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제 하루 오토바이로 돌아다녔더니 온몸이 뻐근하다. 수건으로 마스크를 하고 손수건으로 목덜미를 가리고 다녔기에 얼굴 부분은 괜찮으나 오토바이 손잡이를 잡은 손등과 종아리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빨갛다. 지난번처럼 책 한 권 들고 호텔 바닷가로 나간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햇볕에 탄 피부를 달랜다.  

오늘이 푸콕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이다. 시내 구경을 하여야 할 것만 같아 점심때에 맞추어 시내까지 걸어갔다. 시내는 항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항구에는 고기잡이배로 만원이다. 여인들이 모여 앉아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배도 보인다.

푸콕섬 시내 한복판에 정박해 있는 고기잡이배: 푸콕섬에 어부들이 많이 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푸콕섬 시내 한복판에 정박해 있는 고기잡이배: 푸콕섬에 어부들이 많이 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조그만 다리를 건너니 재래시장이 나온다. 동네 규모에 비해 큰 시장이다. 사람으로 번잡스러운 재래시장에는 해산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과일과 절인 반찬을 그득 대야에 담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도 많다.

시장을 나와 특별한 목적 없이 걸으며 시내를 구경한다. 적은 돈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배낭족들이 흔히 이용하는 허름한 호텔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큰 호텔도 짓고 있다. 푸콕섬도 관광지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재래시장: 어느 나라를 가나 재래시장에는 먹을 것이 항상 풍부하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재래시장: 어느 나라를 가나 재래시장에는 먹을 것이 항상 풍부하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또 한 차례 소나기가 퍼붓는다. 조그만 옷가게 처마 밑에 서서 비를 피한다. 외국인이 서서 비를 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주인아줌마가 플라스틱 의자를 내민다. 가게 안에는 종업원보다는 이웃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소나기가 조금 약해지면서 가게에 있던 사람이 도로변에 있는 아저씨를 불러 빙수를 사 먹는다. 자전거 뒤에 빙수를 만들 수 있는 조그만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빙수를 파는 아저씨가 온 것이다. 옛날 초등학교 앞에서 사먹던 빙수다. 몇 가지 불량 색소를 갈아 넣은 얼음에 뿌려 주는 것까지 똑같다. 빙수 한 그릇에 얼마를 받나 유심히 보니 100원도 하지 않는 금액이다. 빙수 파는 아저씨는 몇 개를 팔아야 하루 일당을 버는 것인지 혼자 생각해 본다.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이 집으로 가고 있다: 젊은 아이들은 항상 웃는 얼굴이다.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이 집으로 가고 있다: 젊은 아이들은 항상 웃는 얼굴이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호찌민시로 떠나는 날이다. 여느 날과 같이 느긋하게 일어나 이제는 조금 친해진 계란을 부쳐주는 아줌마와 인사를 하며 식당에서 푸짐한 아침 식사를 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비행장으로 나온다. 아주 작은 비행장이다. 호찌민시에서 떠난 조그마한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손님을 쏟아 놓는다.

비행기에 올랐다. 하루에 서너 차례 다니는 자그마한 비행기는 하나도 빈 좌석이 없는 만원이다. 오토바이로 힘들게 돌아다녔던 푸콕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가 바다로 나서니 제법 큰 배 한 척이 물줄기를 그으며 가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타고 온 정기 고속 여객선일 것이다.

호찌민시와 푸콕섬을 오가는 비행기: 슈퍼마켓에서 사용하는 트롤리를 사용해 승객짐을 옮기는 것이 인상적이다.
 호찌민시와 푸콕섬을 오가는 비행기: 슈퍼마켓에서 사용하는 트롤리를 사용해 승객짐을 옮기는 것이 인상적이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한 시간 남짓 날아온 비행기는 호찌민시에 착륙준비를 한다. 호찌민시에서 버스와 배를 타고 24시간 이상 갔던 푸콕섬이 비행기를 타니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인에게 좋은 교통수단이다. 빨리 비행장을 나와, 빨리 택시를 잡아타고 빨리 집으로 간다.

인생은 육상 선수처럼 목적지를 향해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무용하듯이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행도 목적지를 향해 빨리 달려가는 것보다 춤을 추듯이 순간순간을 음미하며 하는 것이 더 알찬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푸콕섬 여행기 마지막 부분입니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태그:#베트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