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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414호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실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신지호 의원이 14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군 의문사 유가족들이 기습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 유가족 어머니가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보도를 접한 김준철 예비역 대위가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말>
유가족의 "3분간만"이라는 애절한, 심지어 내 귀에는 무엇에 주눅이 들었는지 죄스러운 목소리로 들리는 그 모습을 외면한 '국민의 심부름꾼'에 분노가 일었다. 지난 18일 아침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영하 7도였다. 만년설보다 더 얼어 있을 군 의문사 유가족의 마음을 녹여줄 수 없는 위치인 것이 죄스럽다.

 

나는 예비역 대위(이하 '예비역')다. 10년이 훨씬 지났으니 군에 대한 기억들이 많이 잊혔다. 나는 아직도 군과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국가 유공 상이자로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무기간을 다하지 못했기에 건강한 몸으로 근무에 충실한 선후배 동기들에게 아직도 미안하고, 2년이 넘는 의무복무기간을 무사히 완수한 예비역 장병에게도 미안함과 함께 존경을 보낸다.

 

특히 나의 어머니일 수도 있었던 군 의문사 유가족의 절규가 귓가에 남아 있는 오늘 아침 같은 날에는 선임으로서, 선배로서, 그리고 간부로서 군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지켜주지 못한 '신념을 잃은 수호자'였을 수 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지만 군 문화의 구조적 문제나 구타 및 가혹행위 등으로 빚어지는 군 의문사 논란은 내가 몸담고 있었던 7년여 동안도 벌어졌다. 나도 그 부분에서는 유죄라 할 수 있다.

 

전우애가 무엇인가? '전우(戰友)로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포탄이 떨어지고 탄환이 쏟아지는 전장, 심지어 피아(彼我)가 구분되지 않는 야간 전투에서 당신은 어디를 보고서 총구를 겨눌 것인가? 그렇다.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전우가 있기 때문에 총구를 적 방향으로 겨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부조리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심지어 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한 동료나 후임 장병이 있다면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군 의문사 유가족들의 외침과 눈물이 어제의 일만이 아니라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사건들이기에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유가족 홀대하는 국회의원, 이해할 수 없다

 

올해로 문을 닫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의문사위')에 600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나 현재까지 그 절반 수준인 322건만이 종결되었고 278건은 아직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대로 군의문사위가 문을 닫게 되면 남아 있는 억울한 사건들이 영원히 우리의 양심과 더불어 역사 속에 묻히고 말 것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로 통합한다는 법안이 있지만 이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산술적인 효율성을 이유로 발의된 법안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발의 취지 중 '방만한 운영으로 국고 낭비'를 운운하는 대목이 더욱 기막히다.

 

즉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14개의 과거사위원회를 3개로 통폐합한다고 하지만, 실상 각각의 위원회는 모두 그 목적한 바에 따라 구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위원회의 비용만 문제 삼는가. 진실화해위원회조차도 30%의 조사 완성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는데, 여기에다 여러 기구를 축소·통폐합한다니 이게 과연 납득이 되는 판단인가?

 

무엇보다 나는 전우의 부모들을 홀대하는 국회의원을 이해할 수 없다. 또 납세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군의문사위를 진실화해위원회로 통합한다는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군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전투력이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었을 것이다. 유형의 전력과 무형의 전력이 있으며, 월남의 패망을 비롯해 수많은 전쟁사를 예로 들면서 무형의 전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누차 강조되었다.

 

유형적 요소와 무형적 요소로 나누어 볼 때 대부분의 유형적인 요소는 군 전력증강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발전되어 나가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무형적 요소를 꼽고 있다.

 

 

죽은 전우에 대한 살아 있는 우리의 전우애

 

이는 군대가 엄정한 군기와 높은 사기를 유지한 가운데 지휘관을 중심으로 얼마나 단결돼 있는지, 또 신뢰가 충만한지, 개인의 군인정신이 얼마나 충일한지, 임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자신감 등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 등과 연관돼 있다. 

 

만일의 상황에서 군과 국가에 자식을 조건 없이 희생할 수 있다면 과연 그 정신무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국가에 조건 없이 맡긴 자식을 온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때까지는 이유야 어쨌든 간에 전적으로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태극기에 묻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영현 상황이 아니라도 좋다. 지금이라도 자식이 억울한 죽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 받고 싶은 부모의 소망을 풀어줘야 한다. 이것이 죽은 전우에 대한 살아 있는 우리들의 전우애이자 무형의 전투력이다.

 

나는 수일 내로 나의 지역구 의원이라도 찾아가서 '군 의문사법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전달해야겠다. 그것이 선배 예비역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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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군의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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