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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화요일은 여느 때처럼 퇴근길에 서울 서초동 법원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A관광 측의 직원이 재판 전 폭행을 당했다며 증언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경으로 그때는 이미 '연합뉴스'에서 이 사실이 보도된 후였습니다. 재판 후에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의 모든 회원들은 법원노조사무실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회원은 없었습니다.

18일 오후 무슨 일이 있었나

A관광 증인과 접촉한 회원은 총 4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초에 접촉했던 50대 여성 회원은 다른나라 국적으로 잠깐 한국에 관광차 들렀다가 언소주 재판을 보러 찾아왔던 분이었는데, 관광업계에 근무하고 있으며 다른 회원들과 달리 'A'회사에 대한 감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A회사에서 나오셨느냐"고 먼저 인사를 건넸고, A관광의 이미지에 관한 긍정적인 이야기와 여행업계의 생리나 관광업계의 현재 시장동향에 대한 대화를 서로 정중하고 편안하게 나누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당시 A관광 증인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발을 꼰 상태에서 의자에 반쯤 누워 발을 쭉 뻗고 있는 자세였고 50대 여성회원은 그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도중 가방을 추스르다 실수로 증인의 무릎에 손이 닿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A관광 증인은 종전에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에서 돌변해, "야, 어딜 건드려!"라고 반말을 하더니 같은 말을 세 번이나 하는 등 위압적인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당황한 여성 회원은 "왜 갑자기 반말을 하세요?"라고 반문했습니다. 그 때 이를 지켜보던 50대 남성 회원은 "A관광 측 증인과 상대를 하지 마시라"며 이를 뜯어 말렸고, 도중에 A관광 증인은 "지금 협박하는 거냐?"며 되물었습니다. 여기서 몇 마디 언쟁이 오갔다고 합니다. 아들뻘 되는 증인에게 반말과 위압적인 대우를 받은 두 회원은 심한 모독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A관광측 증인과 접촉한 세 번째 회원은 그 날 있었던 정황을 서면으로 알려 왔습니다. 이 서면 내용은 본인의 서명을 날인하여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될 것이며, 사실과 다를 때 법적 책임을 질 것입니다.

"담배를 핀 후 다시 법정엘 들어가기 위해 311호 법정 앞으로 걸어가는데 그 때까지 여성분과 한 남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법정으로 들어서려고 문 앞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왜 째려봐?"라면서 한 남성이 반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 보고 하는 소리냐? 왜 반말이냐?"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반말로 뭐라고 말을 계속하더군요. 화가 난 저는 손을 드는 액션을 취하면서 몇 마디 말을 더 하자 함께 담배 피러 갔던 회원이 말려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 세 번째 회원이 보내 온 서면 경위서 중 일부

세 번째 회원과 A관광 증인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으나 다행하게도 세 번째 회원과 함께 담배를 피러 나갔던 네 번째 회원이 몸으로 이들을 가로막아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언소주'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

이 사건에 대해 연합뉴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18일 진행된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 사건 재판에서는 광고주 업체의 직원이 증인으로 나와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고 말해 소동이 일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이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광고중단 운동 재판에서 광고주 업체의 직원이 증인으로 나와 "밖에서 기다리던 중 피고인 측 참관인들로부터 협박과 폭행을 당해 증언하기 두렵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그 사람들이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겠다. 어디 한 번 해보자'라며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팔꿈치로 얼굴을 밀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증인에게 협박과 폭행을 한 사람을 지목하라고 하자 방청석에서 2명의 남성이 퇴정했고 또 다른 방청객도 증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다가 퇴정당했다.

재판부는 이 직원을 포함해 증인으로 나온 다른 피해 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이 끝난 뒤 방청객들과 마주치지 않는 통로로 나가도록 했다.

광고중단 운동 재판에서 피해 업체가 공개될 경우의 '2차 피해'에 대해 검찰 측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던 터여서 이 직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증인으로 나온 피해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누리꾼 24명은 인터넷 카페를 통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해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의 광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 중 8명은 벌금형에 약식기소됐지만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연합뉴스> 보도가 나간 후 그날 밤에만 한겨레, 세계, 국민일보 등 10개 신문사에서 이 사건을 다뤘지만, 대부분 <연합뉴스> 기사와 비슷했고, 새로운 사실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경향신문>은 사실확인 후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머니투데이>와 <쿠키뉴스> 정도가 방청석에 있던 한 여성이 A관광 증인의 위증 의혹을 제기한 대목과 "재판장이 왜 한쪽 의견만을 듣느냐"고 항의한 대목을 상세히 다뤘습니다.

물론 조선, 중앙, 동아는 언소주의 행동을 '범죄 행위'로 몰아갔습니다.

19일치 지면에서 조선은 사회면 4단 머리기사로 "조·중·동 광고중단 협박 공판 증언 나선 여행사 직원, 재판전 피고인측 방청객한테 폭행 당했다"고 크게 다뤘고, 동아도 같은 날 1면에 <광고주 협박 피해 증인 "피고인측이 폭행">이란 제목의 기사를 2단으로 배치한 데 이어 <"수십 차례 협박 전화...살해 위협 느껴">라고 제목의 사회면 머리로 해설기사를 올렸습니다. 중앙도 2면 3단 기사로 크게 보도했습니다. 20일에는 동아와 중앙일보가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고 '폭행범'이나 '촛불세력'이라는 선정적인 단어를 써 가며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검찰도 발빠른 대응을 보이며 19일 "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 재판에서 증인을 폭행한 범인을 신속하게 색출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히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수사 지휘를 내렸습니다. 결국 사건의 진실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언소주 회원 중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서초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공정한 판단, 기다리겠습니다

물론 증인으로 나선 A관광 직원이 언소주 회원들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협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 보도처럼 언소주 회원들이 A관광 증인에게 위협이 될 만한 짓을 했느냐 여부는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언소주 활동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A관광 증인이 당하는 입장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언소주 회원에게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야 합니다. 50대 여성회원과 50대 남성회원 역시 A관광 증인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해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 보도로 인해 '2차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검찰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범인'이나 '색출'이라는 단어를 써 가며 언소주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검찰이 지휘하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언소주 회원들은 또 '3차 폭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언소주 회원들은 이 사건을 이용할 뜻이 없으며 본질적인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정당당히 법정에서 진실을 가려내고 싶습니다. 조중동에 대해서 기사 정정보도 요구공문을 보내고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방침을 결정한 것은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언소주는 내부 논의를 통해 A관광 측을 더 이상 자극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마침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기다리자는 데 협의했습니다. 언소주 회원들이 바라는 것은 다만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A관광과 언소주 모두에게 공정하게 판단해주는 것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오승주 기자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회원입니다.



태그:#언소주, #조중동, #광고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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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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