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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입구에 걸린 프랑스사진작가전 홍보물. 걸린 작품은 발레리 블랭의 '무제' 보디빌더연작 중 흑백사진 134×209cm 1999
 성곡미술관 입구에 걸린 프랑스사진작가전 홍보물. 걸린 작품은 발레리 블랭의 '무제' 보디빌더연작 중 흑백사진 134×209cm 1999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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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힘, 21명의 프랑스 현대사진작가'전이 성곡미술관에서 내년 1월 11일까지 열린다.

과연 프랑스현대사진의 특징이 뭘까? 하여간 프랑스는 영화와 사진을 발명한 나라다. 그런 면에서 '양산의 문화'가 아니고 '원형의 문화'다. 프랑스사진도 프랑스영화처럼 마침표는 안 보이고 물음표로만 넘쳐난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을 정답 없는 질문을 하게 하는 것이 프랑스문화의 특징인가.

그리고 보니 20세기 미술의 거장 마르셀 뒤샹이 "추한 것도 예술이 될 수 있고 세상의 모든 사물도 예술이 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예술이란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것이다"라는 한 말이 떠오른다. 이번 전의 콘셉트와 그와 비슷한 것 같다.

이제 사진은 디지털의 발달로 카메라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왔다. 사진이 처음 생길 때는 단순히 기록하는 도구였으나 이제는 예술적 창조가 가능해졌고 회화가 담을 수 없는 사진만의 독창적 세계를 구가할 수 있게 되었다.

"못 찍을 사진 없고 아름답지 않은 사진 없다"
-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I '영국산 순수 혈통의 종자암말과 망아지' 플라스틱 가공한 컬러프린트 120×180cm 2003(아래).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임을 알 수 있다. 위는 항공사진으로 찍은 '아이슬란드 산 풍경'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I '영국산 순수 혈통의 종자암말과 망아지' 플라스틱 가공한 컬러프린트 120×180cm 2003(아래).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임을 알 수 있다. 위는 항공사진으로 찍은 '아이슬란드 산 풍경'
ⓒ Yann ARTHUS-BERT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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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예술원회원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적은 것을 더 잘 쓸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하찮은 대상을 소중한 사진으로 바꿀 줄 안다.

그는 서른 살에 아프리카에 가서 사자촬영을 한 후 동물사진전문가가 되었다. 말 사진으로 특히 유명하다. 물론 그는 그밖에도 자연, 인간, 환경 등에 관심이 많은 휴머니스트다.

1946년 파리생인 그는 1991년 처음 항공사진을 찍었다. 1994년부터는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는 "이 세상에 못 찍을 사진이 없고 아름답지 않은 사진이 없다"며 지구촌 구석구석을 찍어 60여권의 사진집도 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집중 조명한 사진집 <하늘에서 본 한국(새물결)>도 선보인다.

개인적 측면보단 인간조건에 관심을 둔 초상사진
- 피에르 고노르(Pierre GONNORD)

피에르 고노르 I '살리마(Salima)' 플라스틱 가공한 컬러프린트 129×99cm 2006. '올림포스신' 컬러프린트 162×122cm 2005(아래)
 피에르 고노르 I '살리마(Salima)' 플라스틱 가공한 컬러프린트 129×99cm 2006. '올림포스신' 컬러프린트 162×122cm 2005(아래)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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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고노르는 1963년생으로 2003년에는 교토 쿠조야마 작가빌라에 입주하는 특혜도 누렸다. 초상사진을 찍을 때 한 인간의 소소한 개인적 측면보다는 영원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인간조건을 조망한다.

그의 작품이 풍기는 깊이는 명암의 특색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로 그는 렘브란트 등과 서양초상화의의 거장들을 공부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모델은 대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다. 이런 '얼굴'연작을 보니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거울 같다.

그는 반듯한 사람보다는 결함이 있는 사회적 약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소외된 인생들 예컨대 사팔뜨기 처녀라든가 혼자 사는 노인 등을 사진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평범하되 진실한 삶이 담긴 증인을 찾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진한 인간애가 느껴진다.

버전은 다르나 같은 영화를 사진으로 재구성
- 카미유 앙로(Camille HENROT)

카미유 앙로 I '킹콩종합편(King Kong Addition)' 비디오 상영시간 1시간 30분 2006
 카미유 앙로 I '킹콩종합편(King Kong Addition)' 비디오 상영시간 1시간 30분 2006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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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작가는 사진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건축 등에도 관심이 높다. 그리고 사진에서 창조가 뭔지를 묻는다. 그래서 그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영화로 사진미학을 만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이런 작업은 유토피아를 실현해보려는 작가의 시도인지도 모른다.

위 작품은 영화킹콩의 '1933년·1976년·2005년' 세 버전을 합한(King Kong Addition) 것으로 영화를 사진언어로 재해석한 것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작가는 세대의 차이를 넘는 세 편의 영화를 하나로 엮는다. 거기서 어떤 이미지가 새로 탄생하는지 타진한다.  

도심에서 찾아낸 고고학적 상상력과 추상적 미학
- 스테판 쿠튀리에 (Stephane COUTURIER)

스테판 쿠튀리에 I 도시고고학 연작 중 '르노' 시바크롬 프린트, 디아섹 111×137cm 1994. 도시고고학 연작 중 '누아지엘(Noisiel)' 시바크롬 프린트, 디아섹 111×137cm 1994(아래)
 스테판 쿠튀리에 I 도시고고학 연작 중 '르노' 시바크롬 프린트, 디아섹 111×137cm 1994. 도시고고학 연작 중 '누아지엘(Noisiel)' 시바크롬 프린트, 디아섹 111×137cm 1994(아래)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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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쿠튀리에은 1957년생으로 파리에서 활동 중이다. 그의 '도시의 고고학' 연작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도시의 삶과 거주지에 관심 많고 산업사회의 폭력성을 고발하기도 한다. 2003년엔 다게르 이전 프랑스에서 사진개척자의 이름을 따 만든 '니옙스상(Niepce Prize)을 수상한다.

그는 도시를 하나의 기관으로 보면서 도시를 사회학적 해석과 고고학적 상상력으로 그린다. 거기서 페르낭 레제의 입체주의가 보여준 기계문명의 힘과 기하학적 균형감 등을 생각하게 하는 독특한 미를 창출한다. 위 르노공장의 사진을 보면 수평과 수직의 통로와 배관이 서로 교차하면서 추상적 이미지도 준다.

파리외곽 빈민가를 대변하는 자유발언
- 드니스 다르자크(Denis DARZACQ)

드니스 다르자크 I '공중 부양 I II'. 보니노 도심 '카멜 뭄니의 초상' 컬러프린트 58×46cm 2004(아래)
 드니스 다르자크 I '공중 부양 I II'. 보니노 도심 '카멜 뭄니의 초상' 컬러프린트 58×46cm 2004(아래)
ⓒ Denis DARZA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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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스 다르자크는 1986년 파리장식미술학교를 졸업한 작가로 파리의 도시화로 외곽 빈민지역으로 밀려난 사람들에 관심을 쏟는다. 그곳 사람들은 때론 분노와 좌절에 빠지기도 하나 작가는 오히려 그런 점을 그의 사진의 동력으로 삼는다. '공중 부양'으로 삶의 고단함을 푸는 젊은이의 춤 사진은 바로 그런 것의 상징이다.

이 곳 사람들은 누구나 그의 사진모델이 되는데 기꺼이 응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작은 일상이 담긴 그의 사진은 그들에게 하나의 꿈으로 작은 축제로 되살려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사진의 힘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사진은 분명 사회적 발언이다. 그는 이렇게 프랑스의 예술전통 중 하나인 앙가주망 정신을 따른다.

보도사진의 진실성에 의문을 던지다
- 브뤼노 세라롱그(Bruno SERRALONGUE)

브뤼노 세라롱그 I '해외로 보내지는 컨테이너' 알루미늄 컬러프린트 79×98cm 2000. '칼레연작' 80×100cm 2006(위)
 브뤼노 세라롱그 I '해외로 보내지는 컨테이너' 알루미늄 컬러프린트 79×98cm 2000. '칼레연작' 80×100cm 2006(위)
ⓒ Bruno SERRALON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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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세라롱는 1968년 생으로 국립사진학교와 미술사석사를 마쳤다. 독립기고가로 일한다. 시인 김수영은 서울의 빌딩을 보고 '돼지우리간의 밥풀데기' 정도로 풍자했지만 이 작가는 항구에 쌓인 화물컨테이너를 하나의 레고블록으로 보면서 소비사회를 희화한다.

그는 또한 국가 간 빈부차를 발생시키는 세계화나 멕시코 노동자시위 등 국제적 이슈 등을 사진에 즐겨 담는다. 그의 다큐사진에는 전태일열사 흉상도 있다. 또한 그는 보도사진도 기존언론과는 다르게 보여줌으로써 사건의 진실이 언제나 왜곡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숭고미 넘치는 조각 같은 사진작품
- 앙투안 프티프레즈(Antoine PETITPREZ)

앙투안 프티프레즈 I '알베리' 알루미늄 컬러프린트 120×93cm 2007
 앙투안 프티프레즈 I '알베리' 알루미늄 컬러프린트 120×93cm 2007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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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조각 같은 앙투안 프티프레즈의 작품을 보자. 그의 사진은 시간적 요소보다 공간적 요소가 더 중요해 보인다. 사진에서 순간적 포착이 우선이나 작가는 그보다 느리게 평범한 자연이나 사물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나무'연작은 그 중 하나로 나무가 가진 숭고한 신비로움에 초점을 맞춘다. 하긴 우리도 나무를 '신목(神木)'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의 사진은 질감 풍부하고 볼륨 있는 조각 같다. 올해 청담동 조현화랑에서 사진전을 가진 조르주 루스(G. Rousse)도 건축공간에 색면을 입혀 사진에 조각적 효과를 선보였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흐름을 찍다
- 장-밥티스트 현(Jean-Baptiste HUYNH)

장-밥티스트 현 I '끝없는 친밀함 연작 중 '무제' 은염 컬러프린트 60×50cm 1997/1998. '말리(Mali)여인' 120×120cm 알루미늄 프린트(아래)
 장-밥티스트 현 I '끝없는 친밀함 연작 중 '무제' 은염 컬러프린트 60×50cm 1997/1998. '말리(Mali)여인' 120×120cm 알루미늄 프린트(아래)
ⓒ Jean-Baptiste HUY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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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는 '코닥사진비평가상'도 받기도 한 장-밥티스트 현은 1966년 프랑스인 어머니와 베트남출신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애착을 보였고 전 세계를 돌며 인물과 정물을 찍었다. 지금은 인간의 평상심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전통종이에 은염방식으로 출력하기를 고집한다. 세심하게 계산된 모델의 표정과 몸짓 등을 포착하여 흑백사진의 중후한 분위기를 살려준다. 그는 여러 대륙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소통의 장을 열고 그들과 친밀한 유대감을 나누려한다.

사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에릭 보들레르(Eric Baudelaire)

에릭 보들레르 I 상상의 나라 연작전 풍경. '상상의 나라 연작 중 '요양소' 컬러프린트 110×138cm 2004/2005(아래)
 에릭 보들레르 I 상상의 나라 연작전 풍경. '상상의 나라 연작 중 '요양소' 컬러프린트 110×138cm 2004/2005(아래)
ⓒ Eric BAUDE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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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에릭 보들레르의 작품을 보자. 이번 전에 앞서 홍대에서 몇몇 작가들 작품설명회도 있었는데 그도 거기 참가했다. 그의 주제는 '이미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Que peut une image)?'이고 개념을 중시하는 작가다.

아래 하얀 건물은 '상상적 국가'연작 중 하나로 최근 독립하긴 했으나 존재하지 않는 나라처럼 보이는 '아브하즈(Abkhazia 구소련연방)'라는 국가개념을 심어주려고 그곳에 방치된 옛 휴양지를 크게 부각시킨다.

하여간 베로니크 엘레나(V. ELLENA) 등 다른 작가들은 성곡미술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사진의 힘과 사진의 역할이 뭔지를 자꾸 되묻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성곡미술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전화 02)737-7650 홈페이지 www.sungkokmuseum.com 관람료 :대인 7,000원 소인 5,000원. 관람시간 10:00~18:00 월요일휴관



태그:#'사진의 힘'전,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하늘에서 본 지구, #프랑스현대사진작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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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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