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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의 운명이 얘깃거리다. 헌법재판소에 원망을 보내는가 하면, 왜 처음부터 위헌논란을 없애고 만들지 못했나 하는 탄식도 들린다. 반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들은 신이 났다. 이제사 노무현 정부의 대못을 뽑았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나는 어제 오늘 내내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시달렸다. 당시 청와대의 담당 비서관으로서 종부세의 착안에서부터 입법, 이후 강화 과정까지 고스란히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기대한 것은 나의 '소감'이었다. 대부분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을 담고 있지만, 때로 조롱과 굴욕을 원하는 소감 요청도 있었다. 그러나 한 때 정책담당자로서 내 개인의 소감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종부세는 어느 특정 정권이나 정치집단이 갑자기 창안해낸 세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헌재에 칼자루 쥐어주는 오류 반복하는 역사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13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종부세에 대한 헌법소원ㆍ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13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종부세에 대한 헌법소원ㆍ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 권우성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는 오래된 사회적 염원이다.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부동산 불패신화를 넘어서는 방법은 보유세 강화밖에 없다고들 했다. 금융정책이나 경기정책은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급락을 방지하는 수단일 뿐, 부동산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능력에 상응하게 보유하고 가격에 상응하게" 세금을 낸다면, 과다·고가 부동산 보유심리를 자연스럽게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임기 초에는 너도나도 보유세 강화를 약속했지만 언제나 용두사미가 되었을 뿐이다. 2000년대 들어 다락 같이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우리 사회는 다시 보유세가 왜 진작 정상화되지 못했던가 후회하게 된다.

노태우 정부 당시 토지공개념의 이상과 가치는 이미 헌신짝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참여정부는 서둘러 미뤄진 숙제를 해결하려고 나섰고, 당시의 가장 우수한 관료들이 "정말로 보유세 강화를 시키려 한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제안한 제도가 바로 종부세였다.

종부세 같은 제도가 외국에 있느냐, 없느냐? 실질 부담률이 외국보다 높으냐, 낮으냐? 이런 식의 논쟁은 이미 정리되었다. 나도 참여한 바 있지만, <부동산 신화는 없다>(후마니타스),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거짓과 진실>(이용섭 의원실, 토지+자유연구소)이라는 책들에서 종부세에 대한 수많은 비판을 하나하나 논박한 바 있다. 명백한 거짓주장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 주장의 당사자들은 실명비판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종부세는 거짓에 기초했거나 헌법을 위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효과 있다는 '보유세 강화'의 길을 갔기 때문에 고난에 처했다. 보유세는 효과도 높지만 조세 저항도 높다. 매년 정규소득 중에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 보유세가 형편없이 적을 때 집을 산 사람들은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 때문에 보유세 강화를 멈출 것인가, 아니면 과도적 고통을 넘어서야 할 것인가? 고령자 납부유예 등의 방법을 써서 연착륙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 문턱에서 우리 사회는 다시 편한 길에 눈길이 가고 말았다. 노태우 정부 당시 토지공개념 3법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자 줄줄이 헌재의 칼자루에 맡겨졌던 것처럼, 종부세의 지향과 가치가 다시 헌재에 맡겨지는 역사의 반복을 경험하고 있다.

헌법은 그 사회 상식의 가장 추상화된 계약서이다. 우리 헌법은 부동산 투기를 막고, 국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도록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헌재가 종부세의 목적과 취지를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과도하다는 것인데, 더 나은 방법으로 보유세를 강화할 도리가 있는가? 어찌 주택을 금융소득과 같은 수준으로 보는가? 우리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현실은 왜 보지 못하는가? 그러나 헌재를 비난할 이유는 많지 않다. 상식의 계약서를 해석하는 최종 권한은 국민에 있기 때문이다. 최종심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것이다.

숙제로 남은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13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법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법의 입법목적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났다며 취지를 살려나갈 것을 촉구했다.
13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법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재동 헌법재판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법의 입법목적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났다며 취지를 살려나갈 것을 촉구했다. ⓒ 권우성

큰 부상을 입은 종부세는 이제 종합병원에 입원한다. 아예 이참에 안락사를 시키려는 의사들이 줄을 서 있다. 호흡기를 제거하는 빠른 방법으로 갈까, 아니면 좀더 인간적인 방법으로 갈까 고민하고 있다. 반면 소수의 의사들은 그래도 치료를 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비록 기능은 예전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살려보려는 것이다.

환자 가족들도 두 부류로 나눠졌다. 한 편에서는 병원비도 감당을 못하겠고, 깨어나면 재산분배도 복잡해질 듯하니 그만 고이 가시도록 하자고 한다. 이미 돌려받을 돈을 계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은 완고하고 인기 없는 가장이지만, 그래도 집안의 기둥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여러분들이라면 국회에서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 ⓒ 유성호
그러나 종부세에 대한 동정은 필요없다. 심장박동을 연장하려 전기충격기를 쓸 필요도 없다. 종부세는 죽지도 않을 뿐더러, 죽어도 다시 살아날 운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동산 가격,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건설업 투자비중이 종부세를 다시 살려낼 것이기 때문이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는 아직 완수하지 못한 우리의 숙제이다. 그 이름이 종부세든 아니든,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는 숙명이다.

물론 종부세 제정 당시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었지만, 후회와 반성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종부세의 역사 앞에서, 조롱과 굴욕을 강요받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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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수현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과 환경부 차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입니다.



#종부세위헌선고#종부세#헌법재판소#청와대#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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