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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를 했는데도 어려움이 많아지니까 국민 앞에 면목이 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다. 17일 경제지 기자들과 한 오찬 간담회에서다. '친박 복당'이 매듭지어진 이후 정치적 발언을 아껴온 터라 더 관심을 모았다.
 
이 말은 양면성을 지녔다. 정권 창출에 일조한 자신이 '동반 책임'을 느낀다는 뜻을 풍기면서도, 한편으론 이 대통령을 겨냥한 말로도 들린다. 정부의 실책을 대신 사과하면서 자신은 이 대통령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보인다.
 
말많은 현재 내각에 대해서는 "정치권·비정치권을 가리지 말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전문가 내각이 필요하다"며 "최고로 잘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전 정부의 인사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에둘렀지만 역시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한 셈이다.
 
그의 말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경선 때 박 전 대표의 참모였던 한 인사는 "이번 발언을 정치행보 재개의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고로 잘할 사람이라면 전 정부 인사라도 써야 한다는 말도, 달리 보면 자신은 (중용의 폭이 좁은) MB(이명박)와 달리 국민통합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라고 풀이했다.
 
'친이' 쪽에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의 파장이 확대되기를 꺼려하는 눈치다. '안국포럼' 출신의 조해진 의원은 "듣기에 따라 달리 풀이될 수도 있겠지만 정권을 함께 만든 입장에서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적'도 '동지'도 아닌 불안한 동거
 
박 전 대표의 말을 놓고 이런 방정식이 성립되는 까닭은 따로 있다. 적도 동지도 아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묘한 관계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정치인 박근혜는 분명히 한 울타리다. 당적이 그렇다. 아니, 당적만 그렇다.
 
같은 당 소속이지만, 주요 정책의 방향도 이념적 성향도 다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표의 입에서는 단 한 번도 대통령을 칭찬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중들도 종종 둘을 떼어놓고 생각한다. 격렬했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잔상이다. 이래서 현재 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한시적 동반자 관계'란 말도 나온다.
 
상대방의 도움이 더 필요한 쪽은 이 대통령이다.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다. '시멘트'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층 때문이다.
 
거기다 최근 들어 당내에서도 '친박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취임 이후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표가 늘 걸림돌이다. 속 시원히 빼낼 수도 없고, 확실히 보듬어 안기도 힘들다.
 
반면, 차기를 바라보는 박 전 대표 쪽에서는 이 대통령과 꼭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박 전 대표가 입을 열 때마다 정가의 눈이 쏠리는 이유는 그래서다.
 
'범보수의 제갈량'으로 불리는 윤여준 전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두고 "현재를 기준으로 차기 대선주자로서 박 전 대표는 무적"이라며 "그러나 내년에도 이런 행보를 보인다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만약 내년에도 정부가 잘못하는데 박 전 대표가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국민들에게 '국가 지도자'로서 각인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내년이 되면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박 전 대표에게 지방선거는 전초전으로서 의미가 있다. 내년에는 '몸 풀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여준 "박 전 대표, 내년에도 가만히 있으면 신뢰 받기 어려워"
 
하지만, 박 전 대표 쪽에서는 다른 진단도 나온다. 정치적 부담감이다.
 
한 측근은 "경제도 어려운데 힘을 합치지는 못할망정 같은 당내에서 비판만 하면 되느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표가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하겠느냐, 박 전 대표가 (대통령에 대해) 말을 한다는 건 (대통령과) 싸움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비쳐서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가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풀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지금까지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원칙적인 수준에서의 언급"이라며 "정치행보 재개 여부를 가늠하려면 향후 발언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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