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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3사가 27일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코너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하거나 구경하고 있는 고객들의 모습이다.
 대형마트 3사가 27일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코너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하거나 구경하고 있는 고객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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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에 걸리면 내가 걸리지, 자기들이 걸리나, 왜 막고 그래?"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광우병 위험 때문에 비싸도 한우를 찾게 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전국 300여 개 점포에서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 27일,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산다" vs. "광우병 위험 때문에 꺼려진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매장을 찾은 이아무개(63)씨는 "오늘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판다고 하기에 일부러 나왔다"며 "못 먹게 말리는 사람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보는 눈이 그렇게 많은데, 병든 소를 한국에 팔아 먹겠느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씨는 특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 반대 여론에 대해 "우리는 못 팔게 하면서 미국 가서는 현대차 사달라고 할 수 있나? 우리가 물건을 사줘야 미국에 가서 우리 것도 사달라고 할 수 있다"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어떻게 해야지, 할 일 많은 국회의원들이 70일 동안이나 국회에는 안 나가고 촛불집회나 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그가 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그는 "5만~6만원씩 주고 어떻게 한우를 먹느냐"며 "일단 미국산 쇠고기는 싸고, 특히 LA 갈비는 맛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아무개(30)씨의 생각은 달랐다. 23개월된 딸을 안고 있던 김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진열된 수입육 코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바로 한우 코너로 향했다. 그는 "아무래도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니까, 미국산 쇠고기는 꺼려진다"며 "솔직히 아이 낳기 전에는 수입산이냐 아니냐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제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까, 먹는 것에 대해 꼼꼼하게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정부에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해온 얘기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 아니냐"며 "돈 많은 사람이야 좋은 고기 먹으면 되지만, 돈 없는 서민들은 미국산을 사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민만 안쓰럽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형마트 3사 "어차피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

대형마트 3사가 27일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코너.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대형마트 3사가 27일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코너.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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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3사가 27일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코너.
 대형마트 3사가 27일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코너.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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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산 쇠고기가 1년여 만에 다시 판매된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한우 코너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육 코너에 더 많이 몰리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마트는 이날 초도매입한 40톤의 미국산 쇠고기를 전국 매장에 진열했다. 이마트는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육 코너 천장에 "이마트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실사하고 미국 농무부에서 수출인증한 도축/가공장에서 생산된 30개월령 미만의 안전한 소고기만 판매합니다"라는 안내 팻말을 설치했다. 냉동 진열칸 바로 위에도 미국산 쇠고기 등급제도에 대한 안내 팻말을 붙여놨다.

이마트 경영지원실 홍보팀 이남곤 대리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 배경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된 것 아니냐"며 "어차피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남곤 대리는 이어 "안전성이야, 정부 차원에서 보장하니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고,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구매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것도 소비자 주권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고객 게시판 등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던 것도 판매 재개를 결정한 배경 중 하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남곤 대리는 "앞으로 얼마나 팔릴지는 솔직히 예측할 수 없다"며 "앞으로 주말을 낀 4일이 중요하다. 소비자 반응이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나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봇물 터진 미국산 쇠고기, 주말 판매가 관건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도 오전 10시 개장과 동시에 수입육 매장에 30여 명의 고객들이 몰리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직원은 "오전에 대부분 오신 분들은 장년이나 노년층이고, 젊은 층은 많지 않았다"며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판단된다. 대부분 갈비와 구이용을 사갔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냉장 살치살과 부채살, 등심을 각각 600g씩 구입한 한 주부(44)는 "우리도 농사꾼이라 수입산을 안 먹으려고 했는데, 한우는 비싸니까 어쩌겠느냐"며 "미국산은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고기도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주부는 이어 "동네 정육점에서도 대부분 육우나 젖소를 한우로 속여팔기도 하고, 원산지 표시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아니냐"며 "광우병 걱정은 별로 안 된다. 검역도 통과된 거니까, 믿고 먹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주산 쇠고기를 구입한 주부 이미선(34)씨는 "미국산과 호주산 갈비 가격이 100g에 600원 차이밖에 안 난다"며 "가격 차이가 별로 없어서 미국산 살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분간은 호주산을 먹을 생각"이라며 "고기질은 비슷한 것 같고, 미국산이 생각보다 싸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마트 탄현점 수입육 매장은 다소 한산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모두 5명의 고객이 다녀갔고, 이들은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했다.

대형마트 3사가 27일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코너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하거나 구경하고 있는 고객의 모습이다.
 대형마트 3사가 27일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마트 용산점 수입육 코너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하거나 구경하고 있는 고객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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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LA갈비 1kg을 구입한 김아무개(74)씨는 "나도 예전에 미국에 살았는데 잘 먹고 잘 살았다"며 "광우병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는데 한우도 똑같은 사료 먹여서 키우는데 미국산이라고 해서 다를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 역시 "돼지고기 가격이면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돈이 많으면 모를까, 비싼 한우를 누가 사겠느냐"며 저렴한 가격을 미국산 쇠고기 구입 이유로 들었다.

반면 냉동 LA갈비 2kg을 구입한 이 아무개(59)씨는 "생각보다 미국산이 호주산보다 싸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호주산보다는 미국산이 더 연하고 맛이 좋은 것 같아서 구입하러 왔다"고 말해, 고기의 질을 구입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씨도 "광우병은 이제 불안한 건 다 지나가지 않았느냐, 불안하지 않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섰다.

한편 대형마트 3사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함에 따라 이를 반대하는 축산농가들이 전국에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사회적 논란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우병 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낮 1시경 이마트 용산점 앞에서 반대집회를 연 뒤, 이마트 용산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 홈플러스 영등포점 등을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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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 #대형마트,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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