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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 해 달라고 엎드린 아들 아들은 등을 주물러 주는게 좋은지 거의 매일 아빠만 보면 엎드린다.
▲ 안마 해 달라고 엎드린 아들 아들은 등을 주물러 주는게 좋은지 거의 매일 아빠만 보면 엎드린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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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어느날이었습니다.

"아빠, 등짝이 아파."

6학년 딸아이가 등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하느라 등 쪽이 경직되어 근육 뭉침이 일어난 게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엎드려 봐. 아빠가 안마 해 줄게."

딸아이는 얼른 이불위에 납작하게 엎드렸습니다. 엎드려 있는 딸아이의 위에 무릎 꿇고 올라 앉아 손바닥으로 가볍게 여기저기 눌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깨와 팔, 다리까지 안마를 해주었습니다.

"와~ 시원하다."

내가 안마를 마치자 딸아이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습니다. 그날 이후 딸아이는 3일이 멀다하고 종종 이불위에 납작하게 엎드려 나를 부릅니다.

"아빠, 등 아파 안마 해 줘."

그럴 때 마다 나는 딸 아이 등과 어깨, 팔을 정성스레 주물러 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동안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둘째 아들 녀석의 강력한 항의가 들어옵니다.

"왜 나는 안 해주고 누나만 해 줘. 나도 등 아프단 말이야."

아들 녀석이 누나가 안마 받고 좋아라 할 때 남몰래 은근히 질투가 났던 가 봅니다. 그래서 딸아이의 안마를 끝낸 후 아들을 불렀습니다.

"그래? 그럼 너도 와서 엎드려 봐. 아빠가 주물러 줄께."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녀석도 이젠 아빠에게 등을 주물러 달라며 이불 위에 납작 엎드려 있곤 합니다. 그래 아비 된 도리로 자식들을 정성껏 돌봄은 당연한 의무지. 몸이 찌뿌드드하다고 하면 안마를 해주고 심심하다고 하면 같이 나들이라도 가줘야 하는 것이지 하는 생각을 하며 엎드린 아들의 등짝도 정성껏 주물러 주었습니다.

다하고 나니 아들도 시원하다고 합니다. 조그만 것이 벌써부터 시원하다 하다니 참, 어느 집은 아빠가 일마치고 와서 피곤하다 하면 자식들이 아빠를 주물러 준답시고 붙어 있더니만 우리 집은 어째 아빠가 자식들 몸을 주물러 주고 있는지 원.

6개월 정도 지난 요즘 심심하면 등이 아프다고 합니다. 한 녀석이 나서면 다른 한 녀석도 덩달아 나섭니다. 그때마다 두 녀석 다 차례대로 등을 주물러 줍니다. 그렇게 주물러 주고 나면 아이들은 시원하다고 말합니다.

야간 마치고 아침에 퇴근해 들어가면 학교 가려 나서다가도 "아빠 등 안마 해 주라"라고 말하면서 가방을 옆으로 내 던지고 납작 엎드립니다. 또 주간 조일 때는 저녁에 일마치고 들어가면 알아서 이불 펴고 엎드려 있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몸은 좀 힘들지만 그래도 기분 좋습니다. 아이들이 아빠를 믿고 또 좋아 하는 거 같아서요.

"우리 집 자식들은 애늙은이들이네."

등을 주무르면서 가끔 아이들에게 그렇게 놀려 줍니다.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애늙은이 아니라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아빠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오늘도 살맛이 나서 행복한 웃음을 지어 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희망이니까요.

아빠가 해주는 안마 아들아, 아빠가 주물러 줘서 행복하니?
▲ 아빠가 해주는 안마 아들아, 아빠가 주물러 줘서 행복하니?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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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아이#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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