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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천안시청 모습.
 공무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천안시청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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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10월 공무국외출장(해외연수)을 계획했다. 가지는 않았다. 출발을 며칠 앞두고 취소했다. 명목상 취소 배경은 고환율과 경기불황. 실제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두 팀으로 나눠 떠나는 해외연수에 한 팀의 일정이 관광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발단됐다.

연수 취소의 득실을 떠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시의회는 연수계획의 심의절차를 모두 공개했다. 심의절차를 공개않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귀국 후 뒤탈은 났을지라도 연수는 성사됐을 것이다. 정보 공개가 있었기 때문에 여론도 작동했다.

시의회와 달리 공무원들로만 구성된 심사위에서 해외연수 계획을 심의하고, 결과보고서는 내부 인트라넷에 탑재하는 천안시. 정보 공개 없이도 천안시의 공무원 해외연수는 내실있게 진행되고 있을까.

파리 관광이 전문성 향상? 공무원 114명 해외 다녀와

천안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행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천안시 공무원 1백14명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35건의 해외연수에 2억6941만원이 쓰였다.

직급별 연수 참가자의 분포는 팀장급인 6급이 40명(35%)으로 가장 많았다. 7급이 30명(26.3%)으로 뒤를 이었다. 방문국은 26개국. 국가별 방문 횟수는 중국(7회), 미국(6회), 일본(6회), 캐나다(4회) 순이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독일도 각각 세 차례 방문했다.

감사자료를 토대로 연수별 일정을 분석한 결과 해외연수 3건 중 1건은 연수 일정이 관광에 편중됐다. 천안시와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에서 연수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공짜 해외연수도 있었다. 지난해와 중복되는 연례적인 해외연수도 눈에 띄었다.

천안시 공무원 15명은 지난 9월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기획·자치분야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방문지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3개국. 연수 일정은 영국 런던의 버킹검 궁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몽마르뜨 언덕,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대성당, 뢰머 광장 등 유명 관광지 관람이나 시찰이 대부분이었다. 여행경비로 4751만원을 사용했다.

런던과 파리, 프랑크푸르트는 2007년에도 천안시 공무원 15명이 4월 26일부터 5월 4일까지 방문했다. 엇비슷한 일정에 동일한 방문지를 지난해는 선진복지행정 및 청소행정정책 연수라는 이름으로 다녀왔다. 명분과 사람만 바뀐 채 해외연수가 되풀이된 것이다.

천안시 공무원 15명이 참가한 기획.자치분야 해외연수 일정.
 천안시 공무원 15명이 참가한 기획.자치분야 해외연수 일정.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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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8일 일정에 공식 방문 일정은 4시간

지난 5월에는 시 공무원 15명이 6박8일 일정으로 뉴질랜드와 호주로 연수를 다녀왔다. 방문 목적은 복지행정 마인드 및 업무의 전문성 향상 제고. 공식 방문지는 뉴질랜드 로토루아 시청과 노인복지시설, 호주 켄터베리 시청과 유치원 등 4곳이었다.

현지에서 6일간 일정을 소화하며 4곳 공식 방문지에 할애한 시간은 불과 4시간. 나머지 시간은 온천욕,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관람 등 여느 관광 일정과 차이가 없었다. 연수에는 1인당 241만원 총 3621만원이 지출됐다.

한 해 동안 해외연수를 두 번이나 다녀온 공무원들도 있다. 정예공무원양성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총무과 소속 공무원 4명은 6월에는 5박6일 일정으로 백두산과 북경을 둘러봤다. 9월 21일부터 10월 2일까지, 12일 동안은 프랑스와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1인당 45만원의 자부담이 있었지만 개인당 시비 369만원이 지급됐다.

3월에는 보건소 공무원이 한국건강관리협회(한건협)가 경비를 전액 부담해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한건협 대전·충남지부는 시 보건소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성인병 질환검진과 전립선암 검진을 대행한다. 이들 연수도 세부 일정은 관광에 치우쳤다.

서장근 전 수도사업소장은 지난 6월 6일부터 13일까지 미국수도협회 전시회에 참가했다. 한국상하수도협회가 방문단을 모집해 진행한 전시회 참관 해외연수에는 416만원이 소요됐다.

'천안시 산하 공무원 공무국외여행 심사 규정' 12조에 따르면 해외연수 여행자는 귀국 후 상당한 기간 해당 업무를 담당할 자를 선발해야 한다. 구청 개청에 따른 인사로 서장근 전 소장은 6월 23일자로 주민생활지원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연수 계획서, 결과보고서 상시 공개해야

천안시 공무원들의 해외연수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은 작년 행감에서도 제기됐다. 천안시도 지적을 수용해 개선책을 마련했다. 공무국외심사위원회(심사위)에 공직협 회장을 새롭게 위촉했다. 규칙안도 일부 손질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아 관광성 일색의 해외연수는 계속되고 있다. 보완이 더 필요한 까닭이다.

보완책으로 우선 상시적인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처럼 연말이 돼서야 감사자료로 연수계획과 결과가 뒤늦게 알려지는 방식은 곤란하다. 규정상 심사위에 민간 인사를 포함할 수 없다면 해외연수 계획서, 심사위 회의록, 연수 결과 보고서를 시민들에게 곧장 공개해야 한다.

시의회는 '의원 공무국외출장 등에 관한 규칙'에서 심사위 회의록, 출장보고서의 시의회 홈페이지 공개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병옥 천안시 대외협력팀장은 "공무원들의 해외연수는 공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관심이나 활용도가 적다"며 "필요하다면 출장보고서의 홈페이지 공개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장기수 시의회 의원은 "시민들이 얼마나 보고, 활용하는지는 차후의 문제"라며 "시민들의 알권리 보장과 시정 투명성 차원에서 해외연수 계획서와 회의록, 결과보고서를 시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연말 감사자료에는 해외연수로 어떤 시책이 창안되고, 시정 변화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성과보고서가 제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직사회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공무원들의 공무국외여행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미국․영국 등 선진 국가들은 견문확대 차원이나 직원격려, 사기진작 목적의 해외연수는 시행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천안시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퇴직 앞둔 공무원들의 해외연수
시 '효과있다', 시민단체 '개선해야', 행안부 '알아서 할 일'
공무원들에게는 정년을 6개월에서 1년 미만 남겨 두고 퇴직 뒤 사회 적응 등을 이유로 출근을 면제하는 제도가 있다. '공로연수'이다. 공무원 신분은 그대로 유지되며 현업에 따른 수당을 제외한 급여를 받는다.

시는 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중인 공무원들에게 매년 상.하반기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19명이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연수비용으로 4766만원이 쓰였다. 올해도 4월과 11월 2765만원을 들여 10명의 공무원들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연수지의 주요 일정은 관광이나 명승지 견학.

시종일관 관광으로 짜여진 공로연수자 해외연수에 시민들 반응은 달갑지 않다. 김우수 천안YMCA 간사는 "관광성 여행 보다 퇴직 후 새로운 삶의 준비와 연계한 프로그램 운영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공로연수자 해외연수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맹기주 시 인사팀장은 "자비로 부부가 동행할만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맹 팀장은 "내년에도 공로연수자 해외연수 예산을 책정했지만 집행 여부나 방식은 더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공로연수 프로그램 예시에서 몇 달 전 '국내.외 여행 등 관광성 프로그램'을 제외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로연수자의 해외연수를 권장하지 않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실시 여부는 해당 지자체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04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태그:#천안시, #해외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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