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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개성관광 전면차단, 남북철도 운행 불허, 개성공단·금강산관광지역 당국 및 기업 상주인원·차량 선별 추방을 통보한 24일 오전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남한 차량 수십대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이 개성관광 전면차단, 남북철도 운행 불허, 개성공단·금강산관광지역 당국 및 기업 상주인원·차량 선별 추방을 통보한 24일 오전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남한 차량 수십대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쪽 단장인 김영철 인민군 중장은 24일 "12월 1일자로 개성관광과 남북철도운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아울러 개성에 있는 남북경제협력협의소 폐쇄와 남측 인원 전원 철수, 개성공단 입주업체 상주 인원의 50% 축소를 요구했다.

 

1998년 11월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올해 초 중단된 데 이어 8년의 연륜이 쌓인 개성공단까지 위기에 빠지면서 지난 10년간의 남북교류가 사실상 와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북한 탓'만 할 뿐,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박희태 "개성공단이? 그 정도 수백개 있다"

 

박희태 당대표는 2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우리 쪽에는 그 정도 공단은 수백개가 있다, 그거 하나 우리 경제에 무슨 큰 어떤 악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 처방이 나오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말씀이냐"는 질문에도 "안 되도록 우리가 노력을 하려고 하는데 지금 문을 닫고 있으니까 문제 아니냐"고 답했다. 사실상 폐쇄를 '방관'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다. 같은 당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개성공단 방문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이다. 관내에 있는 경기도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청 실국장회의를 통해 "개성공단에 상주한 88개 기업 가운데 경기도 업체가 21개"라며 "지금 상황이 어수선한 만큼 도내 진출업체들도 만나고 양묘장 사업, 당곡리 사업장 등과 관련해 북측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통일부와 함께 방문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지난 9월 30일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88개. 남측 1236명, 북측 3만3688명이 일하고 있으며, 2005년 1월부터 현재까지 약 4억5990만달러어치를 생산했다. 이런 성과를 내기 위해 현재까지 투자된 돈은 5천억원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이 돈을 소실시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박 대표의 입장이다.

 

 24일 오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수십대의 차량이 개성공단으로 향하고 있다.
24일 오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수십대의 차량이 개성공단으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러나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측은 최소 5천억원 이상의 투자손실 외에 현재 건립중인 공장 완공시 발생할 2조4900억원의 경제효과도 놓치게 될 것"(남북경협시민연대)라는 주장도 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진전되는 것을 전제로 개성공단의 생산유발효과가 2007년 최대 6.7억달러에서 2010년 최대 47.2억달러로 7.1배 성장할 것이라는 추산(이영훈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있다.

 

"개성공단 경제 외적 의미 전혀 고려 못해...남북관계 기본인식 결여"

 

개성공단은 경제 외적인 의미도 있다. 개성공단 공사가 한창이던 2004년 말 각 언론은 "개성공단 개발로 휴전선 사실상 북상"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개성과 판문점 일대 평야지대에 주둔하던 인민군 4개 보병연대와 전차대대가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대표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남북관계에 대한 기본인식이 결여돼있음을 보여준다"며 "개성공단을 단순한 공단으로만 볼 뿐, 경제 외적 의미 등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경제협력은 물론, 남북관계의 파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안보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대외경제 신인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정책사령탑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모습도 박 대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임 의장은 "남북관계가 막힐수록 경제분야에서 풀어야 한다"면서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파주와 개성공단을 연결하는 통일경제특구 법안을 대표발의한 정치인이지만 이날 당회의에서 "북한의 조치에 대해 하루하루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상적 관계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미온적 태도다.  

 

임 의장은 이어 "북한은 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정부는 기업과 국민의 안전과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폐쇄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은 빠져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최성 전 의원은 "상황이 조금 좋을 때는 그렇게 주장을 하고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물러서는 것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한나라당도 뭔가 하고 있다고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파주-개성공단 통일경제특구' 법안 낸 임태희, 그러나 지금은...

 

이달 초 평양에 다녀온 최 전 의원은 "지금은 개성공단 폐쇄를 넘어 제2의 서해교전과 같은 군사적 긴장으로도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이번 조치로 개성공단은 회복 불능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태도는 보수기독교계의 대표적 인물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게도 비판받고 있다. 조 목사는 이전과 달리 "북한의 내부 변화를 목표로 하는 대결 유발적 정책보다는 북핵 폐기와 북미·북일 수교, 경제협력과 평화체제 정착 등 보다 유연하고 포괄적인 접근을 균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부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너무 경직되게 수행한다는 여론이 있다, 1년 동안은 대북관계에 있어서 보수주의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 수가 없으나 내년부터는 전체적으로 남북관계를 좀더 폭넓게 유연성 있게 대처해야 된다"(24일, KBS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고 박 대표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평소 그답지 않게 볼륨이 낮다.

 

"남북관계가 악화한다고 해서 (남북) 긴장이 고조돼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개성공단에 수만명이 입주하는 기숙사를 지을 경우 근로자들의 집단화로 노사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참석한 임태희 정책위의장
2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참석한 임태희 정책위의장 ⓒ 남소연

 

민주당-민노당, 대북정책 공조 모색

 

이같은 상황에서 소수 야당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25일 대북정책에 대한 공조를 모색하기로 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날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방문해 "(북측 인사들에게) '남북관계를 이명박정부에만 국한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고 가자'고 했더니, 바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며 "6·15, 10·4 선언을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남북관계는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강 대표는 그러면서 ▲남북관계 관련 긴급 야당 대표회담 개최 ▲국회 차원의 비상시국회의 개최 ▲남북관계특위 구성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안 공동발의 ▲남북관계개선촉구 결의안 채택 등에 대한 공조를 요청했으며, 정 대표도 이에 호응했다.


#개성공단#박희태#임태희#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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