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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이 고등학교 2학년때인 2006년도에 인터넷에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동영상이 청와대 인터넷에 게시되어 굉장한 반향과 파장을 불러 일으킨 바 있습니다. 저도 학부모인지라 그 동영상을 보고 난 후, 딸이 정말 힘들 때 태어나서 고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은 내신, 수능, 논술의 실질 반영률이 거의 완벽할 정도로 균형을 이루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고등학생들의 공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당시 교육정책을 비판한 내용입니다. 내신, 수능, 논술을 골고루 잘하려면 그만큼 노력과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1,2회 시험을 보면 되던 본고사 세대, 한번의 수능시험이 대학의 당락을 결정했던 수능세대와 달리 12번의 학교시험(중간, 기말고사)수능과 논술까지 대비해야 하는 참여정부의 입시제도는 사상 최악의 입시제도였으며, 오죽했으면 이를 두고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 불렀겠습니까?

 

올해 그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용케 빠져 나온 큰 딸은 대학에서 마음껏 낭만을 즐기며 생활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낭만은 온데 간데 없고 제 2의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등록금, 학점, 아르바이트 등 3중고에 시달리며 386세대들이 대학을 다니던 때와는 다르게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학점입니다. 대학가면 조금 쉬면서 공부해도 되겠지 하는 것은 옛날 생각입니다. 요즘 경기도 안좋고 청년백수란 말까지 나올 정도라 1학년때부터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수업이 끝난후 도서관에는 밤을 새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딸도 어떤 날은 외박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 외박장소가 바로 학교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은 새벽 2시가 되면 밖에서 출입문을 잠그기 때문에 나올 수 없어 할 수 없이 도서관 안에서 밤을 샌다는 겁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는 자리를 잡을 수 없도록 도서실이 붐빈다니 딸이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요즘 분간이 안됩니다.

 

최근에야 딸을 통해 '학점성형'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졸업생들이 취업을 대비해 보다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학점은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지성의 공간 상아탑이 학문적 목적을 위해 다니기 위해서라기보다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한 필수 코스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학점이 잘 나오는 교수들의 강의는 인기가 있어서 학기초 수강신청 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고등학교때 딸은 내신을 위해 무려 12번의 시험을 봤습니다(1년에 4번, 중간/기말고사). 그런데 대학을 가서도 1년에 4번씩 똑같은 시험을 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시험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학때는 취직을 위한 시험입니다. 목적만 다를 뿐 시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등록금입니다. 얼마 전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자살한 대학생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대학생 딸을 둔 부모라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도 안 좋아 살기 힘든데 등록금은 왜 이렇게 오르는 건지요? 등록금을 올려도 좀 경기가 풀리고, 이럴 때 올리면 좋은데 왜 이렇게 힘든 때 매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리는지요?

 

대학 2학기 등록금 납부 내역서 한해 등록금 1천만원 시대에 대학생들은 또 다른 트라이앵글에 신음하고 있다.
대학 2학기 등록금 납부 내역서한해 등록금 1천만원 시대에 대학생들은 또 다른 트라이앵글에 신음하고 있다. ⓒ 피앙새

 

올해 대학에 들어간 큰 딸의 2학기 등록금 고지서가 나왔는데 448만1000원, 가히 폭탄이라 할 만합니다. 1학기 등록금 548만2300원(입학금 포함)을 모두 합쳐서 대학등록금이 연간 1천만 원시대에 돌입하다 보니 저희 집 가정 경제가 휘청합니다. 오죽하면 "어머니, 아버지 대학다녀서 죄송해요!" 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2003년 대학등록금 자율화 이후, 전국 국공립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매년 같은 기간의 물가상승률에 비해 2~3배 정도 높게 뛰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등록금 인상률은 국공립대가 평균 7.3 ~10.2%, 사립대가 5.1~6.7%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매년 물가상승률은 2.2 ~3.6%였습니다. 해마다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2~3배 상회한 것입니다. 이제 대학등록금 연 1천만원 시대가 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등록금 대부이자율이 8%가 넘을 것으로 예상돼, 돈 없는 집 자녀들은 대학을 못다니는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세번째는 아르바이트입니다. 대학등록금이 비싸다 보니 주부들이 식당에 취직해서 자녀학비를 번다는 게 이제 남의 일이 아닌듯 싶습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식당이나 할인마트에서 파트타임제로 일하고, 대학을 다니는 아들, 딸은 방학 뿐만 아니라 학기중에도 계속 아르바이트를 뛰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숨가쁘게 일하고 공부하지만 그래도 학자금 대기가 버가워 휴학, 복학을 되풀이하다 아들은 할 수 없이 군대로 피신합니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힘도 들고 시간도 없어서 학점을 따기가 쉽지 않습니다.

 

딸의 중간고사 성적표를 대학 인터넷 포탈로 조회해보니 100점 만점에 최저점이 2점, 최고점이 93점이었습니다. 그래서 2점 받은 학생은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딸은 "알바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망친 거에요"라 합니다. 등록금 마련 때문에 최저 학점을 받고 다녀야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고등학교 3년 동안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인데, 이렇게 다시 제 2의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혀 사는 요즘 대학생들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렵게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부딪히는 취업경쟁, 청년실업난, 이태백, 비정규직, 백수 260만시대, 그리고 세상의 장벽들!

 

학점, 내신, 아르바이트 등 내용은 달라도 고등학교 때 갇혀 있던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요즘 대학생들은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힘들게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트라이앵글#학점#등록금#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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