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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고 있는 저작권법 강화와 '영파라치(영화파일 불법공유 신고포상제도)', '음파라치(음악파일 불법공유 관련)'의 활개에도 전혀 꿈쩍 않는 '치외법권자'가 있다. 바로 지성인이라 불리는 대학생들이 그 주인공.

대학생들은 중·고교생과 달리 저작권을 몰라 위반하는 경우보다 자신들의 필요와 편리에 따라 교묘하게 저작권법을 위반해 가고 있다. 이는 대학생들의 경우 관련 법률과 지식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대학생들의 저작권법에 관한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평범한 대학생의 하루를 살펴봤다. '저작권법을 피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대학생 조아무개(26)씨의 저작권 없는 하루는 이렇다.

조씨의 집은 학교에서 지하철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출근길과 겹치는 아침 '지옥철'에서 조씨는 전날 밤 한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MP3 음악을 감상하며 등교한다. 물론 불법 업로드된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음악이다.

오전 수업을 끝낸 그는 영어공부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에 비치된 간행물이나 자료들은 모두 합법적 사용료를 지불한 것이지만 정작 조씨는 이런 자료에는 관심이 없다. 도서관은 공부를 위한 자리에 불과했다. 자리를 잡은 조군이 가방에서 꺼낸 것은 PMP. 최근 받은 유명강사의 토익강의로 토익공부를 한다고 했다.

조씨는 "실제 토익강의를 듣거나 동영상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수십만원이 드는데 다운받으면 몇 천원이면 다 되니까 돈도 덜들고 편하기도 하고…"라며 불법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불법복제된 대학교재들. 최근 경제한파로 교재의 불법복제가 늘고 있다.
▲ 불법복제된 대학교재들. 최근 경제한파로 교재의 불법복제가 늘고 있다.
ⓒ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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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공부를 마친 그가 향한 곳은 학교 앞 복사 가게. 수업에 필요한 서적을 구매하는 대신 조씨는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거나 비싼 교재는 아예 통째로 제본을 뜨기도 한다.

함께 동행한 복사 가게 입구에는 '책은 복사 안 됨'이라는 글씨가 또렷했지만 장당 40원이면 어떤 책이든 복사가 가능했고, 경제적 이유인지 교재를 복사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조씨는 다시금 PMP를 꺼낸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최신영화를 보기 위한 것. 영화를 보다 보니 어느덧 조씨의 집에 도착했다.

음원공유 사이트. 불법적으로 음원이 공유되고 있다.
▲ 음원공유 사이트. 불법적으로 음원이 공유되고 있다.
ⓒ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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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둘러보던 그는 좋은 글귀와 예쁜 사진들을 발견하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그것들을 옮긴다. 물론 친구가 작성한 글과 사진이 아님에도 자신의 홈피로 옮기는 것에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

또 전날 받았던 음악은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해 음질을 줄이고 확장자를 바꾸어 자신의 홈피에 올려놓기도 한다.

요즘 '음파라치'가 많던데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씨는 "친구들에게만 공개되도록 설정하면 걸릴 확률은 제로"라고 조씨는 자신있게 말했다.

미니홈피를 예쁘게 단장한 그가 한 마지막(?) 저작권 침해는 바로 다음날 통학시간에 볼 영화 다운로드. "영화 제목은 검색이 안 되지만 다 방법이 있다"며 자랑하듯 어느새 극장에서 상영되는 최신영화를 받아낸다.

불법영화 다운로드 사이트. 현 극장개봉작까지 불법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 불법영화 다운로드 사이트. 현 극장개봉작까지 불법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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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루에도 수차례의 저작권법을 위반 한 조씨이지만 그 동안 단 한 차례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피해를 본 일은 없단다.

"다운로드도 불법이긴 하지만 사실 인터넷에 영화나 음악을 올려서 공유만 안 하면 걸릴 걱정 없죠. 지금까지 걸려본 적도 없고 걸린 사람도 못 봤다."

여러 휴대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함께 타인의 저작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시대. 적발되지 않는 방법을 알기에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지금 당장 얼마 되지 않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대가를 치르지 않는 '저작물 도둑질'을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이 계속해야 하는지 다시금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저작권#불법다운로드#영파라치#음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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