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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대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당론은 '선피해대책마련-후비준'이다. 지난해 4월에 체결된 한미FTA 협정문을 비준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 의회의 비준 움직임을 보면서 농업분야 등 피해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원내핵심인사는 12일에도 "현재의 한미FTA 협정문 상태에서 한국과 미국 어느 나라도 재협상요구 없이 피해대책을 보완해서 비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에 대해 "추가로 보완할 FTA 대책이 있으면 내달라. 보완대책이 마련되면 야당은 FTA를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압박한 것은 이같은 당론의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당신들 주장대로 피해대책을 만들테니, 한미FTA비준에 협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10월에 '폭발'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11월 미국 대선에서 한미FTA 재협상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온 오바마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상황이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피해대책을 만들면서 적절한 비준시점을 기다리자'는 수준으로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인 파생금융상품이 한미FTA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면 치명적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큰 신뢰를 얻고 있다.

 

이미 '선대책-후비준'론도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이를 겨냥한 홍 원내대표의 '꼼수'도 사실은 엉뚱한 과녁을 겨냥한 셈이다.

 

의원 36명 참여한 비상시국회의 "재협상 포함한 새로운 전략마련 필요"

 

이와는 달리 정치권 곳곳에서 '재협상 준비론'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오전 국회에서 발족한 '한미FTA졸속비준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는 '재협상을 포함한 새로운 전략마련'을 '선비준 철회', '18대 국회의 책임있는 검증절차 착수' 등과 함께 요구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변화된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재협상을 포함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재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모임에는 유선호·최인기 의원 등 민주당 23명, 강기갑 대표 등 민주노동당 의원 5인 전원, 김낙성 의원등 자유선진당 6명, 무소속 강운태·유성엽 의원 등 36명이 참여했으며,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도 결합할 예정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소속의원 83명중 1/4이 넘은 의원들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당론의 중간정도에 있는 '재협상 검토'안을 수용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은 "이 조항을 만드는데  의원들 사이에 아무런 논란이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내에서도 공개적으로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13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지금은 비준시기를 논의하는 게 아니라 재협상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여건의 변화가 생긴 가운데서 재협상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해,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효석 "한미FTA 독소조항 제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김 원장은  "오바마 당선자는 대북 대화기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난 한미FTA 협상때 관철시키지 못한 개성공단 원산지 표시 문제도 풀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에 미국도 여러 가지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국가제소 문제도 재협상을 통해 설득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회의뒤에도 <오마이뉴스>기자에게 "지금은 '선대책-후비준' 논의단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한미FTA의 독소조항을 제거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내 '재협상준비론'의 물꼬는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송민순 의원이 튼 것이다. 지난해 4월 한미FTA타결의 당사자인 이들이 "한미 FTA를 살려갈 생각이 있다면 먼저 비준을 할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한미간 협정 체결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우리 경제와 금융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한미FTA타결 당시에도 제기됐던 미국식 금융제도화에 대한 문제점을 무시했다는 점에서는 입장변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재협상'을 거론하는데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이와 관련해 "미국이 자동차분야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해오지 않겠냐는 추측이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에 합치하는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며 "그 방안 중 하나가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측 협상 실무자, 공개적으로 재협상 필요성 제기

 

12일과 13일에 각 언론은 한미FTA의 미래를 예견케 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미FTA 미국측 협상단의 일원이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유력한 통상정책 조언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제이 아이젠스탯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통관담당국장이 공개적으로 재협상을 거론한 것이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 주최한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과 한미 FTA에 미치는 영향' 간담회에서 "미국 경제 침체와 자동차 부문의 위기로 인해 한미 양국의 경제 환경이 FTA 체결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고 '토로'하면서 "한미 FTA 중 자동차 부문 협상 내용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경제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요구에 의해 재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태그:#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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