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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창립기념사를 읽고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창립기념사를 읽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24일 저녁 6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 창립 20주년 기념식. 생일축하 자리가 돼야 했으나 최근 언론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대변하듯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사회를 맡은 한준호 MBC 조합원과 김필원 CBS 조합원도 "오늘 행사는 축하하는 자리면서 또 다른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라면서 "민주주의가 도전받고 있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20년 전으로 돌아가 투쟁의 길을 걷자"고 독려했다.

 

언론노조의 20년 투쟁의 역사가 영상으로 펼쳐졌다. 젊은 권영길(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언론노련 초대 위원장)과 젊은 최문순(민주당 국회의원, 1998년 언론노련 위원장) 등 당시 '주역'들의 얼굴과 함께 80~90년대를 관통하며 2008년까지 달려온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이 화면으로 전달됐다.

 

이런 자막과 함께였다.

 

'어두운 죽음의 시대를 뚫고, 민주언론은 시대의 어둠을 밝혔다. 언론해방과 민주언론 쟁취 투쟁은 계속되었고 언론독립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하나였다. 언론노동자 단결과 연대의 힘. 언제나 언론장악 음모를 돌파하는 원동력이었다. 저들이 점점 더 간교해질수록 우리는 더 크게 어깨를 걸었다. 방송독립을 향한 의지는 하늘을 찌르고 길은 역사가 됐다. 고통 그 속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동지애는 더욱 깊어갔다. 권력과 자본의 언론탐욕은 그칠 줄 모르고 그 파렴치함 또한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시련은 우리를 시험하고 언론민주화 역사가 거꾸로 되돌려지는 지금 언론노조 투쟁의 역사는 말한다. 어깨걸고 돌파하라!'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결연하게 창립기념사를 읽었다. "고맙다"는 인사 대신 "싸우자"는 선동이었다.

 

"20년 전 창립선언문에서 우리는 노동자·농민·시민·학생들의 희생에 큰 빚을 졌다고 했습니다. 다시는 정권과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오늘, 그 때와는 달리 우리 언론이 반민주·반민족·반민중적 폭정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의 역사라는 사실을 우리 언론 노동자들이 입증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한 줌 피를 흘리는 것이 수천 수만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합니다. 이 땅의 언론노동자들은 시대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킨 전사로 기억되기를 더욱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언론노조 동지 여러분, 다시 한번 힘차게 언론노조의 깃발을 곧추 세웁시다.!"

 

 지난 1988년 11월 26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 특보. 권영길 초대 위원장의 얼굴이 보인다.
지난 1988년 11월 26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 특보. 권영길 초대 위원장의 얼굴이 보인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창립기념사] 다시 언론노조의 깃발을 곧추 세웁시다.

 

언론노조가 출범한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87년 민주화대투쟁의 격랑 속에서 한국일보를 필두로 언론사에도 우후죽순처럼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의 반민주, 반민족, 반민중의 패악을 질타하지 못하고 권력의 시녀, 정권의 나팔수로 기능했던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며 참다운 언론을 만들자는 다짐이 언론사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듬해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언론자유와 독립의 기치를 높이 들고 언론노련을 출범시켰습니다. 그리고 편집권 독립, 관제사장 퇴진, 공정보도를 위한 무수한 파업과 지난한 투쟁을 통해 관제 언론의 사슬을 하나하나 깨뜨리며 언론민주화 운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자임해 왔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언론 또한 시장의 논리에 휩쓸리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언론민주화와 언론공공성 사수의 깃발을 결코 놓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단지 언론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1500만 노동자의 구심체인 민주노총 결성에 참여해 첫 위원장을 배출하며 노동운동의 조직화에 기여했고, 1997년 방송사 총파업으로 노동악법철폐 투쟁에 불을 붙인 사실은 언론노조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에는 IMF 외환위기 이후 펼쳐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총체적 공세에 맞서 선도적으로 산별노조로 전환함으로써 한국 노동운동의 향도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한발 한발 쉼 없이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언론노조의 깃발이 서고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언론자유, 언론독립은 가장 뜨거운 구호로 머물고 있습니다. KBS에서 MBC에서, YTN에서 그리고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까지 군홧발 소리와 호각소리가 요란합니다. 신문시장을 또다시 초토화할 신문법 개악의 유령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집어삼킬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의 출현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언론을 장악해 1%를 위한 정책을 관철시키려 합니다. 언론을 제물로 삼아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파괴하려 합니다. 오늘 우리가 다시 한 번 언론노조의 깃발을 곧추 세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20년 전, 창립선언문에서 우리는 노동자, 농민, 시민, 학생들의 희생에 큰 빚을 졌다고 했습니다. 다시는 정권과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오늘, 그 때와는 달리 우리 언론이 반민주, 반민족, 반민중적 폭정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의 역사라는 사실을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입증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한 줌 피를 흘리는 것이 수천수만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합니다. 이 땅의 언론노동자들은 시대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킨 전사로 기억되기를 더욱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언론노조 동지 여러분, 다시 한 번 힘차게 언론노조의 깃발을 곧추 세웁시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언론노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화상 격려사'를 지켜보고 있다.
언론노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화상 격려사'를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초대 언론노련 위원장을 지냈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초대 언론노련 위원장을 지냈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최 위원장이 기념사 낭독을 마치고 내려가자 무배 조명등이 다시 어두워졌다. 이번엔 수배중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라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투쟁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창립기념식 자리를 빛낸 선배 언론인들도 대부분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축사를 하러 나와서는 "착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생결단의 자세로 싸워야 한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는 언론노련 1대~3대 위원장을 지냈다.

 

"매우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20년 전 언론노련 창설했을 때 모두가 열정에 넘쳐있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론 민주화 통해 사회 민주화 이루겠다고 했다. 줄기차게 이 길 걸어왔다. 지금, 지난 20년의 투쟁이 진정한 투쟁이었나 하는 처절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사생결단식으로 싸워야 할 것이다. 이명박이 무너지느냐.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우는 모든 세력이 무너지느냐. 적당한 투쟁은 없음을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한판 승부를 겨뤄보자."

 

성유보 방송장악 네티즌탄압반대 범국민행동 운영위원장도 "한국 언론 민주화를 위해많은 일 했다고 자부했는데, 요즘 와서 과연 뭘 했는가 하는 회의가 든다"면서 "역사를 거꾸로 돌려보겠다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지만 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조만간 큰 연대에 의해 추풍낙엽처럼 박살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2008 언론노조 투쟁 동영상 상영에 이어 18회 민주언론상 수상자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본상은 언론노조 YTN 지부, 보도부문 특별상에는 MBC < PD수첩 >제작진, 활동부문 특별상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각각 선정됐다.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막아내고 공정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고", "세 차례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켰고",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 언론을 위한 투쟁의 첫 시작이자 살아있는 역사로 34년간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을 이어오며 국가권력에 의한 언론탄압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투쟁했다"(최용익 심사위원장)는 게 선정 이유였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이 상은 지난 130일동안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언론 노동자 동지 모두에게 주어진 상"이라면서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을 끝까지 해내겠다"고 말했다. 조능희 MBC 전 <PD 수첩> CP는 수상의 영예를 선배들과 행사 참가자들에게 돌렸다.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요즘 사실 부르는 데가 많다. 국회·검찰·방송통신심의위…(웃음). 수상 소식 들었을때, YTN 노조와 동아투위 선배들과 함께 받는다는 사실이 영광이었다. 동아투위 선배들은 내가 언론일을 하며 사표로 삼은 분들이다. 어두웠던 때, 그 분들을 별이라고 생각하고 그 별빛들을 따라왔을뿐인데 이런 상까지 받게 됐다. MBC 입사 20년이 넘었고, 노동조합 전임도 했는데, 과연 지난 20년간 싸워온 게… 이럴려고 싸운 건가 싶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 있는 분들 모두 <PD수첩> 힘들었을 때 힘 되주셨던 분들이다. 감사의 말씀 전한다."

 

오늘 행사에는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마권수 전 방송위원, 허영구·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희용 기자협회 부회장, 강기석 전 신문유통원장, 이재명 방송기술인협회장,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등이 참석해 언론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왼쪽)이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에게 제18회 민주언론상 본상을 수여하고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왼쪽)이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에게 제18회 민주언론상 본상을 수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왼쪽)이 조능희 MBC PD(전 <PD수첩> CP)에게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을 주고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왼쪽)이 조능희 MBC PD(전 CP)에게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을 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왼쪽)이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에게 민주언론상 활동부문 특별상을 주고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왼쪽)이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에게 민주언론상 활동부문 특별상을 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언론노조#언론노련#최상재#권영길#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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