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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을 병에 담아 팔 수 있을까?

 

현재 '수돗물 판매'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수도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된다면 '병입 수돗물' 판매가 가능해진다. 수도법 개정안은 수돗물의 병입 판매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서울사회공공성연대회의·'물 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강화 공동행동' 등은 "병입 수돗물 판매는 물 민영화의 사전조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병입 수돗물 판매는 상수도 민영화의 사전조치"

 

현행법상 수돗물 판매 등 영리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수법법 개정안은 '수돗물의 영리행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도시설을 수탁받은 민간회사가 수돗물을 병에 담아 직·간접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

 

민주노동당과 서울사회공공성연대회의, '물사유화 저지 공동행동' 등은 25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법 개정안은 수돗물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수도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수돗물 병입 판매 허용이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시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정부 주장과는 반대로 일반 수돗물이 문제가 있어 그대로 판매할 수 없다는 수돗물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입되어 판매되는 수돗물은 일반 수돗물이 아니라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치고 특수화학약품처리된 수돗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놓았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과 한국수자원공사만 병입 수돗물을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환경부 수도법 개정안은 상수도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또다른 정책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이미 현행법상 민간기업이 수돗물 판매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 이미 수도법에서 허용하고 있으며 13개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상수도관리운영에 대한 민간위탁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부분의 민간회사에 허용되어 있는 수도사업 수탁을 통해 민간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자체와의 계약을 통해 수돗물 병입 판매에 나설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수도법 개정안을 제출하기 이전에도 상수도 민영화를 시도해왔다. 정부는 이미 지난 6월 초 상수도 지분 전체를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한 '물산업지원법안'을 입법 예고하려다 촛불시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철회했다. 또 8월 말에는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법안'을 입법예고하려고 시도했다.

 

이들은 "정부는 물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누차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환경부내 물 민영화 법안을 진두지휘한 물산업지원과를 유지하고 있고 2009년 예산에는 물산업 프로젝트 매너저 육성 예산 등의 명목으로 각종 물 민영화 정책 예산을 책정해 두었다"며 "정부는 상수도 민영화에 대해 여전히 추진 의사를 버리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병입 수돗물 판매를 허용하는 수도법 개정안은 잠시 미뤄진 상수도 민영화을 위한 사전조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수돗물 병입 판매 허용은 단지 병입수 판매 허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환경부·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 등이 다양한 경로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상수도에 대한 광역화 민간위탁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5월 말 행정안전부는 포항·경주·통영의 상수도 지방공기업에 민간위탁 명령을 내렸다. 또 환경부는 지난해 포항·경주를 '광역화 민간위탁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들은 "(수도법 개정안의) 또다른 의도는 상수도를 수탁하는 회사가 더욱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수돗물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돗물 양극화정책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

 

이어 이들은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은 결국 병입 판매하는 고급 수돗물과 관망을 통해 공급되는 일반 수돗물이라는 두 개의 수돗물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수돗물 양극화' 현상을 우려했다.

 

"현재 정부가 예상하는 판매가격을 고려하면 병입 수돗물은 일반 수돗물보다 생산원가는 약 82배, 판매가격은 약 238배가 비싸다. 따라서 이러한 병입 수돗물을 일반 수돗물처럼 모든 시민에게 공급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반 수돗물과 병입 수돗물을 적극적으로 분리하면 수돗물 판매자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과연 서울시 등 지자체와 민간 수탁회사들이 일반 상수도와 엄청난 수익을 남겨줄 병입 수돗물 판매 중 어떤 것에 집중할지는 명약관화하다. 결국 수돗물 양극화, 민영화정책으로 인해 수돗물 이용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상수도 민영화의 예로 자주 드는 상수도 민영화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는 내년부터 민영화된 상수도를 다시 시영(市營)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세계적 대세는 민영화, 상업화가 아니라 재국유화와 공공성 강화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정부가 직접 앞장서 수돗물을 병입 판매하라고 권유하는 나라는 없다"며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금지된 영리행위를 굳이 지금 시점에서 허용하겠다는 것은 수돗물을 노리는 일부 대기업의 이해를 정부가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핮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도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촛불정국에 물 사유화 우려가 높아지자 민영화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것은 곧 물을 민간에 위탁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과는 다른 정수 처리과정을 거친 고급 수돗물을 병에 담아 파는 행위는 결국 물을 상품으로 보는 민영화의 단초"라며 "국민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지원 물사유화 저지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K사 등 물 민간 위탁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고급 수돗물을 팔기 시작하면 우리가 쓰는 일반 수돗물은 방치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종진 서울사회공공성연대회의 집행위원장도 "수도법 개악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물을 물로 보지 말라"고 수도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병입 수돗물 판매#홍희덕#물사유화 저지 공동행동#서울사회공공성연대회의#상수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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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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