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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시간이 났다. 연휴만 생기면 집에 앉아 있지 못하는 나는 결국 어딘가로 떠나기로 했다. 베트남 남쪽에 있는 푸콕섬을 택했다(나는 지금 베트남에 살고 있다). 푸콕섬은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생각나게 하는 섬이다. 크기는 제주도에 비교가 안 되게 작지만 베트남 남쪽에 있는 제법 큰 섬이다. 사실 베트남보다는 캄보디아에 가까운 섬이다. 지난번 캄보디아 남해의 보코산 정상에 올랐을 때 바로 코앞에 있던 섬이다.

 

호찌민에서 푸콕섬을 가장 쉽게 가는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와 나는 배를 타고 가 보기로 했다. 비행기로 훌쩍 날아가는 것보다 낯선 나라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여행의 맛을 느끼고 싶어서다.

 

푸콕섬 가는 배를 타려면 락이아(Rach Gia)라는 도시까지 가야 한다. 아침 일찍 배낭을 짊어지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면서 택시 대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랐다. 시내버스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우리를 태운 시내버스는 출퇴근 시간과 관계없이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붐비는 호찌민시 거리를 비집으며 시외버스 정류장을 향해 움직인다.

 

한 시간 이상 버스에서 시달리고 나서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한화 200원 정도 차비를 내고 1시간 이상 버스를 이용했으니 경제적이긴 하지만 벌써 여행을 많이 한 기분이다.

 

표를 사려고 기웃거리는 우리를 향해 표 파는 아가씨들이 손짓한다. 새로 영업을 시작한 한국 버스회사 금호고속이라는 영어 안내판도 보인다. 8000원 정도 요금을 내고 급행버스 표를 샀다. 목적지 '락이아'까지 7시간 걸린다고 표 파는 아가씨가 친절하게 알려 준다. 화장실에 들른 후 오전 10시에 떠난다는 자동차에 올랐다. 이제 여행 준비 완료다.   

 

자동차는 15인승으로 작긴 하지만 제법 깨끗하다. 관광객이 자주 찾는 메콩 강 가는 도로를 타고 처음부터 과속으로 달린다. 2시간 30분쯤 지나 휴게소에 선다. 점심을 위해 정차한 것이다. 얼마나 멈춘다는 이야기도 없는데 손님들은 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향한다.

 

꽤 큰 그러나 조금은 소란하고 지저분한 식당에는 점심을 하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다른 편에서는 과일을 비롯한 특산품을 팔고 있다. 가게 앞에는 고향에 돌아가 정다운 사람과 나눌 물건을 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우리는 과일과 땅콩을 사서 먹으며 점심을 대신했다. 자동차 떠나는 시각을 몰라 주차한 자동차 옆 의자에 앉아 있는데 한두 사람씩 자동차 근처로 모이기 시작한다. 한참이 지나서야 기사 아저씨가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자동차에 오른다.

 

처음부터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는 7시간 걸린다는 예정시간을 1시간 이상 단축하며 6시간 도 안 걸려 '락이아'에 도착했다. 오는 도중에 배에 자동차를 싣고 메콩 강을 가로지르기도 하면서 달려온 먼 거리다. '락이아'는 제법 큰 도시다. 그러나 호찌민시에서처럼 외국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호텔까지 태워주겠다고 호텔명함들을 내보이며 다가서는 사람들을 따돌리고 근처에 있는 노상 카페에 앉았다. 여행의 피로를 풀며 낯선 동네의 분위기를 살피기에는 노상 카페가 최고다. 내가 즐겨 마시는 코코넛으로 여행의 피로를 풀며 주위를 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호텔 간판이 보인다.

 

하룻밤만 지낼 곳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깨끗해 보이는 버스 종점 근처 호텔에 묵었다. 1만원정도하는 저렴한 가격이다. 리셉션에 있는 사람은 영어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눈치가 빠른 직원은 우리가 푸콕섬을 가리라 짐작하고 배 시간과 요금 등이 적혀 있는 팸플릿을 가지고 온다. 직원에게 1만5000원하는 푸콕행 배표를 부탁하고 방에 들어가 더위에 지친 몸을 샤워로 식히니 천국이 따로 없다.

 

새로운 동네 구경도 하고 저녁도 먹을 겸 일찍 밖으로 나왔다. 번잡한 거리를 벗어나 한적한 강을 끼고 아내와 천천히 산책을 하는데 동네 아이들이 졸졸 따라온다. 외국 사람을 처음 보는지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우리를 쳐다본다. 몇몇 아이는 용기를 내어 "헬로" 인사를 건넨 후 쑥스러운지 고개를 돌린다. 

 

계속 걷는데 윗옷을 벗은 한 남자가 꽤 잘하는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미국에 살고 있는데 종종 베트남에 온다고 한다. 지금 사는 집이 2000만원 정도 한다고 한다. 제법 크고 깨끗한 2층 집이다. 베트남에 집 한 채 사두고 미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하면서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한다.

 

낯선 나라에 왔음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재래시장에 들렀다. 저녁 준비를 하려고 나온 사람들로 재래시장은 붐빈다. 바닷가 동네라 그런지 싱싱한 수산물을 파는 곳이 많다. 내일 아침을 위해 내가 흔히 식사 대신에 먹는 바나나를 비롯한 과일을 한 봉지 샀다. 

 

저녁을 해결하려고 호텔 옆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허름한 건물이지만 가라오케 무대까지 갖춘 꽤 넓은 식당이다. 이른 시간인지 손님은 우리뿐이다. 음식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무대 조명에 불을 켠다. 조금은 유치하게 보이는 불빛이 무대를 밝힌다.

 

저녁을 먹고 호텔에 돌아와 조금 있으니 우리가 식사를 마친 식당에서 음악이 들려온다. 가라오케가 시작된 모양이다. 소음 때문에 잠을 청하기가 쉽지 않다. 베트남 사람은 소음에 유난히 관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내일 여행을 위한 휴식을 취한다.   

 


태그:#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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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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