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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또 읽어?"

우습지만 나는 이따금 <오마이뉴스>에 실린 내 기사를 찾아 읽는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오마이뉴스>에 글 쓰는 것을 싫어하는 큰딸은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그리고 까칠한 한 마디를 건넨다. 또 읽느냐고? 그렇다. 또 읽는다.

쑥스럽지만 내 글을 읽고 있으면 재미가 있다. 기분이 좋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기사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이 생생하게 내게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게 소중한 추억이고 그 추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속의 보물이다.   

특히 기사공모에 응모하여 상을 받았던 기사는 몇번을 읽어도 재미가 있다. 잘 썼다. 건방진 말이지만. 아니, 잘 썼다기보다 기사에서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 감동이 있다. 그래서 그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이 포근해진다. 나 스스로.

내가 쓴 글 왜 이렇게 감동적이지?

 2005년 오마이뉴스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2월22일상'을 받았다. 소감발표중인 나.
 2005년 오마이뉴스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2월22일상'을 받았다. 소감발표중인 나.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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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때 공모전의 여왕(?)이라는 말을 들었다. <오마이뉴스>의 어떤 상근기자로부터.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사실 '여왕'이라는 표현은 좀 과분하고 여왕을 모시는 상궁 정도는 되었던 적이 있었다. 몇 번 공모전을 휩쓸던 때가 있었기에.

그래서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부자가 되었다. 잘 알겠지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공모전 몇 번 뽑히고 나면, 그래서 연말에 발표되는 큰 상 하나라도 받게 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부자라고 하기엔 턱없이 적은 돈이다. 하지만 그 돈은 머리를 쥐어짜고 컴퓨터 자판을 아프게 두드리면서 성실하게 번 '좋은 돈'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따금 열어보는 <오마이뉴스> 곳간에는 이렇게 의미있는 돈이 많이 저장되어 있다. 그러기에 나는 행복하다.

그렇다면 추억도 남기고 돈도 벌게 할 <오마이뉴스> 공모전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할까. 노하우라는 게 있을까? 예스! 당연히 있다. 하긴 세상에 노하우 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다이어트에도 인터뷰에도 신춘문예에도 노하우가 있고, 심지어 우연처럼 찾아오는 연애나 로또 당첨에도 노하우가 있다는데. 

공모전의 노하우는 뭘까. 뭔가 해법이 있을까? 분명 해법은 있다. 심오한 해법이 아닌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해법!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모 달인의 비법

 필라델피아 '로뎅 박물관' 앞에 놓인 <생각하는 사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다상량은 진리!
 필라델피아 '로뎅 박물관' 앞에 놓인 <생각하는 사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다상량은 진리!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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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공모기사 주제가 나오면 그것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고민을 한다.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이 대목에서 구양수의 '다상량'은 여전히 진리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주제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글의 얼개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려 본 뒤 구체적인 틀을 짠다.

평범한 것은 싫다. 남들이 다 아는 평범한 내용이나 밋밋한 글쓰기로 공모기사에 참가하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라. 바쁜 심사위원에게 그런 밋밋하고 건조한 글을 읽게 하는 건 죄다. 금쪽같이 귀한 시간을 뺏는 거니까.대신 톡톡 튀는 내용으로 간결하게 써야 한다. 어떻게?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기사공모가 요구하는 글은 철학적인 글이 아니고 논문처럼 딱딱하고 전문적인 글도 아니다. 대개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평범한 주제의 글을 요구한다. 그런 만큼 가볍고 재미있게 써야 한다.

여백의 미가 없는 빽빽함, 농담이 안 통하는 진지함만이 가득한 글은 하품이 난다. 지루하다. 매력이 없다. 사람도 유머 감각이 있어야 환영을 받듯 글도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술술 읽히고 대접을 받는다.

주제에 맞는 적절한 에피소드나 생생한 대화는 글에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이런 맛깔스러운 요소가 가미될 때 글은 쉽게 읽히고 빛난다.

구성은 완벽한데, 재미와 감동이 없다면?

 ‘오마이뉴스 창간 7주년 기념 동영상’을 제작하고 부상으로 받은 캠코더. 아주 잘 쓰고 있다.
 ‘오마이뉴스 창간 7주년 기념 동영상’을 제작하고 부상으로 받은 캠코더. 아주 잘 쓰고 있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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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마이뉴스>에서 저 캠코더 안 받았으면 절대로 캠코더 안 샀을 거야."

짠순이 엄마를 비난하는 두 딸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이다. 나는 지난해 <오마이뉴스> 창간 7주년 기념 동영상을 제작하고 캠코더를 선물로 받았다. 아주 잘 쓰고 있다. 이 캠코더를 가지고 버지니아텍 총기 사건도 취재했고 엊그제 우리 동네에 온 오바마 유세도 취재했다. 또한 아이들의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이 캠코더를 들고 간다. 고마운 캠코더다.

그런데 이 캠코더가 부상으로 걸렸던 '창간 7주년 기념 동영상'을 제작할 때 있었던 일을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재미라는 양념과 관련지어서. 내가 생각했던 콘티는 아래와 같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Ⅰ. 시작: 오마이뉴스 취재원으로부터 창간 7주년 축하 인사를 받는다.

Ⅱ. 본문: ① 시민 기자로서 어떻게 생활하는가.
             ② 기사 소재를 어디에서 찾는가.
             ③ 기사로 소개되었던 취재원들을 다시 만나 기사 후 반응을 들어 본다. 

Ⅲ. 맺음 : 오마이뉴스는 내게 어떤 의미인가.

이런 단순한 콘티였다. 정석에 충실한 대본이었다. 이 대본대로 한다면 내 작품은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밋밋한 대본이었다. 그래서 그 2%를 채울 맛깔스러운 양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바로 이 동영상에 재미를 더할 요소를 생각하다 추가로 들어간 것이 이른바 '큰딸의 폭탄선언'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이 대목 때문에 내가 만든 동영상이 더욱 빛났다고 하던가. 

글도 마찬가지다. 글에 감칠 맛을 더해 줄 재미와 감동은 공모전 상금을 노리고 있는 당신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마지막 2%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풀어 놓으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그동안 인생 여정의 발걸음마다 얼마나 많은 나만의 독특한, 은밀한 사건이 있었던가를. 바로 그런 사건들을 잘 엮어내면 나만의 고유한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공모전에 입상했던 글 가운데에도 이런 나만의 독특한 체험이 들어간 글이 많았다. 국가대표 야구선수와 함께 영화를 봤던 일, 유명 작가인 은희경을 동창으로 두어 아이들과 만났던 일, 전혜린 책에 나오는 문장을 우리반 급훈으로 삼았던 일, 태어날 때 태변을 먹어 고생했던 작은딸의 초경 이야기 등.

세상 사람들이 다 경험하는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게 적어내면 쟁쟁한 공모전의 수상자가 될 수 없다. 나만의 은밀한 체험에 재미와 감동을 더할 때 공모전 상금은 바로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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