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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수유역에 있는 남녀공용 화장실
 지하철 수유역에 있는 남녀공용 화장실
ⓒ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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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장애인 화장실은 도리어 장애인들을 자괴감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도구 보관함이나 창고로 사용하는 사례, 청소년들의 탈의실로, 끽연가의 흡연실로, 노숙인의 숙박시설로 남용되는 사례까지 있다.

어디 이뿐인가. 비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은 남녀를 구분해 놓고 있으면서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공용을 예사롭게 여긴다. 장애인으로 하여금 성적 모멸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장애인 화장실이 공용으로 갖춰진 경우 남녀 화장실이 갈라지는 가운데 설치하곤 한다. 지하철 수유역 화장실의 경우 장애인 화장실이 남녀 공용임에도 불구하고 남성 화장실로 이어진다. 장애인 화장실 문 앞에서 고개를 돌려보면 남성화장실 세면장이 보인다. 바지를 엉덩이 아래로 걸치고 셔츠를 가다듬던 남자들이 거울에 비친 장애 여성과 마주한다.

남성 화장실을 청소하는 여성 미화원에게 수치심이 없으리란 착각을 장애 여성에게도 대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해 전 작고한 여성 장애인 이선희씨가 몸 속에 깃든 아름답고 자유로운 성적 욕망의 세계를 누드로 선보였을 때, '수치'란 단어를 칼처럼 들이대던 사람들이 이런 공용 화장실 앞에서 느낄 장애 여성의 수치심에 대하여는 헤아리지 못한다. 히틀러처럼 장애인을 도려내고 가는 현실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수치가 아닌가? 

 남자 화장실에 있는 남녀공용 장애인 화장실
 남자 화장실에 있는 남녀공용 장애인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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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계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건강을 장담하는 누구라도 늙어간다는 사실만으로 장애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피할 수는 없다. 고령화가 가속화 되는 가운데, 노년층 대부분은 각종 관절질환으로 보행의 불편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장애등급을 따로 받지 않았을 따름이지 노령 장애 인구는 통계수준을 훨씬 웃돈다.

이러한 추세로 본다면 안전 손잡이를 비롯한 장애인 화장실의 모든 편의 시설은 일반 화장실에도 요구된다. 만일 모든 화장실에 활동보조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면 장애인 화장실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 화장실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 지하철 장애인 화장실 절반 가량이 남녀공용으로 설치된 현실에서 모든 화장실에 활동보조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는 지나치고 때이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공간의 제약으로 불가하다 하겠지만 전철 역사에는 유휴 공간도 많으니 효율적 공간배치를 설계하면 된다.

비용의 한계는 두 번 세 번 수리할 일이 없도록 새로 짓거나 고칠 때 한 번에 똑바로 잘 지으면 극복이 가능하다. 미래는 언제나 멀지 않은 현실이다. 장애 복지와 인간복지에는 경계가 없다.   


#장애인 화장실#장애인 남여공용화장실#장애인 이동권#인권 침해#장애우 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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