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이 돌아왔다. 작년 <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마해송문학상을,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이어서 <완득이>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던 김려령이 새로운 동화를 선보였다. 오래 된 아파트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요란요란 푸른아파트>다.
동화에서 김려령은 만들어진지 사십 년이 된 5층짜리 푸른 아파트에게 목소리를 줬다. 그들 또한 생각할 수 있는 ‘생명체’로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요란요란 푸른아파트>는 시작하자마자 아파트들의 대화로 왁자지껄하다.
1동은 벼락을 맞으면서까지 힘껏 버텨 사람들을 구했지만 정신이 좀 이상해진 아파트다. 그래도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2동은 정이 깊어 데리고 사는 사람들을 끔찍이 아낀다. 하지만 버릇없는 일이 제 몸에서 일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3동은 힘찬 것처럼 보이지만 소심하다. 누가 심한 낙서를 하면 기운이 빠진다. 4동은 소란 피우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래서 밤마다 몸을 비튼다. 그렇게 하면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퍼지고 사람들이 나가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파트들은 하나의 생명체로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들은 살아서 서로를 이야기하고 인간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아옹다옹 다투기도 하지만 우애가 돈독하다. 가족 같은 모습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곳의 마을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 신도시 개발 열풍 속에서 이곳도 재건축이 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돈을 벌 기회가 생기는 것인데 재개발이 갑자기 취소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망했고 그래서 아파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파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쓰여 진 검정 띠를 두르기에 한다.
이 푸른아파트에 엉뚱한 아이 ‘기동이’가 온다. 엄마 아빠가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가버렸기 때문에 기동이는 이제 푸른아파트 2동에서 살아야 한다. 둥글둥글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기동이는 오자마자 말썽을 일으킨다. 푸른아파트 곳곳에 장난을 쳐서 아파트들을 놀라게 하고 학교에서도 시비 거는 아이를 단번에 혼내줘 아이들을 놀라게 한다. 과연 아파트와 기동이,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친하게 살 수 있을까?
<요란요란 푸른아파트>는 따뜻하다. 차가운 아파트에 생명력에 불어넣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아파트라는 존재를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동반자로 살아가는 것으로 묘사했기에 그렇다. 확실히 동화 속의 아파트들은 간접적이지만 인간과 교감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생명체로 다시 태어난 아파트와 아파트들의 개성과 독특한 인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요란요란 푸른아파트>의 첫 번째 즐거움이다. 두 번째 즐거움은 ‘기동이’라는 까칠한 아이와 푸른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알뜰살뜰하게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사이에 가득 넘치는 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동화의 세 번째 즐거움이다. 김려령의 동화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또한 작은 온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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