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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현희

올 가을, 곳곳마다 울긋불긋 곱게 물드는 단풍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네요. 그런데 올해엔 오랜 가뭄 때문에 물기가 없어 단풍이 그리 곱지 않다는 소식도 많답니다. 우리가 사는 경북 구미에도 마찬가지랍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려면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요? 다른 곳보다 워낙 늦기도 하지만, 길가에 곱게 내려앉은 가랑잎들도 거의 물기 없는 것들이라서 채 물이 들기도 앞서 떨어진 게 많더군요.

아직 물이 채 들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졌어요. 올가을엔 단풍이 그리 곱지 않나 봐요.
▲ 물기 없는 가랑잎 아직 물이 채 들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졌어요. 올가을엔 단풍이 그리 곱지 않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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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늘 시골풍경을 따라 다닐 때가 많지요. 이 가을, 우리와 함께 한 해 동안 애쓰고 땀 흘렸던 농사꾼들이 맞이하는 늦가을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시골 들녘엔 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저절로 넉넉해지는 나락 거두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워요. 그만큼 농사꾼들이 오랫동안 애쓰고 땀흘렸기 때문이겠지요? 힘들인 만큼 거두는 기쁨은 몇배가 될 테니까요.

논 가를 꼼꼼히 살피면서 메뚜기도 잡아요. 농약을 많이 치지 않은 논에는 요즘도 이렇게 메뚜기도 많이 산답니다.
▲ 가을 들판 논 가를 꼼꼼히 살피면서 메뚜기도 잡아요. 농약을 많이 치지 않은 논에는 요즘도 이렇게 메뚜기도 많이 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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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물결 일렁이는 들판에서 매우 남다른 풍경을 봅니다. 저마다 빈 페트병을 하나씩 들고서 논 가장자리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이들이지요. 바로 메뚜기를 잡는 거랍니다. 요즘은 빈 병에 하나 가득 담아서 모은 뒤에 한 되(1.8ℓ)에 삼만원을 받고 내다판다고 하더군요. 반찬이나 술안주에 쓰인다고 하네요.

농사꾼들이 한 해 동안 땀 흘려 거둔 나락이에요. 찻길 한쪽에 길게 펴놓고 말리고 있답니다. 애쓴 보람이 있어 농사꾼 얼굴에 웃음이 넘칩니다.
▲ 나락 말리기 농사꾼들이 한 해 동안 땀 흘려 거둔 나락이에요. 찻길 한쪽에 길게 펴놓고 말리고 있답니다. 애쓴 보람이 있어 농사꾼 얼굴에 웃음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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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나락을 거둔 빈들도 보입니다. 나락을 베고 그루터기만 남은 곳에 어느새 새파란 싹이 돋아나기도 합니다. 길가에는 기다란 자리를 펴놓고 나락을 말리기도 합니다.

"하이고, 내가 이거 할라고 일년 내~ 고생했지."
"그래도 뿌듯하지 않으세요?"
"암만, 이것들 보면 내 배가 다 부르지."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시골에 가면, 우리를 유혹하는 게 바로 이 오롱조롱 열린 감이지요. 얼마나 먹음직스럽게 생겼는지...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 감나무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시골에 가면, 우리를 유혹하는 게 바로 이 오롱조롱 열린 감이지요. 얼마나 먹음직스럽게 생겼는지...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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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골에는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매우 아름다워요. 주먹만한 감이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가지가 땅에 닿을 만큼 많아요. 어떤 곳에는 잎사귀가 모두 떨어지고 감만 오롱조롱 열려있는데, 마치 감빛 물든 별을 콕콕 박아놓은 듯해요.

처마 밑에는 감을 깎아 실에 꿰어 주렁주렁 엮어놓았어요. 나중에 말랑말랑해질 때면, 무척 달콤하고 맛있지요.
▲ 곶감 처마 밑에는 감을 깎아 실에 꿰어 주렁주렁 엮어놓았어요. 나중에 말랑말랑해질 때면, 무척 달콤하고 맛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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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서 주워온 꿀밤을 말리고 있어요. 우리도 어렸을 땐, 산에 가서 꿀밤을 많이 주웠지요. 그땐, 날 걸로 깨물었다가 떫어서 퉤퉤 뱉곤 했는데, 이걸로 도토리묵을 쑤면 그 떫은 맛이 싹 사라지고 매우 맛이 있지요. 시골 할머니들의 살뜰한 맛도 함께 느낍니다.
▲ 꿀밤(도토리) 뒷산에서 주워온 꿀밤을 말리고 있어요. 우리도 어렸을 땐, 산에 가서 꿀밤을 많이 주웠지요. 그땐, 날 걸로 깨물었다가 떫어서 퉤퉤 뱉곤 했는데, 이걸로 도토리묵을 쑤면 그 떫은 맛이 싹 사라지고 매우 맛이 있지요. 시골 할머니들의 살뜰한 맛도 함께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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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딴 몇 안 되는 빨간 고추도 채반에 널어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어요.
▲ 고추 말리기 텃밭에서 딴 몇 안 되는 빨간 고추도 채반에 널어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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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는 단단한 감만 골라서 깎아 실에 꿰어 주렁주렁 말리는 것도 봅니다. 말랑말랑한 곶감이 되면 무척 달콤하고 맛나겠지요?

낮은 담장이나 지붕 위에는 빨간 고추가 해바라기를 합니다. 뒷산에서 주워온 꿀밤도 함께 말립니다. 잘 말려서 가루를 내어 도토리묵을 만들면 아주 맛있지요.

타닥타닥타다다닥~!!! 잘 말린 콩을 털고 있어요. 경운기에다가 벨트로 엮어서 기계를 돌리고 있어요. 콩은 콩대로, 검불은 검불대로 따로 나오는 게 무척 신기합니다.
▲ 콩타작 타닥타닥타다다닥~!!! 잘 말린 콩을 털고 있어요. 경운기에다가 벨트로 엮어서 기계를 돌리고 있어요. 콩은 콩대로, 검불은 검불대로 따로 나오는 게 무척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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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타다타다닥~!!!

담장 밖으로 새어나오는 시끄러운 기계소리와 함께 들리는 소리를 듣고 덮어놓고 들어갑니다. 어르신 두 분이서 손발을 맞춰 콩을 타작하고 있어요. 잘 익은 콩을 통째로 기계에 넣고 요리조리 돌리면, 콩은 콩대로, 검불은 검불대로 따로 나옵니다.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여쭈면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러라고 하십니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돌아가면 '타닥타닥' 기계소리가 아닌 매우 정겨운 소리도 들립니다. 마당 한 복판에 앉아서 하나하나 손수 콩을 털고 있는 할머니가 계시네요. 불쑥 들어가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농사지은 얘기도 들어봅니다. 어르신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말투부터 정겨운 우리네 고향을 느낍니다.

기계로 하는 콩타작도 있지만, 아직도 어르신이 손수 타닥타닥 두들기면서 콩을 털기도 합니다. 이런 풍경도 매우 정겹지요. 소리도 무척 즐겁답니다.
▲ 손으로 터는 콩타작 기계로 하는 콩타작도 있지만, 아직도 어르신이 손수 타닥타닥 두들기면서 콩을 털기도 합니다. 이런 풍경도 매우 정겹지요. 소리도 무척 즐겁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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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이 산골에 뭐 볼 게 있다고…. 이런 게 뭐가 좋아서, 지지리 궁상이지."
"별 말씀을 다하세요. 우린 이런 게 좋아서 이렇게 날마다 찾아다니고 있는데요?"
"하하하! 하긴, 자네들도 어릴 땐 이런 거 많이 보고 컷재?"
"그럼요. 요즘은 이렇게 마을 구경하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하지요."
"그나저나 그카고 댕길라믄 힘들틴디, 새(새참)라도 좀 내다주께."
"아이고 아닙니다. 어서 일하세요. 저흰 또 딴데 가봐야지요."

콩 타작을 하다말고 일어나려는 어르신을 말리고 얼른 집밖으로 나옵니다. 고향처럼 넉넉하고 살가운 풍경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본답니다. 시골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건네는 말에도 정겨움이 넘쳐 무척 흐뭇하지요.

자, 이제 또 다른 마을을 찾아 산길을 넘어갑니다. 고향냄새, 할머니 품처럼 따스한 풍경, 또 어릴 적 추억을 하나씩 찾으며 갑니다. 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드러운 흙냄새, 한창 물들고 있는 가을냄새를 맡으며 진한 가을풍경에 흠뻑 빠져서….

산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면 부드러운 흙냄새를 맡습니다. 길가에 핀 꽃망울 작은 국화 곁을 지날 때면 향긋한 냄새에 잠깐 내려서 코를 씰룩거리며 냄새도 맡아봅니다. 늦가을 아름다운 풍경에 힘든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 산길 산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면 부드러운 흙냄새를 맡습니다. 길가에 핀 꽃망울 작은 국화 곁을 지날 때면 향긋한 냄새에 잠깐 내려서 코를 씰룩거리며 냄새도 맡아봅니다. 늦가을 아름다운 풍경에 힘든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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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을풍경, #시골풍경, #고향, #가을걷이,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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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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