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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산수화가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정선의 산수화가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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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땅을 밝으면서 시작되는 금강산의 비경은 ‘감호’로부터 시작된다. 아홉명의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즐겼다는 구선봉을 배경으로 펼쳐진 호수 감호는, 금강산의 기기묘묘함을 예고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자연미가 넘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태고스러움은 속세의 번잡함도 잠시 잊게 만든다. 왜 조선시대 문인 양사언이 감호에 ‘비래정’이라는 정자를 세우고 풍류를 즐겼는지 감호는 지금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다음날 금강산에서 첫 산행은 구룡연코스였다. 경쾌하게 떨어지는 폭포수와 사시사철 푸른담(潭) 소(沼), 선녀와 나뭇꾼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상팔담 등과 마주치게 되는 외금강의 대표 등산코스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내려 일단 막걸리 한잔으로 목부터 축였다. 맛객의 입장에선 금강산의 맛은 이 막걸리 한 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룡연 코스를 오르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 광경은 목란관이다. 산행을 마치고 이곳에 들러 맛보는 냉면은 허기진 배와 맞물려 별미 중에 별미가 된다. 입구에는 녹두지짐이나 소고기꼬치를 철판에 자글자글 굽는데, 이 냄새에 산행조차 잊은 채 그대로 자리 잡고 앉는 이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계곡을 오른 지 별로 되지 않았는데 벌써 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번 본 비경도 뒤돌아서 보면 또 다른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때문에 금강산의 모습은 장소에 따라 천만가지 모습을 담고 있는 소우주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세존봉자락을 스케치했다
 세존봉자락을 스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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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을 꺼내 비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 시절의 정선도 나처럼 금강산의 수려함에 심취해 화폭에 담았을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머물자 순간 기암괴석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소나무들은 정선의 살아 있는 산수화가 되어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림을 그리는 사이 수많은 관광객으로부터 동떨어져 혼자가 되자 문득, 정선이 살았던 조선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때론 김삿갓과 동행이 되어 술잔을 나누는가 하면 한적한 구룡연 절경을 감상하면서 산수의 신령스러움과 비범함에 탄복하고 또 탄복했다. “아, 천하의 명산이 따로 없구나”란 혼잣말이 끊임없이 되뇌어졌다.

정선이 취한 금강산, 나도 취했다

계곡과 산세가 절묘한 비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구룡연
 계곡과 산세가 절묘한 비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구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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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전설과 사연을 간직한 구룡연 계곡. 눈부시도록 하얀 바위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쪽빛의 담(潭)과 소(沼)는 남태평양의 에머랄드 물빛보다 투명하고 깨끗했다.

한 모금 마셨더니 마음의 때까지 씻겨 지는 느낌이다. 넓은 바위에 새겨진 수없이 많은 이름들. 그들은 이렇게라도 자손대대 번성을 기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금강문
 금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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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올랐을까? 집채만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바위와 바위 사이로 공간이 있어 사람이 통과할 수 있다. 여기가 바로 금강문이다. 김일성이 이곳을 지나면서 “금강문을 지나야 금강산 맛이 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 무대바위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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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절경을 따라 한참을 더 올라가니 널다란 바위가 나온다.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무대바위이다.

차갑도록 맑은 물이 누운 폭포를 이루며 구슬처럼 흘러내린데서 이름 붙여졌다
▲ 옥류동 차갑도록 맑은 물이 누운 폭포를 이루며 구슬처럼 흘러내린데서 이름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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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동을 감싸안은 금강산의 절경에 그만 숨이 막힌다
 옥류동을 감싸안은 금강산의 절경에 그만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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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나타나는 옥류동의 수면에 스치는 바람이 물결무늬를 만들었다. 그 때문인지 한겨울을 연상할 정도로 시리도록 차갑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그게 나만의 느낌만은 아니었나보다. 차갑도록 맑은 물이 누운 폭포를 이루며 구슬처럼 흘러내린다 하여 옥류동이라 하였다하니, 옥류동의 느낌은 시대를 넘어 전해지고 있는 듯하다.

두개의 담소가 비단실로 푸른 구슬을 꿴듯 연이어 있는 모습이다
▲ 련주담 두개의 담소가 비단실로 푸른 구슬을 꿴듯 연이어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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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연 계곡의 절경은 위로 올라갈수록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 구슬처럼 아름다운 초록색의 두개 담소가 비단실로 꿰어 놓은 듯 연이어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련주담’. 금강산 4대 명폭포에 속하는 비봉폭포.

비록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 봉황새가 꼬리를 펴고 꼬리를 휘저으며 하늘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연상되지 않았지만, 마음 속에선 이미 한 마리 봉황이 날아가고 있었다.

상팔담과 구룡폭포로 갈리는 길목에 들어섰다. 부지런히 산을 탄 이들은 두 곳 다 감상할 수 있다. 나 역시 두 곳 다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상팔담은 다음 기회로 돌리고 구룡폭포로 향했다.

백룡이 승천하는 형상이다
▲ 구룡폭포 백룡이 승천하는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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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뭇꾼의 전설이 서려있는 상팔담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구룡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있다
 선녀와 나뭇꾼의 전설이 서려있는 상팔담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구룡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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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폭정에 오르니 구룡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얀 물줄기가 절벽을 타고 푸른 담으로 떨어지는 형상이 마치, 백용 한마리가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과도 같다. 바위에 새겨진 미륵불이란 글자 때문인지 더욱 신비롭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금강산에 다녀왔습니다.



태그:#금강산, #구룡연, #구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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