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실려 있는 이문세 편 한국에서 그동안 명반선정 작업이 드물었다면 그것은 대중음악에 대한 비평문화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다
▲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실려 있는 이문세 편 한국에서 그동안 명반선정 작업이 드물었다면 그것은 대중음악에 대한 비평문화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비가 내리면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바람이 불면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김광석,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몇 토막

해마다 가을이 깊어갈 때면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노래와 가장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는 가수는 누구일까. 굳이 가을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입으로 흥얼거려지는 노래와 언제나 실루엣처럼 희미하게 다가오는 가수는 과연 누구일까. 누군가 나에게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뽑으라고 한다면 어떤 음반을 고를까. 

노래는 사람을 울리고, 사람은 노래를 부르며 운다. 노래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사람은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웃는다. 노래는 흘러간 세월을 불러 사람들을 추억에 잠기게 하고, 사람은 노래를 통해 잊혀져가는 오래 묵은 기억에 불씨를 다시 지핀다. 까닭에 노래와 사람, 사람과 노래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매듭으로 엮여 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가수가 있다. 이른바 '18번'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노래가 그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18번'만을 부르지 않는다. 때와 장소, 분위기, 감정 따위에 따라 부르는 노래는 여러가지다. 그중 수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좋아하는 노래와 가수는 과연 누구일까.

52명 선정위원이 가려 뽑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우리나라 대중음악사를 음반과 가수 중심으로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책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도서출판 선)가 나왔다
▲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우리나라 대중음악사를 음반과 가수 중심으로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책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도서출판 선)가 나왔다
ⓒ 도서출판 선

관련사진보기

"기본적으로 대중음악에 대한 평가는 발표된 앨범(작품)으로부터 시작되고, 영미권과 일본의 음악매체에서는 매년 연말 '올해의 앨범' 선정과 같은 작업을 한다. 이와 같이 '앨범에 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단순히 매체의 상업적인 기획을 넘어서서 대중음악사 기술 측면에서 보면 '평가를 통한 기록'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31쪽, '<100대 명반> 선정작업이 갖는 의미' 몇 토막

우리나라 대중음악사를 음반과 가수 중심으로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책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도서출판 선)가 나왔다.

이 책은 문화예술 전문매체이자 문화기획자 그룹 '가슴네트워크'(대표 박준흠)가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2007년 8월부터 1년에 걸쳐 <경향신문>에 연재된 100회 시리즈 결과물을 추스른 것이다.

이 책에는 들국화의 들국화(1985 서라벌레코드)에서부터 시작하여 김민기, 산울림, 김현식, 시인과촌장, 이문세, 한영애, 서태지와 아이들, 조용필, 전인권, 송골매, 노찾사, 정태춘, 양희은, 안치환, 강산에, 한대수, 이정선, 이소라, 시나위, 이상은, 동서남북 등의 100대 음반이 32명의 덧붙이는 글에 씨줄과 날줄로 엮여있다.

가슴네트워크 대표 박준흠은 "52명의 선정위원들과 100장의 음반리뷰 제작에 참여한 32명의 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이번에 가슴네트워크와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선정 자료는 단순한 기사 차원을 넘어 한국대중음악 사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그동안 명반선정 작업이 드물었다면 그것은 대중음악에 대한 비평문화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다"라며 "음악산업이 정상적으로 발전한 나라들은 음악전문매체와 비평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음을 상기한다면 한국의 대중음악은 '산업화 전 단계'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대중음악 '르네상스기'로 이끈 들국화

"1985년 들국화가 본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10년간은 '한국대중음악의 암흑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뮤지션들이 멸종된 시기였다. 정확히 말하면 뮤지션들이 그들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던 시기였고,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뮤지션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시기였다.

그래서 들국화가 본 앨범을 발표한 이후로는 마치 '어디서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등장한 것'처럼 현재 거장이라고 얘기되는 뮤지션들이 나타났고, 그들이 다양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앨범들을 발표하면서 80년대 중반 후반을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기'로 만들었다." -46~47쪽, 박준흠 '들국화' 몇 토막

한국100대 명반 1번에 선정된 들국화 음반에 얽힌 박준흠이 쓴 이야기를 살펴보자. 박준흠은 60년대 말 신중현의 덩키스 활동 뒤부터 주목할 만한 앨범들이 나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1975년 대마초 파동을 겪으면서 많은 뮤지션들이 활동규제를 받으면서 작가주의 앨범들이 사라졌다고 되짚는다.

그는 "1977년 산울림이라는 한국록의 독보적인 밴드가 등장했지만 오히려 그건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이정선, 정태춘, 조동진과 대학가요제 출신의 작은 거인 송골매 등이 간간이 좋은 앨범을 발표하긴 했지만 1985년 들국화가 나오기까지 대중음악의 암흑기였다"고 못 박는다.

그가 들국화를 이렇게 예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들국화 데뷔 앨범에 실린 노래들에 담긴 감성들이 지금 음악 마니아들의 감성과 동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60~70년대 비틀즈, 홀리스, 배드 핑거, CCR, 스틱스, 레너드 스키너 등을 듣고 자란 뮤지션들이 그 음악을 듣고 자란 사람들에게 들려준 '창작'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이 책은 문화예술 전문매체이자 문화기획자 그룹 '가슴네트워크'(대표 박준흠)가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2007년 8월부터 1년에 걸쳐 <경향신문>에 연재한 100회 시리즈 결과물을 추스른 것이다.
▲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이 책은 문화예술 전문매체이자 문화기획자 그룹 '가슴네트워크'(대표 박준흠)가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2007년 8월부터 1년에 걸쳐 <경향신문>에 연재한 100회 시리즈 결과물을 추스른 것이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음악성과 대중성 사이를 넘나드는 퀄러티

"서태지라는 뮤지션이 가진 음악의 정수는 철저히 대중을 의식하고 있을 때에 비로소 완전하게 드러난다. 이는 다른 뮤지션들이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 충실할 때 비로소 필생의 역작을 잉태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역사를 잠시 돌아보면 서태지처럼 언제든 대중을 의식하면서도 걸작이라 부를만한 음악을 내놓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192쪽, 김영대 '서태지와 아이들' 몇 토막

맞는 말이다. 이는 요즈음 문학인 스스로 '문학의 시대는 갔다'고 떠드는 문학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문단에서 문학작품을 평가할 때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문학성은 없이 대중성만 담긴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작품이요, 다른 하나는 대중성이 없어도 문학성이 뛰어난 그야말로 '작품'이다.

나머지 하나는 대중성과 문학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문학작품이다. 문학인들은 이 세 번째 문학작품을 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서태지도 마찬가지다. 서태지도 처음에는 음악성보다 대중을 의식한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서태지가 계속해서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면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서태지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상품의 퀄러티(가치)를 아는 가수였다. 때문에 그는 품질의 차이, 품위와 태도의 차별성을 꾀했다. 김영대는 이에 대해 "음악시장의 트랜드와 취향을 리드할 뿐만 아니라 젊음의 억눌린 감성을 자극적으로 폭발시킬 줄 아는 감수성"이라고 말한다. 서태지 앨범이 100대 명반에 뽑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솔아, 푸르른 솔아'란 노랫말은 1984년 <취업공고판 앞에서>란 시집을 낸 박영근(1958~2006) 시인이 쓴 시를 손질해 노래로 만들었다
▲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솔아, 푸르른 솔아'란 노랫말은 1984년 <취업공고판 앞에서>란 시집을 낸 박영근(1958~2006) 시인이 쓴 시를 손질해 노래로 만들었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솔아, 푸르른 솔아' 작사자 이름 고쳐 달라"     

"84년 노찾사 1집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노래 집단이 없는 상태에서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고 있던 최초의 노래운동 집단 노래모임 '새벽'의 멤버들이 김민기와 함께 우연히 만들어낸 프로젝트 음반이며, 무사히 발매되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당시 민중가요의 최고 레퍼토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엄혹한 검열에 통과할 만큼 잘 알려지지 않고 무난한 노래들이 레퍼토리로 선택되었다" -260쪽, 이영미 '노래를 찾는 사람들' 몇 토막

1987년 저 빛나는 유월항쟁으로 민주화에 따른 가열 찬 열망으로 들끓을 때부터 노래운동과 민중가요 대중화를 목표로 삼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라는 노래집단이 생기면서 노찾사 제2집이 나오게 된다. 그 뒤부터 노찾사는 공연 때마다 매진 행진을 계속하면서 민중가요가 강한 호소력을 가진 노래라는 것을 널리 알린다.

이영미는 "이 음반은 발매 이전에 이미 준비된 '대박상품'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영미는 "결과는 예상보다 대단한 것이어서, 1년 사이에 50만장을 돌파하였고 그 후 1990년대 초중반까지 80만장 이상 판매되었다"며 "'솔아, 푸르른 솔아'는 텔레비전 가요순위 7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 '솔아, 푸르른 솔아'란 노랫말은 1984년 <취업공고판 앞에서>란 시집을 낸 박영근(1958~2006) 시인이 쓴 시를 손질해 노래로 만들었다. 시인은 살아생전에도 몇 번이나 자신이 쓴 시를 모태로 만든 노래라며 작사자 이름을 고칠 것을 주변사람을 통해 요구했다. 하지만 고인이 된 지금까지도 작사자 이름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고인의 유족들은 지금 작사자 이름을 고칠 것과 그에 따른 저작권 사용료를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유족들은 그 저작권 사용료를 받아 <고 박영근 시비> 혹은 <고 박영근 문학상> 등에 쓰려 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앨범에 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단순히 매체의 상업적인 기획을 넘어서서 대중음악사 기술 측면에서 보면 '평가를 통한 기록'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앨범에 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단순히 매체의 상업적인 기획을 넘어서서 대중음악사 기술 측면에서 보면 '평가를 통한 기록'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가슴 속에 사무쳐오는 갈라진 이 세상에
민중의 넋이 주인되는 참 세상 자유 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노랫말 모두 

부르네 물억새 마다 엉키던
아우의 피들 무심히 씻겨간
빈 나루터, 물이 풀려도
찢어진 무명베 곁에서 봄은 멀고
기다림은 철없이 꽃으로나 피는지
주저앉아 우는 누이들
옷고름 풀고 이름을 부르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부르네. 장마비 울다 가는
삼년 묵정밭 드리는 호밋날마다
아우의 얼굴 끌려 나오고
늦바람이나 머물다 갔는지
수수가 익어도 서럽던 가을, 에미야
시월비 어두운 산허리 따라
넘치는 그리움으로 강물 저어가네.

만나겠네. 엉겅퀴 몹쓸 땅에
살아서 가다가 가다가
허기 들면 솔닢 씹다가
쌓이는 들잠 죽창으로 찌르다가
네가 묶인 곳, 아우야
창살 아래 또 한 세상이 묶여도
가겠네, 다시
만나겠네. 

-박영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백제 6' 모두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 : 음반리뷰

박준흠 외 31인 지음, 선(2008)


태그:#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박준흠, #도서출판 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