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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엔 어떤 신비가 숨어 있기에 늘 나를 설렘과 조바심으로 찾아가게 하는 걸까? 10월 25일 광릉단풍을 보려고 대중교통으로 2시간을 달려간 광릉수목원은 복수초가 눈밭을 뚫고 나올 때부터 들국화에 서리가 내릴 때까지 온갖 꽃들이 릴레이를 펼치는 녹색전당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주 한번씩 갔던 광릉국립수목원은 경기도 포천시 소홀면에 있고 광릉 숲 가운데 총 1118ha의 면적을 차지한다. 수목원 내에는 목본이 1863종, 초본이 1만3344종 심겨져 있다. 기능별로는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목원 외국수목원, 만목원, 관상수원, 화목원, 습지식물원, 수생식물원, 지피식물원, 시각장애인을 위한 식물원, 난대식물원이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들이 근위병처럼 늘어선 수목원입구에 내리자 바늘 쌈지를 뿌리는 듯한 피톤치드와 음이온의 세례가 가슴 속까지 스며들어 온 몸의 세포들을 또록또록 눈뜨게 한다. 그러나 그 멋진 전나무들이 차량에서 뿜어 나오는 아황산가스 때문에 자꾸 죽어간다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아프다. 기존에 있던 1000여 그루 전나무 가운데 남은 600여 그루도 10년을 못 넘길 거라고 한다.

 

정문이나 후문 쪽에는 습지원과 수생식물원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한여름 장마철에도 흙탕물을 정화시켜주는 창포, 부들, 줄, 고랭이, 수련 여뀌 같은 식물들이 살고 있다. 요즘은 꽃이 없어 많이 쓸쓸해진 화목원이나, 만목원을 지나 우선 숲의 명예전당에서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공로자들에게 머리를 숙여 묵념을 했다.

 

이 나라 민둥산을 가장 짧은 기간에 녹화시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박정희 전 대통령, 모범독림가 임종국씨, 전문임업인 김이만씨, 세계적 육종학자 현신규 박사, 외국인으로 희귀수종을 많이 모은 천리포수목원 민병갈씨, 그분들은 참으로 우리 임업계의 보배이며 겨레의 선구자로 길이 추앙받아야 할 인물들이다.

 

소백산맥 깊은 산에만 자라는 잘생긴 소나무, 강송

 

다음은 나무중 나무로 늠름하게 빼어난 강송들을 돌아보았다. 강송은 기후가 맞지 않아 소백산맥 울진, 봉화, 영덕의 깊은 산에만 자생하는 잘생긴 소나무인데 수목원에도 6그루를 심어 놓았다. 강송은 금강송, 춘양목이라고도 하며 몸 빛깔이 유난히 붉어 홍송이라고도 한다. 궁궐을 지을 땐 200년 이상 묵은 거라야 재목이 될 수 있단다. 그리고 300년 이상 묵으면 황장목이 되어 궁중에선 임금님이나 왕후, 또는 왕족의 관을 짤 때만 썼다고 한다. 특이한 건 일반소나무처럼 휘어지지 않고 똑바로 자라는 수종이라서 천정이 높은 궁궐재목감으론 최적격이다.

 

몇 년 전 경복궁 근정전에 기둥 3개가 썩어서 교체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엔 거기에 쓸만한 강송이 없으므로 할 수 없이 외국에서 수입을 해왔다고 한다. 다른 나무들은 질이 약해서 꼭 강송을 고집하는데, 그 이후에 문화재청에서는 산림청과 합의하여 울진에 강송단지를 만들고 키우게 되었다.

 

약초원을 지나, 수많은 희귀종 나무들을 살펴보며 전나무 숲을 따라가다 보면  아베크족들이 즐겨 찾는 숲생태관찰로가 나온다. 그 길 좌우에는 전나무, 상수리 오리나무 같은 큰키나무, 그 아래는 중간키 나무로 쪽동백, 층층나무, 개암나무, 팥배나무, 물푸레나무, 붉나무 등등, 그 밑에는 더 키가 작은 노린재나무, 고추나무, 싸리나무, 국수나무들이 자라고, 그 다음엔 구절초, 쑥부쟁이, 동이나물, 피나물, 멸가치, 주름풀, 파리풀 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악단처럼 층층으로 정렬해 있다.

 

그래! 바로 저거였구나, 장마가 지면 서울의 한강은 흙탕물인데도 수목원에 오면 골짜기의 물이 갓 떠낸 청주 빛처럼 늘 깨끗한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큰나무에서부터 층층으로 걸러져 자연정수가 되는 비밀을 한눈으로도 알 수가 있게 나무들을 골고루 심고 간벌을 잘 하여 키워놓았다.

 

대개 큰키나무만 있거나, 특히 소나무 같은 침엽수만 있으면 그 밑에는 피톤치드 때문에 다른 식물들이 살 수가 없어서 비가 오면 홍수가 진다는 걸 왜 미처 몰랐을까? 그러므로 좋은 숲이란 이렇게 온갖 수종들이 골고루 자생하도록 간벌을 잘 해준 숲이며, 우리 인간들도 저 나무들처럼 서로 돕고 협동을 해야 잘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다.

덧붙이는 글 | 실버넷뉴스에도 올렸음


태그:#수목원 ,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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