 포상하여 당시의 뜻을 기리도록 갑사에 표충원을 세웠는데 올해로 순국 416주년  영규대사 추모재행사가 있었단다.

갑사 경내는 작고 아담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돌아볼 수 있지만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면 신기한 모습들도 발견할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한편에 부서진 기왓장 사이로 오래된 이끼가 세월을 이야기 해주듯 켜켜이 쌓여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사이로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붉은 장미 한 송이가 늦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홍시가 되어 바닥에 떨어진 감을 먹을 수 없어 안타깝게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흥미로운 모습도 보인다. 가족들의 평안함을 기원하며 매달아 놓은 연등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빛을 받아 선명한 모습으로 반짝거린다. 갑사 근처에 피어있는 연꽃을 주제로 한 작은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계단을 오른다. 주름진 얼굴에 가을 단풍처럼 붉게 물들었다.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계단을 오른다. 주름진 얼굴에 가을 단풍처럼 붉게 물들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떨어진 단풍잎이 흐르는 계곡물에 두둥실 떠내려 간다.
 떨어진 단풍잎이 흐르는 계곡물에 두둥실 떠내려 간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이름모를 산나무 열매도 붉게 영글어 가고 있다.
 이름모를 산나무 열매도 붉게 영글어 가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연꽃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연꽃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할아버지가 감이 매달린 감가지를 들고 흥정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감이 매달린 감가지를 들고 흥정을 하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자연관찰로를 통해 내려오다 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계단을 서로의지하며 올라온다. 두 분의 모습을 보니 세월의 흔적으로 비록 주름진 얼굴이지만 가을 단풍처럼 물들어 붉고 고운 모습이다. 가을 가뭄이 심했었지만 며칠 전 내린 단비 덕분에 졸졸 거리며 흐르는 계곡물 사이로 곱게 물든 단풍이 두둥실 떠내려간다.

관찰로에는 비바람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 느낌이란 보드라운 애기 속살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다. 자연 관찰로답게 떨어진 도토리가 지천이다. 산을 오르다보면 도토리나 상수리 밤 등을 몽땅 주워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참 안타까운 마음이 앞설 때가 많았다.

이곳은 다람쥐나 야생 동물들을 위한 배려가 엿보인다. 군데군데 보이는 벤치에도 낙엽이 수북이 쌓여 가을이 보인다. 걷다 지친 이들을 위한 벤치가 더욱 운치를 더한다. 찬찬히 살피고 가을을 만끽하며 내려오니 이른 시간에 볼 수 없었던 정겨운 풍경들이 보인다. 입구에 감가지를 꺾어 다발로 묶어 파는 상인들이 보인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옛 추억을 더듬으며 감 가지를 들고 흥정을 한다. 요즈음 시골 어디를 가든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가 풍성하지만 마음대로 꺾을 수가 없기에 할아버지께서는 노점에서 파는 감이 매달린 감나무 가지를 사가지고 돌아가 추억을 회상하며 집안 어딘가에 매달아 놓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말랑말랑 홍시가 되면 드시겠지!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고독을 즐기며 지치거든 쉴 수 있는 벤치가  지나가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고독을 즐기며 지치거든 쉴 수 있는 벤치가 지나가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가을을 찾아 떠난 갑사여행은 풍성함과 함께 추억도 함께 나의 마음을 붉게 물들였다. 가을이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이런 충동이 꿈틀거린다면 아담하고 고즈넉한 갑사 여행은 어떨까?


태그:#갑사의 가을풍경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