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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가명)씨가 담배를 피우다 손이 시린듯 손을 만지고 있다.
 이진석(가명)씨가 담배를 피우다 손이 시린듯 손을 만지고 있다.
ⓒ 권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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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능요원으로 안산에서 화성까지 출퇴근하는 이진석(가명)씨, 그는 오늘도 새벽 6시에 집을 나와 공장으로 향한다. 그는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담배를 물고 한숨부터 쉬었다.

"1년만 채우면 공장 옮길 거에요. 지금 당장이라도 옮기고 싶지만 밉보이거나 해서 잘리기라도 하면 현역병 입대를 해야 해서…."

산업기능요원, 병역법 제36조의 규정에 의거 현역병 입영 대신 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해당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산업기능요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지원으로 징집되며, 병무청에 신청서를 낸 산업체에 한하여 병무청장이 지정업체를 선택하고 그 지정업체에 근무한다.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기 전 미입영 상태일 때는 병무청에 의해 복무의무를 지게 되고 지정업체에서 편입되고 나서는 노동법에 의하여 보호된다. 하지만 지정업체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퇴직을 하게 되면 다시 병무청에 의하여 재입영 통보를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업체근무 1년 이내의 퇴직은 복무기록으로 인정되지 않고 군복무를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물론 병무청에서는 복무관리위반업체에 대한 처리 기준을 세부적으로 세워두었고 그에 따른 처리 기준을 경고·고발·주의로 나누어 놓았다. 하지만 산업기능요원의 고용권은 업체의 장에 모두 일임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지정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의 근무여건은 열악하고 자신들의 권리나 의무에 대한 침해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유명무실한 병무청 복무관리위반업체 처리기준
 유명무실한 병무청 복무관리위반업체 처리기준
ⓒ 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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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에 편입하여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중인 이진석씨의 경우도 항상 토요일에 특근의 명목으로 반강제적 출근을 한다. 토요일 특근을 제외한 월급 액수는 고용법에서 정한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용주는 토요일 특근 수당을 포함해 최저임금 이상을 준다는 식이다.

기자가 병무청에서 세워둔 복무관리위반업체에 대한 처리 기준을 보여주었더니 이진석씨는 현실성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진석씨가 병무청이나 노동부에 신고를 한다면 손해는 채워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고용주에게 밉보인 대가로 업체를 그만둬야 하고, 1년이 되지 않은 그는 그동안 근무기록 자체도 복무로 인정되지 않은 채 다시 입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정업체에서 경영악화로 인원감축을 할 때 타 직원보다 신분보장이 되어있지 않은 산업기능 요원을 해고시키는 경우도 있다. 게임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던 박선우(가명)씨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팀장이었다. 그는 복무만료를 5개월 남겨두고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왔지만 훈련받는 중 회사에서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박선우씨를 권고사직시켰다.

그가 병무청에 경영악화로 인한 이직신청을 하려고 하자, 회사에서 병무청의 심사기준에서 회사등급이 깎여 다음 심사 때 불이익을 본다며 그에게 입대할 것을 종용했다. 박선우씨가 법적대응을 고려하자 사장과 법적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이직신청을 하여 이직한 사례도 있다.

중소기업들은 그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산업기능요원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제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 역할에 대해 업체 설문을 한 결과 산업기능요원제도 확대(10.34%)를 다섯번째로 꼽을 정도로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에 앞서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권리 및 노동과 관련된 제도적인 처우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산업기능요원, #복무관리위반업체, #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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