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역린(逆鱗)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하를 호령하는 장군이 용의 등 위에 올라탔습니다. 그야말로 천하를 자기 손 안에 넣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앉아있는 용의 목덜미에 용 비늘 하나가 거꾸로 돋아 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자꾸 눈에 거슬린 나머지 장군은 거꾸로 삐져나온 비늘을 잘라버립니다. 하지만 그 순간 불을 뿜던 용도 쓰러져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역린에 대한 교훈입니다.

 

어떤 일을 하다 보면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게 자꾸만 거슬려서 결국 없애버리면 자신의 권력 또한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성경에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다윗'입니다. 우리는 흔히 다윗의 최대의 적이 바로 '골리앗'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다윗은 오히려 골리앗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최고의 장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다윗을 넘어뜨린 사람은 다름아닌 '다윗왕' 자신이었습니다. 왕의 권력을 쥔 후 자신의 충복이던 '우리야'의 아내를 향한 욕정을 이겨내지 못한 채 범죄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 다윗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던 김대중은 그야말로 눈에 가시였습니다. 그래서 박정희 정권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사고를 가장한 살해를 자행하지만 결국 미수에 그치고 말았고, 작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는 1973년 8월 8일에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단순납치'로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왜 납치를 했는지 그 의도를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처럼 김대중은 박정희에게는 '잘라내고'싶은 역린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쓴소리를 해 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박정희의 독재가 제동이 걸리는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 방송들이나 언론들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할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정희 정권은 비참하게 무너진 것입니다. 이후 전두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군사독재의 폐해는 바로 '상명하복'에 있었기에 누구 한 사람 (비록 야당 국회의원이라 할 지라도) 반기를 드는 용기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시사투나잇> 폐지를 보면서 이명박 정부가 하나둘씩 처단(?)하는 방송, 통신, 시민단체들의 목소리와 외침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 눈에 보입니다.

 

지난 3일, 5년간의 마지막 방송을 진행한 <시사투나잇>은 이제긴 침묵에 들어가게 될 듯 합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선 '패러디'를 만들어 비꼬았으며, 서민들과 소외계층을 대변해서 속이 후련한 목소리를 내던 프로그램이 결국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 볼 것입니다. 용의 목덜미에 올라타고 거꾸로 난 비늘을 뽑아버린 그 장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권력에 빌붙어 밤낮으로 서민들이 흘리는 눈물을 외면한 모리배들의 종말이 어떠할지를 말입니다.


태그:#시사투나잇, #역린, #방송장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키워드 부산, 영화, 문화, 종교 중심의 글을 쓰는 <뉴스M> 기자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