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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장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황산
▲ 안후이성 황산 풍경 중국에서 가장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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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대구 한 여행사에서 보낸 중국 황산 여행팀이 현지 감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건은 한국 여행사가 중국 현지 행사 진행 여행사에 1600만원의 미수금을 주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사실 이 사건은 우리 여행사들의 잘못된 행태와 최악의 시장 상황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여행업 몰락의 조종이라는 점에서 여행업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여행업계의 위기는 올 초부터 빠르게 진행됐다. 티베트 시위와 쓰촨 지진으로 중국 시장이 위기를 맞았고, 독도 문제로 일본 시장이 한 번 강타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류할증료'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항공사들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2005년 7월 도입한 유류할증료는 도입 당시 중국 기준 10달러 수준이었으나 올 9~11월 기준으로 왕복 2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이 조치는 결국 배(항공료)보다 배꼽(유류할증료)이 큰 사태를 빚어내 여행 시장의 축소를 불러왔다.

이후 베이징올림픽은 중국 여행 시장의 최대 악재가 됐다. 7~8월은 베이징 항공권 경쟁이 벌어지는 시기이지만 턱없이 올라간 호텔 이용료, 차량비, 까다로워진 비자 문제로 인해 중국 여행객은 급감했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자금성
▲ 베이징 자금성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자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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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는 환율 급등이 찾아왔다. 달러당 900원대를 전망한 환율은 1400원을 넘어 1500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환율에 대해 항공사 출신으로 중견 여행사를 이끄는 한 사장은 "예전에 계약된 팀은 제발 취소되기를 간청하고 있다"면서 "9월 말에 티베트로 스님들 단체 여행을 보냈는데 수백만 원의 적자를 내서 결국 지난 몇 년 동안 이 단체 여행 상품으로 번 수익을 날렸다"고 푸념했다.

여행사들이 보는 여행업 가능 여부의 마지노선은 '1달러당 1200원' 정도다. 이 중견 여행사 사장은 "이것도 엄청난 수준이지만 만약 연말까지 환율이 이보다 높게 유지된다면 절반 이상의 여행사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연말까지라도 버틸 수 있는 여행사는 양호한 편이다. 이미 경력이 십수년 이상인 여행사들이 문 닫는다는 소식이 하루 걸러서 들려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규모가 큰 대형 여행업체들에도 나타나고 있다. 여행업은 자산을 갖고 하기보다는 시스템과 고객을 생명으로 한다. 수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뛰어들었던 중견 여행업체들은 코스닥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여행업의 선두주자이자 상징적인 회사인 하나투어의 경우 주당 8만2900원까지 하던 호시절이 있었지만, 현재(10월 28일)는 1만2400원으로 최고가의 1/7 수준으로 폭락했다. 당장 1만원선을 방어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이는 롯데관광개발(1만2900원), 모두투어(5140원), 세중나모여행(2050원), 레드캡투어(4330원), 자유투어(1100원) 등 다른 여행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계투어의 경우 주당 210원으로 '껌값' 주식에 합류한 지 오래다.

홍콩으로 가는 여행객들은 이제 거의 자유여행객이 중심이다. 사진은 홍콩 배낭여행자들의 집결지 란콰이펑의 주말
▲ 홍콩 란콰이펑 홍콩으로 가는 여행객들은 이제 거의 자유여행객이 중심이다. 사진은 홍콩 배낭여행자들의 집결지 란콰이펑의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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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 위기 대처 못한 여행사도 문제

그런데 여행업의 위기는 여행사들이 스스로 불러온 측면도 있다.

가장 큰 것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 소비자들의 여행 패턴은 급변했다. 여행 정보 확산으로 인해 쇼핑이나 옵션, 팁으로 딱딱한 여행을 강요하는 패키지 여행 형태에서 항공과 호텔만을 끊는 에어텔, 항공권과 각 지역 교통, 숙소를 서비스하는 배낭 여행, 각 지역에서 자유롭게 여행 장소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 여행으로 패턴이 변해갔음에도 이런 시장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비한 여행사는 거의 없다.

그러는 사이 여행 시장은 급변했다. 홈페이지, 이동전화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는 투어커플의 황광해 사장은 "지난해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의 패턴을 보면 자유 여행이 패키지를 역전했는데, 올초에는 8:2로 자유 여행이 완전히 정착하는 분위기"라면서 "이는 홍콩도 마찬가지인데 상대적으로 패키지가 많은 상하이나 베이징도 곧 자유 여행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행사들의 대비는 거의 없다. 현재 몇몇 대형 여행사들은 해외지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패키지 여행객을 받기 위한 것이지 자유여행객들을 위한 현지 여행 네트워크라고 보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때문에 여행 도착지에는 보통 랜드사로 불리는 현지 여행사가 있다. 한국에 있는 여행사가 현지 여행사에게 현지 진행 부분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그런데 베이징, 상하이, 도쿄, 방콕, 하노이 등은 물론이고 대형 여행 도시에 있는 랜드사들의 상황이나 시스템 역시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10년 넘게 여행사를 겸한 현지 사무실을 운영한 이현용씨는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몇 개의 현지 여행사들이 매년 수만 명에 달하는 여행객에게 서비스한다"면서 "따라서 수준 높은 여행서비스가 가능하지만 한국의 경우 시장이 만들어지면 우후죽순처럼 여행사가 들어서 수준도 낮을 뿐만 아니라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공멸의 길로 가는 게 여행시장의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이런 현지 상황은 저가 패키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여행사와 맞물려 치명적인 여행 시스템을 구축했다. 문제는 최근 상황이 새로운 변칙 상황을 만들었고, 이것이 머잖아 더 큰 여행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패키지에서 자유 여행으로 바뀐 소비자 변화 못 따라가

가령 '베이징 29만9000원'식의 패키지 여행 상품을 다시 점검해 보자. 일단 한국에 있는 패키지 여행사들은 이런 선정적인 가격으로 손님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4성급을 이용하는 베이징 3박 4일 여행객들이 소비하는 최소 비용은 67만원(항공료 11만원+항공 택스 및 유류할증료 24만원+비자 2만원+현지 여행 비용 30만원)(1500위안가량) 정도다. 여기에 여행사의 마케팅 비용과 이윤을 더하면 80만원 정도는 돼야 여행이 가능하다. 최근 현지 진행 경비가 갑자기 두 배로 뛴 것도 여행사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의 거래 관행이다. 사실 저가 패키지의 경우 현지 랜드사에게 주는 랜드비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은 미수금으로 해 둔다. 이런 미수금은 여행사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있다. 이런 관행 때문에 현지 랜드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손님을 유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여행사 자체 구조를 부실하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동포들은 1년에 2~3번은 한국에 와서 미수금을 수금하려 하는데 제대로 돈을 받아갔다는 이는 만나기 어렵다. 대구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의 이번 갈등도 이런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에 여행자들이 불행하게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높은 건물이던 진마오빌딩 옆에 세계금융센터가 새로 자리 잡았다
▲ 하루가 다르게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상하이푸동 가장 높은 건물이던 진마오빌딩 옆에 세계금융센터가 새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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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의 부정적인 시각도 고쳐야

여행업은 당장의 상황도 좋지 않지만 중장기적인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미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체질 개선에 들어갔지만, 연말이 지나면 소비가 더 위축되고 가장 먼저 여행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1만5천여 개에 달하는 여행사 가운데 절반가량의 줄도산은 뻔한 일이다. 여행업계 종사자들 가운데도 2만여 명에 달하는 실업자군이 만들어질 수 있다.

여행업 붕괴는 항공 업무처럼 여행업과 관련된 분야 뿐만 아니라 각국 교민사회의 급속한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중국, 일본 등의 코리아타운은 냉각기에 접어든 지 오래다. 무비자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미국만이 어렵게 버티고 있지만 이 역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확인하기 어렵다. 또 국내 여행사들의 붕괴는 상대적으로 외국인을 받는 인바운드 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여행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과 새로운 동력을 찾게 하는 것이다. 현재 중소 여행업체들은 담보 확보 등이 쉽지 않아서 당장 필요한 운영 자금을 빌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또 시장 재편이나 체질 개선 등도 필요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나 관광공사 등은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관광공사의 경우 구조 개편 때문에 갈수록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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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여행, #여행사,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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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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