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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출산 구정봉에서 바라다본 경치.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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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에 접해 있는 월출산(月出山, 809m)은 산세가 웅장할 뿐만 아니라 기묘하게 생긴 바위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많아 예로부터 영산(靈山)으로 불렸다. 천황봉을 주봉으로 장군봉, 사자봉, 구정봉, 향로봉 등이 이어지면서 장엄하고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감동이 온몸에 밀려드는 아름다운 산이다.

신라 시대에는 월나산(月奈山), 고려 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이라 부르기도 했던 월출산. 탁월한 문장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김시습이 "달은 하늘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 오르더라"고 노래하며 월출산을 예찬한 것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꼭 한 번은 찾고 싶은 산이었다.

그래서 산 중턱에 걸려 있는 하얀 달의 낭만적 풍경을 그리며 웅장한 바위들과 어우러진, 한 폭의 한국화 같은 월출산의 아름다움을 늘 내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 지난 2일, 나는 마침 그곳으로 산행을 떠나는 '마운틴 M 산악회' 사람들을 따라 전남 영암으로 산행을 나설 수 있었다.

땅 위의 높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 길이 54m, 너비 1m, 지상고 120m인 월출산 구름다리. 땅 위의 높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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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10분에 마산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월출산국립공원 천황주차장(전남 영암군 영암읍 개신리)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께. 사자봉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천황사를 거쳐 계속 오르막을 올라갔다.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이 있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암벽 위를 잠시 올려다보기도 했다. 내가 엄두조차 못 내는 일을 용감히 도전하고 있는 그 사람이 부럽다.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를 건너 천황봉 정상으로

1시간이 채 안 되었을까, 월출산의 명물로 매봉과 사자봉(510m)을 잇는 늘씬한 구름다리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78년에 세운 다리가 시설이 노후하고 너비가 좁아 재시공을 하여 2006년 5월 12일에 개통되었다. 길이 54m, 너비 1m, 지상고 120m로 땅에서 다리까지 높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그러나 올 5월에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 세워진 하늘다리에 비하면 길이가 짧고 너비도 좀 좁은 편이다. 한꺼번에 200명이 건너가도 끄떡없다는 월출산 구름다리에는 등산객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그래서 구름다리 건너 천황봉 쪽으로 나 있는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려면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그곳에서 천황봉 정상까지는 한마디로 멀고 먼 길이었다. 오르막도 많고 계단도 많고 사람들도 많았다. 사자봉을 지나고 경포대 삼거리를 거쳐 통천문 삼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40분께였다. 거기서 천황봉 정상까지는 0.3km 거리이다. 통천문(通天門)은 천황봉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m 아래에 위치한 바위굴로 월출산 최고봉인 천황봉에 이르는 문(門)인 셈이다.

 
▲ 월출산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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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출산 최고봉인 천황봉에 이르는 통천문(通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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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통천문을 통과하자마자 바로 천황봉 정상이 눈앞에 펼쳐지리라 여겼던 기대와는 달리 또 계속 걸어가야만 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자꾸 머리가 어지럽고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하면서 숨이 콱 막혀 그대로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물도 마시며 기운을 다시 차려서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라갔다.

그렇게 해서 천황봉(天皇峯) 정상에 이른 시간은 오후 2시께. 천황봉 정상에는 300여 명이 앉을 수 있다는 평평한 암반이 있어서 그럴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등산객들이 그곳에서 점심을 먹는 바람에 정말이지, 반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더욱이 정상 표지석 앞에서 끊임없이 포즈를 취하는 등산객들 때문에 표지석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는 일마저 포기해 버리고 나는 구정봉 쪽으로 내려갔다.

남근바위에서 웃고 구정봉에서 절경에 취하다

 
▲ 천황봉 정상에서 내려와 구정봉 쪽으로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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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봉 쪽으로 가는 길은 웅장한 기암절벽으로 벅찬 감동을 자아냈다. 신령한 기운이 서려 있는 것 같은 경이로움과 빼어나게 아름다운 경치로 나는 환호성을 질러 댔다. 구정봉을 1km 정도 앞둔 곳에서 일행 몇몇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서둘러 도시락을 먹은 뒤 배낭을 다시 메고 혼자 길을 나섰다.

 
▲ 바람재 삼거리로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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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근바위로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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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가 넘어 남근바위를 구경할 수 있었다. 남성을 상징하는 바위로 봄이 되면 그 바위 상단에 철쭉꽃이 피어난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문득 충북 제천시 동산(896.2m)의 우람한 남근석이 떠올랐다. 높이가 3m 정도의 그 남근석이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는 바람재 삼거리를 지나서 구정봉 정상 쪽으로 올라갔다. 얼마 후 굴의 깊이가 10m 정도로 굴 내부의 모습이 마치 여성의 국부를 연상하게 하는 베틀굴에 이르렀다. 베틀굴이란 이름은 임진왜란 때 그 부근에 살던 여인들이 난을 피해 이 굴로 숨어들어 베를 짰다고 하여 붙여졌다.

 
▲ 남근바위. 봄이 되면 바위 상단에 철쭉꽃이 피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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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남근바위를 향해 있어 기묘한 자연의 조화라는 베틀굴의 표지판 글이 나를 빙그레 웃게 했다. 전남 장흥군 천관산 산행 때 남자 생식기를 닮은 양근암의 표지판 글 내용과 비슷해서였다. 구정봉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바위 틈새로 들어가는 재미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몹시 신이 난다.

 
▲ 구정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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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봉(九井峯, 738m) 정상에는 아홉 개의 웅덩이가 패어 있다. 풍화작용으로 생성된 것으로 그 모양이 가마솥 같기도 하고 우물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럴까, 구정봉 정상에는 왠지 이야깃거리가 많을 듯하게 보인다. 가뭄에도 웅덩이 물이 마르지 않는다 하더니 많이 말라 버렸다. 심지어 담배꽁초까지 던져 놓은 웅덩이도 있어 보기에 안타까웠다.

구정봉 서북쪽 암벽에 있는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왕복 1km 거리라 아쉽게도 가지 못하고 곧장 도갑사 쪽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미왕재 억새밭을 거쳐 지난해 늦가을에도 한 번  들렀던 도갑사(전남 영암군 군서면 도갑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께였다.

조선 숙종 8년(1682)에 만든 석조(전남유형문화재 제150호)의 달고 맛있는 물로 목을 축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 도갑사의 가을 풍경. 조선 숙종 8년(1682)에 만든 석조(전남유형문화재 제150호)의 달고 맛있는 물로 목을 축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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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산행을 다녀온 등산객들이 도갑사 석조(전남유형문화재 제150호)의 달고 맛있는 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 가는 도갑사의 낯익은 풍경이 산행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 주는 것 같았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울→ 호남고속도로/ 광산 I.C→13번 국도→나주→영암→월출산
*서울→서해안고속도로→함평 I.C→반남→영암(신북)→월출산
*대구→88고속도로/ 동광주 I.C→1번 국도→나주→영암→월출산
*부산→남해고속도로/ 광양 I.C→2번 국도→강진→성전→13번 국도→월출산



태그:#월출산구름다리, #월출산남근바위, #구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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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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