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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노동자들이 퇴근후 현대미포조선앞으로 모여들었다 .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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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노동자 이홍우 조합원의 쾌유와 현대미포조선의 노동탄압을 척결하기 위한 촛불집회로 현대미포조선 앞은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26일 지역에서 모여든 동지들의 연대의 힘은 노동자 우습게 보는 정부와 악덕기업에 맞장이라도 뜰 기세다. 부자와 기업에게만 칭찬받는 정책을 펴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서민과 노동자들은 더욱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다. 김장철인 요즘 배추는 소금에 절고, 노동자는 피곤에 절여 지낸다. 낮에는 근무하랴, 밤에는 투쟁하랴, 눈코 뜰 새가 없다.

집회만 했다하면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하는 건 삼성이나 현대나 하등 다를 바 없다. 현대미포조선도 지난 19일 집회에 참가한 이영도 울산민주노총지역본부 직무대행과 몇몇 노동자를 고소했단다.

이 날 집회에 참가한 이영도 직무대행은 "교통방해죄로 출석 요구서를 발부받았다"며 "경찰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변사업장 어려울 때 오토바이 타고 달려오고 자다 깨서 달려오던 연대정신을 잇자"며 "연대의 힘으로 이명박 정권에 맞장 뜨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미포조선 현장 조직인 '현장의 소리' 김순진 의장은 민주노총에서 회사 담벼락에 걸어놓은 현수막을 경찰이 칼로 찢어버린 것에 분개했다. 

김의장은 "회사가 노동자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근로복지공단에 보내는 공문서에 별표로 '고의 산재 요청자'라고 명기해 제출 했겠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산재불승인까지는 참을 수 있으나 회사에서 작업을 빨리 하려다 다쳤는데도 치료를 거부하고 '니 좋아하는 투쟁이나 하라'고 비아냥 거렸다"며 회사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집회 도중 노래패 파람의 공연이 이어졌다. 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이 연상돼서일까. 오랜만에 들어보는 '민들레처럼'이란 노동가가 처연하게 다가온다.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데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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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참관단의 준법집회 감시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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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집회에는 생소한 광경이 목격됐다. '시민참관단'이란 문구가 적힌 노란색 옷을 입은 남녀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선거참관인'도 아니고, '시민참관단'이라니. 집회현장에 나타난 그들은 대체 누구일까. 궁금했다. 중년여성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그녀는 동구 주민이고 집회 때보면 경찰과 시위대간 서로 폭행을 주장하는데 이를 지켜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마디로 준법 시위하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경찰도 시위대 옆에 한 줄로 길게 서있었다.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한쪽에선 시위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지키고 서있고, 또 다른 경찰은 시위대에 대해 교통방해죄로 출석요구서 보낸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후에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을 진행한 뒤 또다시 현대미포조선 앞 집회에 참가한 이향희 사회당 울산시당위원장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침묵은 암묵적인 동의라고 했던가. 우리가 침묵하면 공권력은 더욱 오만해지고, 노동자들은 더욱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일이든 부여잡고 함께 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하루종일 투쟁하는 그녀의 강철같은 힘은 어디서 솟아나는 걸까.
▲ 이향희 사회당 울산시당 위원장이 피켓을 들고 투쟁 중이다 하루종일 투쟁하는 그녀의 강철같은 힘은 어디서 솟아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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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건물투신으로 울산대병원에 입원중인 현대미포조선 이홍우 조합원은 2차 수술 경과가 좋아 현재는 일반병실에 입원중이다. 3차 수술을 앞둔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현장조직과 한마음으로 노동자들을 걱정하고 있다. 

집회를 마치고 방향이 같은 노동자들과 함께 차를 타기위해 지친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많이 피곤하시죠?"
"괜찮아요."

어찌 피곤하지 않겠는가. 근무를 마치고 식사도 못한 채 한 시간이나 넘는 거리를 달려왔는데···.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과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생면부지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다 다쳤으면서도 치료도 못 받고 회사의 탄압을 받다 결국 투신할 수밖에 없었던 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연에 노동자들은 단결하는 것이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잠이 쏟아졌다. 내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언양 터미널 근처에 내렸다. 집까지는 고작 15분밖에 안 걸리는데도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배도 너무 고프다. 집에 도착하니 아픈 남편이 굶은채 누워있다. 남편에게 미안하다. 밤새 구토하고 위장이 구멍 난 것 같다는 남편에게 얼른 죽을 쑤었다. 이 정권과 배부른 자본, 정말 짜증난다!    


태그:#현대미포조선, #이홍우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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