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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상시에도 '에너지 절약'에 관한 한 말이 많은 편이다. 처음엔 잔소리쯤으로 여기며 귀찮아하던 가족들도 이제는 스스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려 애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 나의 '잔소리' 약발이 먹힌 탓이리라. 그러니 주부들은 잔소리를 많이 하라, 적어도 에너지 절약에 있어서는. 

에너지 절약, 주부들이여 말을 많이 하라

연필 가격이 얼마가 된다고 볼펜껍질에 끼워서 쓰냐구요?
어릴때부터 절약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한 좋은 방편이랍니다.
▲ 몽당연필도 알뜰하게 연필 가격이 얼마가 된다고 볼펜껍질에 끼워서 쓰냐구요? 어릴때부터 절약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한 좋은 방편이랍니다.
ⓒ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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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절약하는 습관이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부모된 이들이 솔선수범해서 에너지 절약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집에서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데 가장 어려움을 겪은 이는 다름아닌 '남편'이다.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도 고쳐 보려고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그게 어느 날 갑자기 고친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닌 듯싶었다.

컴퓨터를 로그오프 시켰는데 모니터 전원을 끄지 않는 나쁜 습관이 그에게 있었다. 알다시피 컴퓨터는 모니터가 가장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컴퓨터를 끌 때도 반드시 모니터 전원을 꺼야 하고, 컴퓨터를 하다가 잠시 쉴 때도 역시 화면만은 꺼놓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아빠, 또 모니터 안 껐어?"

마침내 아이들까지 잔소리에 가담하니 남편도 컴퓨터 모니터 전원을 반드시 확인한 게 최근의 일이다. 에너지 절약에 관한 한 우리 집 아이들은 어느 정도 생활화가 되어있다. 에너지 낭비에 관한한 서로 감시자 역활을 자청한다고 해야 할까?

최근 들어 부쩍 외모에 관심이 높아진 딸아이가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많아지니 일일이 참견하는 건 아들 녀석이다. 헤어드라이어가 짧은 시간에 상당한 전기료를 소모한다는 걸 아는데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단다.

반면 딸아이는 목욕을 할 때면 욕탕에 물을 채우는 버릇을 가진 아들 녀석을 나무라곤 한다. "물을 그렇게 많이 쓰면 어떡하냐"고. 그런가 하면 딸아이는 난방비가 많이 올랐다는 엄마의 하소연에 "집안에서도 겉옷을 입자"고 제안한다.

기온이 많이 떨어진 최근에도 우리 집은 낮 동안은 난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낮 동안엔 겉옷을 하나씩 더 걸치고 있으면 왠만한 추위는 견딜만 하고, 난방은 잠들기 전 30분 정도 내열로 아직까지는 충분하다.

절약은 습관... 에너지 파수꾼이 된 아이들

고유가 시대, 겉옷 하나만 더 걸치면 난방비도 줄이고 
지구온난화도 막고. 이석이조가 따로 없지요
▲ 옷을 껴입어요 고유가 시대, 겉옷 하나만 더 걸치면 난방비도 줄이고 지구온난화도 막고. 이석이조가 따로 없지요
ⓒ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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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건 우선 생활비를 줄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좋지만 무엇보다 지구환경을 좋게 하는 중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주부이자 엄마의 역활이 중요하다. 에너지 절약이 왜 필요한가를 먼저 설명해 주면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되고, 그러다보며 그게 에너지 절약 습관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에너지도 절약하고 지구온난화로 고통 받고 있는 지구도 구하는 일이니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아이들이 수도물을 함부로 흘려보낼 때 먹을 물이 없어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난방을 함으로써 고갈되는 석유를 생각해 보도록 유도했고, 그로 인한 대기오염과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이 달라졌다. "우리 집엔 없는 게 너무 많다"고 하소연 하던 딸아이도 이젠 에어컨 없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에어컨은 내가 시원하자고 남을 더 덥게 만드는 별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나의 설명에 더 이상 에어컨 없다고 불만을 얘기하지 않게 되었다.

에어컨뿐인가, 우리 집은 그 흔한 전자레인지도 없다. 딸아이 말마따나 친구 집 어디를 가도 전자레인지 없는 집은 우리집뿐이란다. 하지만 에어컨이며 전자레인지가 '전기료 먹는 하마'일 수밖에 없고, 그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전혀 좋지 않다는,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는 것을 사는 건 낭비라는 잔소리를 이젠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아이들은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안다. 

절약이 생활 습관화되고 나니 에너지가 물샐 틈(?)이 없다. 덕분에 주변의 집들에 비해 우리 집은 전기 뿐만 아니라 수도료와 난방비도 훨씬 적게 나온다.

끝이 없는 에너지 절약, 생각하면 길은 많다

직접 길러다 파는 채소는 싱싱하고 맛도 좋구요, 게다가 값도 싸지요
▲ 채소파는 할머니 직접 길러다 파는 채소는 싱싱하고 맛도 좋구요, 게다가 값도 싸지요
ⓒ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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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엔 끝이 있을 수 없다. 절약하면 얼마든지 더 절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가 폭등에 전기요금, 수도요금 각종 에너지 사용료도 줄줄이 오른다는 소식이다. 바야흐로 절약하는 습관을 바짝 더 죄어야 하는 '고유가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가끔씩 가곤 하던 대형할인마트도 끊었다.

대형할인마트를 차로 한참을 가야하고 '대형'에 어울리는 대형포장의 물건들을 사게 된다. 사실은 꼭 그렇게 사야할 필요가 없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집에서 가까운 소형마트에서도 얼마든지 쇼핑이 가능하다. 대형할인마트에 비하면 가격이 약간 높은 것들도 있기 마련이지만 왔다 갔다 하는 비용을 빼면 그리 차이가 크지 않는 것 같다. 또 충동구매에서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미리 적어간 품목들을 차분하게 고르다 보면 충동구매의 유혹을 받지 않게 된다. 일이 늦게 끝나는 이유도 있지만 나는 거의 문 닫을 시간을 동네마트를 주로 이용하곤 하는데, 그 시간이면 신선식품은 거의 할인가에 살 수 있어 생활비 절약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한 마트를 주로 이용해 포인트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내가 즐겨 쓰는 쇼핑 비용 절약 노하우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 중소도시인 이곳은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전원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어 직접 재배한 신선한 먹을거리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많다. 오일장이 바로 그것. 장날이면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좌판에서 팔고 있는 분들이 많다. 장날에 야채며 채소를 사 먹는 일은 싸고 신선할 뿐만 아니라 영양가 높은 제철 음식을 먹게 되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동네 소형마트와 장날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생활필수품이며 먹을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니 굳이 대형마트에 가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세계경제가 불안스럽게 흘러가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 역시 불안요인이 아직 많아 보인다.  그런 시대를 사는 서민인 나는 그저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가까운 마트를 활용하는 것만이 너도 나도 어렵다는 고난의 이 시절을 현명하게 넘어가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들어 딸아이가 자기 전에 꼭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집안의 전기코드를 모두 뽑는 일이다. 필요하지 않는 전기가 저 홀로 흐르게 두면 안 된다면서. 우리 집엔 '에너지 파수꾼'이 둘이나 있어 추위가 바싹 다가온 요즘에도 든든하기 하기 짝이 없다.

덧붙이는 글 | 고유가 시대, 에너지 절약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아끼고 또 아끼는 일 외에는.



태그:#에너지 절약, #고유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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