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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넉 달 된 한 아이의 아빠,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IMF를 혹독히 겪었던 젊은이, 채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에 악성 종양으로 한 팔을 절단해야 할 지 모르는 청년,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입국한 지 갓 반년을 넘기고 귀국을 결심해야 하는 이주노동자. 인도네시아인 에디(29)의 이야기입니다.

에디가 자신의 어깨뼈에 악성 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전 일입니다. 갑자기 어깨에 힘이 빠지며 들고 있던 물건을 놓쳐 발등을 찍힌 적이 있던 에디는, 그 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팔은 침을 맞으며 낫기를 기대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발등의 회복과는 달리 어깨는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아 2주 전에 MRI를 찍어 봤습니다.

결과는 악성 종양이 진행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났고, 전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공 관절을 심어 팔을 살릴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의사의 진단이었습니다. 그 일로 에디의 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준수하고 큰 키의 에디는 그동안 수척해질 대로 수척해진 데다 의기소침해 있었고, 별 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대신 옆에 앉았던 회사 사장님이 에디 때문에 여러 곳에 문의를 해 가며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찾았었다는 사실을 전해 주었습니다.

"에디가 아프다고 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참 고민 많이 했어요. 여기서 수술이라도 받고 보내야 할지, 아니면 보호자도 없는데, 항암치료며 방사선 치료며 받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수술비용이라도 쥐어줘서 인도네시아에서 수술하게 돌려보내는 게 좋을지…."

그 부분에 대해 에디에게 물어봤습니다. MRI를 찍고 나서 조직검사를 해서 좀 더 정확한 진단을 하니 마니 할 때부터 그 부분에 대해 줄곧 고민해 왔다는 에디는 먼저 사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부터 했습니다. 그리곤 이제 백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이야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집에 갈 때 참 힘이 들었어요. 큰돈 벌 수 있다고 들어왔었는데, IMF 때문에 어려워진 한국에서 돈도 벌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야 했을 땐, 불법체류라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도 그땐 혼자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기가 막… 너무 미안해요. 아기에게."

부인의 배가 부를 대로 부른 상태에서 고국을 떠났던 에디는 한 번도 얼굴 맞대고 본 적이 없는 아기를 생각하면, 팔을 절단해야 할지도 모를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러운지, 젊은 날의 꿈을 이뤄보지도 못하고 늘 좌절을 경험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운지, 악성종양보다 두려운 미래를 생각했는지, 입술에 갖다 댄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에디를 보고 계시던 사장님은 "제가 이 친구 이런 형편 알고 도움 좀 얻으려고 ***에 전화를 했더니, 아, 글쎄, 그냥 퇴사시키지 뭣 하러 고민하느냐고 말하길래 정이 딱 떨어집디다. 우리 회사에 인도네시아 사람이 다섯 명입니다. 이 사람들 참 성실합니다. 딱 까놓고 이 사람들 없으면 일 못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매정하게 대할 수 있어요?"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사장님이 말한 곳은 모 경영자 단체로 에디를 교육시킨 적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엎친데 겹친 겪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다쳐서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이러다가 암이 온 몸에 퍼졌을 지 누가 알겠어요?"

그리고 오늘, 2주 동안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던 에디가 연락을 해 왔습니다. 오는 14(금)일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마음 편할 리 만무한 상황임에도 여러 가지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그의 반듯함에 더욱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그의 귀향 길에 공항까지라도 잠시 동행해야 할까 합니다.


#악성종양#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귀국#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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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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