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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낳아 기르다 보면 부모에게 주는 기쁨은 아이들마다 다르다. 아이가 셋인데 첫째 아이는 평균 이상 성적을 올려 준다. 책도 잘 읽으니 공부에 관해서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둘째는 딸인데 딸 키우는 부모는 다 알겠지만 사랑 그 자체다.

 

막내는 아들인데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조금 늦다. 옛날 우리가 자랄 때 비하면 늦은 것이 아니지만 요즘 아이들에 비하면 늦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하였고, 키는 자기 반에서 가장 큰 아이보다 머리 높이는 작다.

 

엄마와 형과 누나는 이름을 부르지만 나는 이름이 아니라 '막둥아'라고 부른다. 그러니 나에게는 한없이 어리광을 부린다. 형과 누나가 조금만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면 울고, 나에게 온다.

 

강하게 키우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막내만 보면 달라진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작은 모습을 보면서 형과 누나에게는 공부하라는 소리를 해도 이상하게 잘 되지 않는다.

 

얼마나 늦은지 젖니를 이번에 처음 갈았다. 같은 나이인 사촌이 벌써 젖니를 6개나 갈았는데 처음 갈았으니 늦기도 참 늦다. 물론 또래 동무 중에 아직 젖니를 갈지 않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사촌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내와 막내를 두고 시간이 영원히 흐르지 않았으면, 막내는 그냥 저 상태로 계속 있었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누었던 일이 있다. 한글도 잘 읽지 못하고, 숫자 개념도 정확하지 않은 아이라 학교를 한 해 늦게 보내려고 마음 먹었지만 아내가 강력하게 반대하여 보내었다.

 

입학 후 학교 갈 때는 형과 누나를 따라 갔지만 집에 올 때는 마중을 갔다. 많은 엄마들이 3~4일, 길게는 1주일만 마중을 갔다. 형과 누나도 3일만 마중가고 혼자 오게 교육시켰다. 그러나 막내는 한 달을 마중 갔었다.

 

 

마냥 어린 막둥이가 지난 목요일(6일) 학교에 다녀와서 하는 말이 엄마와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고 했다.

 

"아빠 편지!"

"편지! 무슨 편지?"

"내가 아빠하고, 엄마에게 편지 썼어요."

"막둥이가 편지를 썼다고."

 

입학할 때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했던 아이가 편지를 썼다는 말에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내가 막내를 너무 어리게 본 것은 아닌지. 글잘 한 자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로 생각했던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어머니 아버지께

엄마 아빠 나를 키워주셨었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몰했습니다.

엄마 아빠 마음 속상하게해서 제송합니다.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해주셨어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 아빠 내가 건강하세요

체헌 올림 1-6 15번"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틀렸지만 무엇이 대수인가? 막내에게 편지를 받았다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형과 누나도 한 두 번 편지를 썼지만 막내만큼 감동을 주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막내는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막둥이 항상 건강한 정신과 마음, 몸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태그:#편지,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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