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양산에서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산은 어떤 곳이 있을까. 산행관련 책과 인터넷 검색을 하며 해도 짧은 토요일 하루 동안 다녀올 수 있는 산을 찾아보았다. 경주 토함산과 남산, 몇 번 갔던 금정산 등을 놓고 어디로 갈까 생각해보았지만 썩 마음에 내키지 않던 참에 함안 여항산을 가 보기로 했다. 함안도 처음, 여항산도 첫길이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유서 깊은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간직한 고장으로 알려져 있고, 서원 창시자 주세붕 선생, 고려를 지킨 이오 선생, 단종의 시신을 거둔 조려 선생 등의 충절이 서린 고장이라 한다. 함안은 또 아라가야의 땅으로 금관가야와 함께 신라 법흥왕 때 신라에 병합되었다. 6.25 격전지였던 여항산은 19차례나 전투를 치룬 곳으로 미군들은 '갓뎀'이라는 저주의 말을 남긴데서 일명 ‘갓데미산’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가을단풍도 절정,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마지막 단풍을 놓칠세라 고속도로는 아침부터 붐빈다. 요즘 해가 짧아 일찍 서둘러 나왔지만 벌써 아침 8시가 넘었고 아침햇살이 퍼지고 있다. 남양산 IC를 벗어나 진영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려는데 휴게소 주차장과 휴게소 안팎에는 관광버스를 비롯해 자동차들과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다. 화장실에는 두 줄씩, 세 줄씩 줄을 서야했다. 관광차에서 잠시 내린 한 무리의 사람들은 주차장 한쪽, 화단가에 쭈그리고 앉아 시락국과 함께 아침식사를 서둘러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을 나들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함안IC(9:20)를 지나면서 톨게이트 직원에게 여항면 가는 길을 물었다. IC에서 오른쪽으로 가서 쭉 직진하란다. 조금 가다보니 ‘여항상 12킬로미터’라는 표시판이 나온다. 가야읍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지난다. 낮은 건물, 좁은 도로, 우수수 떨어져 날리는 노란 은행잎들이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여항산 가는 길에 은행나무 가로수가 양쪽 길에 도열해 있어 눈길을 끈다. 처음 와보는 함안이지만 별다른 특징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데, 하늘을 향해 노랗게 타는 듯 서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있는 한적한 시골길은 마음을 확 끈다. 가야읍내를 벗어나자 양 옆에는 전형적인 농촌풍경이 이어진다. 제법 은행나무 길은 길게 이어졌다. 문득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완전한 노란색을 구하기 위해 압생트라는 술을 과도하게 마셨다던(압생트는 색맹을 초래한다고) 반 고흐가 떠오른다. 그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기묘묘한 노란색으로 해바라기를 그렸고 그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입혔다.

 

함안면을 벗어나 국도를 조금 달리다보면 여항산 안내판이 보인다. 함안면사무소 옆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을 꺾어 쭉 올라가노라면 봉성 저수지가 보이고 좌촌마을 표시판이 나온다. 봉평저수지를 옆에 끼고 돌아가면 좌촌마을이 저만치 보인다. 저수지 건너 산자락 아래 몇 호의 집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이고 그 뒤에 여항산 정상이 멀리 조망된다.

 

좌촌 마을은 함안면에서도 조금 더 들어간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는 조용한 산마을이다. 좌촌 마을 주차장에 도착(9:50), 아주 작은 좌촌 마을은 여항산 산행하기에 친절하게도 아담하고 마을에 비해서 제법 널찍하고 친절한 주차장 시설을 해 놓고 있다. 처음 와보는 여항산, 인적 없는 우리 둘만의 산행이 될까 내심 걱정했는데 여긴 생각보다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인 듯하다. 배려해놓은 주차시설이나 주차장 주변에 마을사람들이나 산객들이 누구나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는 테니스장, 화장실, 식수대 나무의자 등이 있다.

 

이미 주차장엔 몇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고 우리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사람들이 산행안내도를 올려다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우린 산행코스를 확인하고 배낭을 어깨에 멘다. 함안의 진산 여항산(높이 770미터)은 함안군 여항면 주서리에 위치해 있다. 주서리 좌촌마을은 몇 호 안 되는 집들이 여항산 자락아래 앉아 있어 조용한 마을이다. 마을 뒤로는 여항산, 아래에는 봉성 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다른 마을이 희미하게 보인다. 전형적인 농촌풍경, 농촌마을이다.

 

마을 입구엔 오래된 정자나무 세 그루가 마치 수백, 수천 년 동안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지킴이처럼 큰 우듬지에 무수한 잎들을 달고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몇 호 안 되는 마을의 집들은 거의 하나같이 어느 집이든 집 앞마당이나 옆, 혹은 뒤란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배추, 무, 파 등을 심어놓고 있어 푸르게 자라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다 허물어져 가는 오래된 낡은 집에도, 새로 개조했거나 지은 듯한 전원주택에도 텃밭을 끼고 있다.

 

텃밭을 끼고 있는 고요한 산마을의 집들이 부러운 마음까지 들게 한다. 제법 모양새 있는 새로 지은 전원주택들이 눈길을 끈다. 햇살이 잘 들고 있는 집, 그리고 넓거나 아담한 마당, 그 옆에 혹은 앞, 뒤에 있는 크고 작은 텃밭에는 그만한 밭에서 배추, 무, 파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너무 외떨어지지 않은 한적한 곳에 이런 집하나 짓고 살아도 좋을 것 같은 전원주택도 보인다. 좌촌마을 주차장에서 마을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을 걸어 가다보니 정자나무와 그 아래 쉼터가 있고 좌촌마을회관을 지나자 산행 1코스가 먼저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가자 2코스와 3코스 갈림길이 나온다. 우린 3코스로 간다. 여항산 등산로 3코스는 길이 친절하다. 등산로 표시가 잘 되어 있는데다 등산로도 초입부터 넓고 숲이 너무 빼곡하지 않아 음산하지 않고 숲이 트여 있어 햇살이 잘 드는데다 산행로 초입부터 편안하다. 11월의 산행, 덥지도 춥지도 않고 공기는 찹찹하고 쾌적하다. 발밑에 깔린 낙엽은 발아래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점점 올라갈수록 가팔라지는 길, 제법 땀이 난다.

 

오랜만에 산행에서 흘려보는 땀이다. 하지만 땀에 옷이 젖어도 잠시 산길에 앉아 쉬노라면 땀은 금방 식어버리고 싸늘하게 추워진다. 다시 일어나 산길을 오른다. 잠시 앉아 있을 때나 올라가는 길에 서서 숨을 고르고 가만히 서 있노라면 걸어 올라갈 때는 들을 수 없었고 보지 못한 것이 들리고 보인다.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와 떨어지는 낙엽이 내는 소리, 몇 개의 잎을 겨우 달고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푸르른 하늘이 보이고 산새 울음소리도 들린다.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의 메마른 비명소리도 예민하게 감지된다. 숲은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고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발밑엔 더 많은 낙엽들... 점점 경사가 높아지고 길은 더 험해진다. 겨우 770미터밖에 안 되는 산이라 생각했는데 거의 다 와 간다고 생각해보면 아직도 계속 오르막길로 이어지고 있다. 제법 높은 산이다. 겨우 헬기장(11:45)에 도착한다. 둥글고 널찍한 공터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여러 사람들과 모여앉아 도시락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헬기장을 지나서부터는 바위구간인데다 길은 비좁고 위험하다.

 

정상이 가까울수록 긴 바위구간인데다 위태롭다. 이곳 여항산 정상 주변은 특이하게도 위험한 암릉 구간으로 되어 있는데 양 옆에는 사정없는 낭떠러지인데다가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추락하기 쉬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위를 타고 정상석 가까이 가려고 내딛는 발걸음, 처음엔 높은 암릉 왼쪽으로 가다가 발도 제대로 딛을 곳이 없는데다 바로 발아래엔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라 현기증이 나서 다시 원위치로 가서 방향을 바꿔서 바위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보다는 조금 덜 위험하고 짧게나마 굵은 밧줄이 있어 잡고 올라간다. 하지만 결코 안전한 지대는 아니다. 겨우 정상석 가까이 도착한다. 이곳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란 말인가. 한발 한발 내딛기조차 위태로운 암릉구간이다. 정상주변 전체가 위험한 구간이라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정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걸음 한다. 반대편 1코스에서 올라온 산행 팀들까지 암릉으로 된 정상에 올라오자 어수선한데다 복잡해서 발을 헛딛을 위험이 있다.

 

방금 올라온 사람들은 암릉 끄트머리에 있는 조망안내판과 정상석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며 떠들썩하다.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우리는 가 보지 않은 길로 하산한다. 1코스로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위험한 암릉 구간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말에 2코스로 내려가기로 한다. 일단 헬기장 넓은 풀밭에서 점심을 먹고 지척에 있는 배능재에 2코스가 있다. 하산 길 2코스도 결코 만만한 길은 아니다.

 

 

급경사 내리막길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미끄러운데다 좁고 비탈진 흙길은 S자로 굽어 돌고 있고 아래로 치닫고 있어 더듬더듬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거의 다 내려오자 길은 완만해진다. 마을 집들이 보인다. 멋진 전원주택 옆을 지나 고만고만한 집들 사이로 걸어 내려간다. 2코스 끝에서 3코스 갈림길과 다시 만난다. 주차장에 도착해도 아직 해는 중천에 있다. 좌촌마을은 여전히 고요하고 마을 초입에는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을 정자나무들이 든든히 서 있고, 마을 뒤에는 여항산이 마을을 멀리서 감싸고 있다.

 

하늘은 푸르고 푸르른 하늘에 흰 구름이 가을 시를 그리고 있다. 오늘 산행은 빨리 끝났다. 다시 차를 타고 내려가다가 여항산 온천에서 온천욕을 한다. 함안 여항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여항산 온천은 예전에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듯 썰렁한 분위기다. 탕에 들어서자 너댓 명의 사람들이 목욕을 하고 있어 썰렁하지만 조용해서 그럭저럭 괜찮다. 약수탕에서 몸을 푹 담근 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한다.

 

여항면사무소 옆을 지나 함안면으로 이어지는 길, 노랗게 타오르는 은행나무들을 일별한다.

 

ⓒ 이명화

 

산행수첩: 함안 여항산(770미터)

 

1. 위치: 경남 함안군 주서리 좌촌마을

2. 일시: 2008년 11월 15일(토), 맑음

3.산행기점: 좌촌마을 주차장

4.산행시간: 4시간 15분

6.진행:좌촌마을 주차장(10:05)-3코스 산길시작(10:20)-헬기장(11:45)-여항산정상(12:00)-점심식사 후 하산(12:45/2코스로 하산)-좌촌마을 주차장(2:20)

7.특징: 함안IC-가야읍-함안면-여항면 국도: 은행나무 가로수/등산코스 표지판 잘되어 있음. 헬기장-점심 식사 장소로 좋음. 여항산 온천-4000원.

 


태그:#여항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