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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토길따라 자전거 타고 류사눌묘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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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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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인천녹청자도요지 사료관에 자리한 전통가마(녹청자도요지 가마 복원)에서 소성시연회를 한다기에 찾아갔었습니다. 천 년전 도공들의 예술혼처럼 피어오르는 전통가마의 열기에 흠뻑 취해있을 때, 난데없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난 3월부터 국내 최대 환경단체의 공금횡령 문제로 알게 된 이였습니다. 그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29일 또다른 공금횡령 사실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밝혀졌고, 관련자는 단체에서 파면조치 당하고 검찰이 그를 체포·구속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에 적잖이 놀랐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관련 소식을 집에 돌아가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겠다고 전하고, 이후 벌어질 엄청난 일들을 예상하며 몇마디 더 주고받은 뒤 통화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가마터에서 빠져나와 자전거에 올라서는 인천녹청자도요지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는 인천시기념물인 류사눌묘를 찾아갔습니다. 전통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동안 둘러볼 생각으로 말입니다. 몇 년전만 해도 논과 밭이었던 곳을 밀어내고 아파트와 빌라를 건설하기 위한 터를 닦아 놓은 복잡한 길사이를 빠져나가 경서복지회관 쪽 샛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복지회관을 지나칠 때 맞은편 허름한 공장 안에서 쇠를 다루는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와 귀를 따갑게 했습니다.
귀따가운 소리를 피해 얼른 페달을 밟아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니, 전날 내린 가을비에 촉촉히 젖은 비좁은 오르막길이 나타났습니다. 오후 해가 서쪽 하늘로 넘어가고 있었고, 가을바람에 낙엽을 떨구며 하늘거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빠져나왔습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머리속을 또다시 복잡하게 한 것들을 지워내기 위해 똑딱이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러다 뜸금없이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아무 도움도 안되고 욕만 먹는 일을 왜 하고 있니?'라고...
답을 잘 알면서도 선뜻 대답치 못해 다시 자전거를 천천히 끌고 오르막을 올랐습니다.
언덕에 오르니 인천서부공단도 건너보이고 그 앞에 쭉 뻗은 인천공항(영종도)로 이어지는 도로도 보였습니다. 그 길을 마주한 반대편은 가을걷이가 끝나거나 김장 배추를 심어놓은 황토밭이 그 누런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었습니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황토빛으로 빛나는 들판을 따라 내려오니, 오랜만에 단단한 흙길을 내달릴 수 있었습니다.
기분좋은 흙냄새로 가득한 흙길 주변에는 굄목처럼 보이는 굵은 나무기둥이 길가에 박혀 있었고, 나무기둥을 세가닥의 철조망이 줄줄이 이어주며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길에 잠시 멈춰섰는데 "탈탈탈" 거리는 낯익은 소리가 굽은 길 앞에서 바람을 타고 불어왔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는 농부와 경운기였습니다.
점점 큰 목소리를 내는 경운기는 자전거 옆을 인사하듯 지나치더니, 오르막길에서 다시 "탈탈탈" 용을 쓰며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옛도공들이 도자기를 구울 때 썼을 듯한 누런 황토가 가득한 길을 지나 갈림길에 다시 섰습니다.
류사눌묘까지 500m 남았다는 반가운 표지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있는 길에 서서 또다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넌 지금부터 어느 길로 나갈꺼니? 지금 그 길로 가는게 바른 길이니? 힘들지 않니?'라고 말입니다.
적막한 가을 숲 앞에서 답을 이미 알고 있는 질문들을 연거푸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솔바람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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