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종면 YTN 노조 위원장이 갑자기 "모두 휴대폰을 꺼내세요"라고 말한다. 영문을 모르는 조합원들이 노 위원장의 말에 따라 주머니 혹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진동으로 하신 분들은 모두 벨로 바꾸시고요. '메뉴'에 가서 아무 벨소리나 울려보세요."

 

조합원들이 '뭐하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도, 따라한다. 여기저기서 각종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그런데 폐쇄적인 곳이 아니어서 벨소리가 서로 모이지 않고, 산만하게 흩어진다. 

 

노 위원장이 웃으며 말한다.

 

"여러 벨소리가 모이면 더 크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 번 해봤는데…영… 잘 안 되네요…."

 

여기저기서 조합원들의 야유가 나온다. "에이~~" "뭐야~~" "썰렁햇" 

 

18일 아침 8시 30분,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쳤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이날도 60여명의 YTN 조합원들이 아침 집회에 나왔다. 다른 날과 비슷한 숫자다. 많은 조합원들이 'YTN 지킴이'들로부터 선물받은 검은 목도리를 둘렀고 검은 털장갑을 낀 조합원도 눈에 띄었다.

 

구본홍 사장은 지난 14일 노종면 위원장과 현덕수 전 위원장 등 4명을 남대문경찰서에 추가 고소했다. '공정방송' 슬로건 노출 사건 징계 여부를 다루기 위한 인사위원회도 20일 개최한다고 통보했으며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이같은 구 사장의 '강공 드라이브'에 이날 집회 분위기가 격앙될 것 같았으나 조합원들은 덤덤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여느 때처럼 밝고 쾌활했다. 한 조합원은 "구본홍씨가 그간 보인 행동을 봤을 때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며 "'원래 사장 깜냥이 없는 사람'이라는 수많은 증거에 하나 더 보탠 것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도 "구씨가 4명을 추가로 고소했지만 노조는 흔들림없이 투쟁할 것"이라면서 "날씨가 좀 추워지더라도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지난 17일 구본홍 사장이 YTN 사내에 공지한 글 전문

회사는 지난 13일 무단 방송 송출 사태 등과 관련해 오는 20일 (木)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노조의 방송 개입은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 편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방송법 4조를 위배한 행위일 뿐 만 아니라 사규를 명백히 어긴 중대한 불법 단체 행동입니다.

 

법적으로 해고자인 노조위원장과 정직자가 생방송 중에 부조정실에 들어와 그래픽 장비를 조작하는데 개입했으며 노조원들이 집단으로 간부사원들의 부조 출입까지 봉쇄했습니다.

 

그 결과 '무단 자막'이 수십 분이나 노출되는 유례 없는 방송 사고를 냈습니다. 회사는 이번 노조 집행부의 행위를 '생방송 중 방송 시설 무단 침입 및 봉쇄 사태'로 규정하고 유사한 불법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 요원 배치 등 자구책을 곧 마련하겠습니다.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회사는 노조의 잇단 방송 훼손으로 인해 더 이상 피해를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으로도 재발 방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이는 편성권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방송 정상화 조치일 뿐만 아니라 방송 시설을 상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사원 여러분들은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YTN은 관련법상 ‘국가기관 또는 공공단체와 그 관리 하에 있는 중요시설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청원 경찰을 배치할 수는 없으나 24시간 생방송을 하는 주요 방송사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안전 강화 조치는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 9월 생방송 중 피케팅 시위에 이은 이른바 ‘상복투쟁·블랙투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엄중한 방송 시설 침입 사태가 발생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4일 회의를 열고 '블랙투쟁' 안건을 오는 26일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재허가 심사에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수 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노조의 방송 개입은 명백한 해사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YTN의 방송편성책임자는 보도국장이며 노조를 포함한 어떤 단체도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노동조합은 더 이상 투쟁 수단으로 방송을 이용하지 말고 경영과 보도 정상화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회사 발전에 동참하기를 촉구합니다. 끝.

 

2008. 11. 17. 사 장

 

[최근 주요 기사]
☞ 친권 테러하는 아비, 콘돔 시위에서 배워라
☞ "FTA 재협상하자는 노무현, 제정신 돌아왔다"
☞ 다 커버린 "국민여동생", 이젠 해방시키자
☞ [취중진담] 한 한나라당 의원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태그:#YTN, #구본홍, #노종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